고질적 수급불균형 문제 해소방안 없을까?
고질적 수급불균형 문제 해소방안 없을까?
  • 김재민 기자
  • 승인 2015.08.10 11: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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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축산물 수급조절 정책으로 균형생산 유도 불가능

우리 농민들의 최대 관심사는 무엇일까? 농사를 지어 넉넉한 삶을 사는 것이다. 농사를 지어 넉넉한 삶을 살수 없다면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하겠지만 마땅히 다른 할 수 있는 일도 없기에 넉넉지 못해도 농사를 지으며 살아가고 있다.

그래도 조금이라도 젊은 농부는 조금이라도 더 벌어보고자 버섯도 해보고, 과수도 도전했다가 딸기, 파프리카, 토마토, 블루베리, 체리 등 새로운 소득작목을 찾아 도전해 보기도 한다.

반면 소비자의 농업에 대한 관심사는 질 좋은 농산물을 어떻게 하면 최대한 저렴한 가격에 구매하느냐에 있다.

땅과 기상상황이라는 조건에 농민들에게 소득이라는 유인이 생겨날 때 농산물은 생산되고 또 가격도 형성이 된다. 수요보다 많이 생산되면 가격은 내려가고, 수요보다 적게 생산되면 가격은 올라가게 된다.

이 간단한 수요와 공급의 법칙으로 인해 소비자들이 이익을 보는 때가 있고, 반대로 생산자들이 이익을 보는 때가 있다. 소비자들이 이익을 보는 상황에서는 농민들이 못살겠다고 아우성이고 반대로 농민들이 이익을 보는 상황이 오면 소비자들이 아우성이다.

이로 인해 정부는 수급균형에 늘 관심을 갖게 된다. 필요한 농산물을 구매하는 소비자와 달리 생존이 걸려 있는 농민들은 정부만큼이나 수급 상황을 예의 주시한다.

■ 남거나 모자라거나
농민들 그러니까 판매를 목적으로 하는 상업농민의 최대 관심사는 출하하는 농산물 가격이 얼마로 책정되느냐에 있다.

그런데 그 가격이라는 것이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라 그날그날의 수급상황에 따라 변화한다는데 있다.
앞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농민이 생각하는 가격에서 농산물이 판매되기 위해서는 수요와 일치하거나 수요보다는 공급이 부족해야만 한다. 너무 부족하면 가격이 급등해 소비자들이 반발하고 정부가 개입하기 때문에 높은 가격은 바라지도 않는다.

문제는 농산물의 수요와 공급의 균형을 맞추기가 쉽지 않다는데 있다.

한두 개의 회사가 농업생산을 감당한다면 이 회사가 철저한 계획 하에 농사를 지으면 되기 때문에 수급에 문제가 생기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수많은 농민이 여기저기서 조금씩 농사를 흩어져 짓다보니 얼마나 파종됐는지도 모르고 작황이 어떤지도 정확히 알 수 없다.

정보의 비대칭성이 없다면 수요와 공급은 늘 맞아 떨어질 것이다.

지난해까지만 하더라도 공급과잉에 수년째 가격이 폭락했던 마늘과 양파가 올해는 공급부족으로 귀한 몸이 됐다. 마늘과 양파뿐인가 무와 배추도 오랜만에 가격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한우는 공급과잉에 어려웠던 시절을 뒤로 하고 공급부족에 가격이 치솟고, 돼지는 수요증가로 가격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낙농은 수요감소로 육계는 공급과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쌀도 오랜만에 풍작에 쌀 가격이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이 같은 수급불균형이 일어날 때마다 정부는 수급안정대책을 발표하는데 그 효과는 제한적이다.

이유인즉 소비는 수급상황에 바로 영향을 받아 가격 형성에 영향을 주지만 공급은 시차를 두고 적용되기 때문인데 아무리 고추 가격이 오른다 해서 바로 공급량을 늘릴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이듬해 고추를 파종하는 시기에 적용되기 때문에 수급상황에 따른 적응 시간이 일정 시차를 두고 발생한다는 것이다.

결국 아무리 정부가 수급조절 대책을 내 놓는다 한들 현재의 부족이나 잉여 상황을 벗어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 소비자 그리고 시장개방
여기서 하나 더 중요한 문제는 농산물의 수급과 관련해 농민만이 정책 대상자가 아니라는데 있다.

농산물 가격이 오르면 농가들은 좋겠지만 소비자들의 불만이 제기되기 때문이다.

농산물의 공급은 시차를 두고 수요에 반응할 수 있기 때문에 농민들은 초과 수입을 기대할 수 있게 됐지만 소비자들의 불만에 결국 정부는 수입 가능한 품목을 해외에서 들여와 가격 인상을 막고 있다.

더욱이 2000년을 전후로 농산물 시장이 개방되고 이러저러한 이유로 할당관세를 적용하는 품목과 양이 늘어나면서 시장이 완전히 개방 된 거나 마찬가지인 상황이 돼 버렸다.

이제 농민들은 과거와 같이 초과수입을 기대할 수 없게 된 것이다. 가격이 오를 기미만 보이면 정부가 나서지 않더라도 수입업자들이 수입물량을 확대하기 때문이다.

공급과잉 때는 정부가 소비자의 눈치를 보느라 효과가 나타나는 수준까지 수급조절 정책을 펼치지 못해 손실을 보고 보전할 수 있는 기회는 시장개방으로 박탈을 당하고 만 것이다.

결국 정부는 소비자와 농민사이에서 어정쩡한 결정을 내리기 일쑤고 대체적으로 수급조절 정책은 실패하거나 효과는 미미할 수밖에 없다.

■ 그래도 다시 수급조절
매년 발표되는 수급안정 정책에도 불구하고 수급조절 문제는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사회주의 국가처럼 집단농장을 만들어 필요한 양을 심고 관리를 해 농산물 파종량을 통제할 수 있게 한다 해도 기상이라는 외부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정부의 수급관리에도 불구하고 매년 매해 끊이지 않고 남거나 모자라는 품목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생산기술의 발달, 기계화 등에 힘입어 예전보다 적은 인력으로 더 많은 농지를 관리할 수 있게 됐고 더 많이 생산할 수 있게 됐다. 상업농이 대다수인 상황에서 이러한 기술의 발달은 농산물의 잉여를 발생시키고 가격 하락으로 농민들의 경제적 상황은 악화되기 일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농민들이 생산에 집중 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농업 외에 마땅한 소득원이 없어 생산에 참여해야만 한다.

만약 농민들의 수입이 농산물 생산과 판매에 집중돼 있지 않다면 어떻게 될까?

수도권 지역의 경우 대부분의 농민들은 임대업을 겸하고 있다. 어떤 농부는 이를 두고 농산물 수입이 전체 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율에 따라 3할 농부니 5할 농부니 표현을 하기도 한다.

농업이 전체 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낮으면 낮을수록 이들 농부들은 농산물 가격 그러니까 수급에 관심을 갖지 않고 생산에 집중하게 된다.

존 갤브레이스는 그의 저서 ‘풍요한 사회’에서 생산에 집중돼 있는 사회의 모순을 지적한 바 있다. 경제가 계속 발전하고 수요가 충분한 시대에는 생산 활동에 참여함으로써 빈곤, 불평등과 같은 대부분 문제가 해결된다. 생산과 일자리가 복지라는 말이 먹히는 시대다.

하지만 경제가 더 이상 성장을 하지 못하거나 기술의 발전으로 생산 활동에 참여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발생하기 시작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일자리가 복지인데 컴퓨터와 자동화된 생산설비로 인해 기술이 사람을 대신하고 사람이 일할 때보다 더 많이 생산되는 풍요의 시대를 맞이했지만 생산에 참여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수입이 없어 그 풍요를 누릴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이는 개인의 노력으로 어떻게 해결할 수 없는 문제다.

풍요의 시대에서는 생산에 참여해 부를 분배받는 것은 한계가 있기에 새로운 방식으로 소득을 보장해 줘야 함을 갤블레이스는 이야기하고 있다.

■ 농업생산에 목을 매는 수입구조 탈피해야
현재 낙농유가공부분만 보더라도 2000년 1만 명을 넘었던 농가수는 절반으로 줄었다. 그럼에도 원유의 생산량은 소폭 감소하는데 그쳤다. 그 사이 저출산이 15년 이상 지속되면서 우유의 소비는 감소해 원유생산 감축에 들어가야 하지만 원유생산에 모든 소득이 맞춰져 있기에 농민들은 공급과잉 상황을 알면서도 생산량을 줄이지 못하는 모순에 빠져 있다.

적은 인원으로도 더 많이 생산할 수 있는 시기, 생산에서 모든 소득이 발생하는 구조를 바꿔주지 않는다면 감축은 요원한 일이 된다.

더 생산하면 배추가격, 고추가격이 하락하는 줄 알면서도 배추농사, 고추농사에서 모든 수입이 발생하는 농부는 생산을 줄이거나 멈출 수 없게 된다.

존 갤브레이스는 그의 저서 ‘풍요한 사회’에서 복지로 이 문제를 해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농민의 소득을 보장해 주는 제도만 만들어 진다면 농민들은 수급조절에 신경을 쓰지 않을 것이다. 정부도 맞추기 사실상 불가능한 수급조절에 예민하게 반응을 할 이유가 없다.

단지 모자랄 때만 소비자를 위해 대안을 내 놓으면 그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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