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더 깊이 보기’ 농축산물 가격 발견기능
‘좀 더 깊이 보기’ 농축산물 가격 발견기능
  • 김재민 기자
  • 승인 2015.08.19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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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별 가격 결정 시스템 들여다보기

도매시장 기능 약화-가격 결정시스템 혼란 가중 

수요와 공급에 따라 가격이 책정이 되는 품목은 1차 산업에서 생산된 것들이 대부분이다.

이들 1차 산업 생산물은 농산물, 광산 등에서 채굴하는 각종 철광석류, 원유(석유) 등이 여기에 속한다.
이들 1차 산업 생산물은 눈에 보이는 교환시장이나 보이지 않는 교환시장을 거치면서 가격이 결정되고, 또 자원의 배분이 일어난다.

보통 농산물 도매시장에는 도매법인이 출하자를 대신에 이를 경매에 붙이면, 중도매인들이 입찰을 통해 가격이 결정이 된다.

그날의 가격이 모아져서 다음날 발표가 되면, 도매시장을 거치지 않은 물량은 보통 이 도매시장 거래가격을 기준으로 협상을 통해 가격을 결정하게 된다.

문제는 우리 농축산물 중 이러한 교환시장이 실제 존재하는 품목이 있는가 하면, 이떤 품목은 시장이 사라지기도 했고, 시장의 기능이 점점 약해지는 품목이 있으며, 애당초 시장이 존재하지 않는 품목이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현물 시장의 존재는 가격 발견의 용이함으로 이어지지만, 시장이 없는 경우 또 약해지는 품목의 경우 해당 가격의 불신으로 이어지면서 거래에 혼란을 가중시키는 원인이 되고 있다.
이에 본지에서는 두 차례에 걸쳐 농산물 가격 발견 기능에 대해 이야기 하며 이번호에는 주요 품목의 가격 발견 시스템에 대해 소개한다.

■ =이러한 사전 지식 속에 우리 주요 농산물의 가격은 어떻게 결정되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먼저 쌀의 가격은 과거 정부의 수매가가 출하기 쌀 가격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공식적인 수매는 사라졌지만 공공비축미의 매입은 계속하고 있기 때문에 정부의 공공비축미 매입 가격은 이후 농협과 민간RPC의 쌀 매입가격에 기준이 된다.

현재 국내에는 쌀 도매시장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이들 RPC의 매입가격이 산지가격으로 책정이 되고, 농협RPC와 민간RPC가 소매업체와 협의에 의해 쌀 도매가격이 책정을 하게 된다. 공식적인 도매시장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주요 RPC의 납품가격을 공공기관들이 조사 발표함으로써 여러 쌀 관련 경영체(RPC)들이 납품 기준으로 삼고 있다.

소매가격은 소매업체들이 가장 잘 팔릴 수 있는 수준에서 책정하게 된다.

 ■ 채소·과일=채소와 과일 가격은 국내 대표 청과도매시장인 가락시장이 헤게모니(hegemony)를 쥐고 있다.

물론 전국의 도매시장에서 거래가 되는 가격은 각 시장의 경락가격대로 이뤄지지만, 도매시장을 거치지 않은 물량의 경우 가락시장의 가격을 수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채소류 중에서도 부피가 크고 가격이 싼 배추와 무의 가격 지배력은 상당한데 배추와 무는 농산물 중 쌀 다음으로 많이 소비하는 품목이다 보니 가격 변화에 민감하다.

과일류의 경우 출하시기가 정해져 있고, 일부 시설채소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청과물은 년 1회 출하를 하고 저장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출하초기, 중기, 후기 가격이 일정한 패턴을 보이고 있지만, 배추의 경우 가을무와 배추 공급이 많기는 하지만 봄시설, 봄노지, 여름(고랭지), 가을, 겨울로 이어지면서 연중 공급되는 축산물과 비슷한 가격 패턴을 보이고 있다.

최근에는 산지조직화가 계속진행되면서 많은 물량이 대형소매유통업체와 직거래하거나 온라인 등을 통해 판매가 되면서 도매시장의 가격 영향력이 약해지고는 있으나, 여전히 차별 없이 한 번에 가장 많은 물량을 처리할 수 있는 곳은 청과도매시장 뿐이어서 지역 APC 등의 도매시장 거래는 꾸준히 일어나고 있다.

■ 소(한우·젖·육우)=소는 대부분의 물량이 도매시장을 통해 거래되는 독특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도체등급을 기준으로 하는 거래가 확립되면서 도축 후 등급을 확인하고 구매하는 문화가 굳어지면서 도매시장의 영향력이 갈수록 강해지고 있다.

현물도매시장이 사실상 사라진 쌀이나 직거래가 활성화되는 청과물과 달리 쇠고기는 도매시장에서 몸값을 직접 인정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직거래도 당연히 도매시장 거래가격을 기준으로 책정되며, 특히 농협이 운영하는 음성축산물공판장은 소 거래의 기준가격으로 전혀 문제가 없는 상태다.

■ 돼지=도매시장의 영향력이 갈수록 강해지는 한우와 달리 돼지의 경우는 도매시장 보다는 육가공업체와 직거래가 일반화 돼 있다. 이미 도매시장 중심의 거래는 2000년대 들어서면서 무너졌다.
현재는 전체 돼지 중 10%도 안 되는 물량이 도매시장을 통해 거래되고 있어 도매시장 가격이 기준가격으로서 대표성을 상실한지 오래다.

돼지의 기준 가격은 소와 마찬가지로 농협이 운영하는 음성공판장 가격을 수용하고 있으나 상장되는 물량이 매우 적어 가격 변동성이 크다는 문제를 가지고 있다. 실제로 이로 인해 전체 수급에 문제가 없는데도 가격이 오르내리는 상황이 반복해 일어나고 있고 최근에는 공판장 상장물량 중 박피처리 돼지 대신 탕박처리 돼지를 활용하는 것을 추진 중에 있으나 실제로 현장에서 곧바로 적용될지는 미지수다.

■ 양계산물=양계산물은 가격 문제로 늘 갈등하는 품목이다.

소나 돼지, 청과물처럼 현물을 거래하는 도매시장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으로 오히려 돼지처럼 문제가 있는 품목이 부러울 따름이다.

양계산물 가격은 계란과 육계모두 양계협회가 산지에서 거래되는 가격을 조사해 발표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그나마 계란은 그 대표성에 크게 저항하는 거래주체들은 없지만 계속해서 담합의혹을 공정위로부터 사고 있을 정도로 불안정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닭고기는 돼지와 같은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데, 양계협회가 조사 발표하는 대상이 전체의 10%도 안 되는 일반 닭의 거래가격을 조사해 발표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체의 90% 정도 되는 물량은 계열화시스템을 통해 생산되기 때문에 살아 있는 육계의 거래가 일어나지 않고 실제 거래는 대리점이나 대형소매유통업체, 치킨외식업체와 도계육 거래를 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도계육 거래가격을 양계협회가 발표하는 생계시세와 연동시킨다는데 있다.

양계협 생계시세에 업계가 오래전부터 사용해온 표준유통비용(도축, 보관, 수송 등)을 추가하는 방식으로 도계육 가격이 책정되면서 수직계열화된 육계품목의 특수성이 반영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 우유=우유(원유)는 도매시장을 거치지 않는 대표적 품목이다. 매일 생산되고 매일 납품해야 하는 반복거래의 특성상 시장에 상장해 가격을 인정받는 것은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공정된 가격에 계약을 체결하고 정산하는 방식이 오래전부터 활용됐다.

원유가격은 시장개방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정부가 고시를 통해 원유가격을 책정해 줬다.
대부분 낙농가들이 생산비 인상요인이 발생할 때마다 대규모 시위를 통해 이를 관철해 내는 식이었다. 그러던 중 1990년대 말 시장개방과 낙농진흥회 출범 등을 거치면서 정부 고시제도가 폐지되고 유업체와 농가 간 자율적으로 가격을 책정하는 제도가 도입됐다.

하지만, 정부는 낙농진흥회라는 원유거래시장을 만들고 있었고, 낙농진흥회를 통해 집유일원화를 추진 중이었기 때문에 낙농진흥회가 농가로부터 구매하는 가격이 원유가격으로 활용됐다.

낙농진흥회에는 농협중앙회, 낙농육우협회, 유가공협회가 참여하고 있고, 이사회에는 생산자대표, 수요자(유업체) 대표, 소비자대표, 정부가 참여하고 있기 때문에 생산자와 수요자간 협상을 통해 가격이 책정됐으며, 이후 생산자와 수요자간 갈등이 심화되고 정부의 조정기능도 어려워지자 원유가격은 생산비 연동제로 인상요인 발생 시 년 1회 자동 반영되도록 제도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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