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 육우산업 활성화 근본대책이 필요하다
[긴급진단] 육우산업 활성화 근본대책이 필요하다
  • 박현욱 기자
  • 승인 2015.09.04 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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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비시장의 실종, “어디서 사야하나?”
 
최근 육우자조금관리위원회에서는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2015 육우데이 페스티벌’을 개최했다. 이날 행사는 국민들에게 국내산 육우고기의 우수성을 홍보하고 다양한 육우요리를 선보이는 등 육우산업의 저변 확대를 위해 기획됐다.
 
이날 광화문 광장을 찾은 시민들은 한우와는 또 다른 맛에 깊은 관심을 나타냈으며 ‘우유를 생산하지 못해 도태된 소’라는 인식에서 벗어나 ‘고기 생산을 주목적으로 하는 사육된 소’라는 사실에 놀라워했다.
 
이날 행사에서 육우 불고기를 맛본 김경희(45·양천구) 주부는 “육우가 한우의 일종으로 생각했는데 오늘 새로운 사실을 알고 간다”며 “육질이 연하고 지방이 적어 담백한 맛이 일품”이라고 전했다. 이어 “육우는 한우보다 가격이 저렴해 자주 소비하고 싶지만 구매하기가 힘들다”며 “일반 정육점은 물론 온라인에서도 육우고기를 찾아보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소비자들의 볼멘소리처럼 들리지만 실제로 육우고기의 소비시장은 매우 제한적이다. 정육점이나 축산물 판매장에서 육우를 특성화시켜 판매하는 매장은 찾아보기 힘들며 온라인에서 조차 육우는 한우 시장에 밀려 덤으로 판매되는 마켓까지 등장하고 있다.
 
2013년 농림축산식품부가 발표한 주요 통계를 살펴보면 국내 쇠고기 소비량에서 차지하는 육우고기의 소비비중은 2003년 22.5%에서 지속적으로 감소해 2010년에는 12.1% 12년에는 8.2%로 축소됐다. 전체 쇠고기 소비량과 비교해 육우가 차지하는 비중도 최근에는 4.0%까지 감소했다.
 
특히 2013년에는 한우고기의 공급증가로 한우의 가격경쟁력이 생겨나면서 육우만의 가격 프리미엄을 잃어버렸고 정부의 군납물량 축소결정이 더해지면서 육우 생산 농가는 점차 설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 낙농업의 부산물 인식 개선 필요
 
육우산업의 문제점 중 하나는 육우 농가들이 한우 농가들과 달리 사육의지에 의해 육우생산이 결정되는 구조가 아니라는 것이다.
 
젖소를 키워 우유를 생산하는 착유농가들의 경영사정에 따라 사육두수가 결정되고 경영주 입장에서도 가격이 낮은 육우는 큰 수익이 나지 않아 부산물이라는 인식이 산지에서부터 뿌리 깊게 박혀 있다. 2006년 말부터 시작된 국제곡물가격 폭등으로 인한 사료가격 상승은 가뜩이나 좋지 못한 육우비육에 대한 인식을 악화시켰다.
 
그렇다면 농가들의 경영을 좌우하는 육우 가격은 어떻게 변해왔을까. 축산유통종합정보센터 가격 통계에 따르면 2000년, 도매시장 내 거세육우 평균가격은 kg당 6453원으로 당시 한우 평균가격인 1만916원보다 40%이상 낮은 가격을 형성했다.
 
이후 육우가격은 지속적인 오름세를 기록했는데 2005년 9247원에 거래됐고 2010년에는 1만원을 호가하는 시기도 있었다. 이후 육우가격은 시기에 따라 변화는 있지만 대체로 한우가격과 연동되면서 한우값의 53~63% 수준에서 등락이 반복되고 있다.
 
2012년과 13년에 육우가격의 반짝 상승이 있었지만 이는 가격 하락을 막기 위해 정부가 1년간 군납물량을 축발기금을 전용해 예산을 투입하면서 육우산업의 안정화를 꾀한 것으로 근본적인 육우 소비확대에는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한 아직까지 소비자들은 육우고기에 대한 평가가 인색하고 육우고기 특성상 지방이 적고 담백하며 부드러운 육질을 가진 고기는 현재 등급체계 하에서 낮은 등급의 고기로 평가받고 있는 게 현실이다.
 
■ 등급제 개편·유통환경 개선·홍보 ‘절실’
 
그렇다면 육우고기는 시장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걸까. 사실 육우고기는 국내 소비자들의 입맛 트렌드에 잘 맞아떨어지는 축산물로 평가받고 있다. 육질이 연하고 지방이 적어 다이어트에 관심이 있는 젊은 여성에게 인기가 높으며, 단백질 함량이 높아 어린이 뿐만 아니라 보양식을 찾는 노인들에게도 부담 없는 먹거리다.
 
수입육과의 가격 경쟁에서도 밀리지 않는다. 2000년 이후 육우고기 가격은 수입육 가격과 비슷한 수준에서 움직이고 있으며 축산유통종합정보센터에 따르면 육우와 수입육의 가격비는 평균적으로 1.1 비율로 움직이고 있고 2010년 이후 가격비는 1.03 수준에 근접했다. 즉 한우처럼 고급화 전략을 갖추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수입육과의 가격경쟁력에서 뒤처지지 않고 국내산 저지방 웰빙고기라는 특성을 살리기에 충분하다는 얘기다.
 
가격과 품질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육우산업이 발전할 수 없는 가장 큰 걸림돌로는 세 가지로 꼽을 수 있다. 현행 쇠고기 등급제와 육우에 대한 홍보부족, 그리고 제한적인 유통환경이다.
 
올 초 건국대학교 김민경 교수가 발표한 ‘육우고기 등급제 개선방안 연구’에 따르면 근내지방도 중심의 현 육질등급체계는 육우산업에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어 육우고기의 장점을 살릴 수 있도록 연도와 숙성기간이 육질등급에 반영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육우는 한우와 달리 생물학적 특징으로 인해 육질 등급 향상을 위한 사양관리가 힘들다는 현실적인 문제점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총 한우 생산량의 60%이상이 1등급 이상인 것과 달리 육우의 육질등급 대부분은 2~3등급에 몰려 있고 특히 3등급에 국내산 육우의 55%가 치중돼 있어 육우비육을 하는 농가들은 좀처럼 소득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 육우만의 새로운 등급제 신설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소비자들에 대한 지속적인 홍보도 병행돼야 한다. 김 교수가 조사한 육우고기 구매경험 설문조사에서 소비자의 절반 이상은 육우고기 구입경험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고 구입한 쇠고기가 한우인지 육우고기인지 알 수 없다는 소비자도 4명 중 1명 꼴로 조사됐다.
 
특히 소비자들은 육우를 살 수 있는 매장이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육우가 한우와 동시판매가 이뤄지지 않는 이유는 육우고기가 한우고기로 둔갑판매 의심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같이 판매할 경우 매출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최근 정부는 육우의 군납물량을 축소해 육우산업은 큰 위기에 처해있다. 위에 언급한 문제들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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