쿼터제 시행 중에도 수급조절 못하는 낙농유가공산업
쿼터제 시행 중에도 수급조절 못하는 낙농유가공산업
  • 김재민 기자
  • 승인 2015.09.04 13:55
  •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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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분유재고를 감당하기 힘든 수준으로 원유소비가 정체됨에 따라 낙농진흥회가 지난 8월 이사회를 통해 원유감산안을 발표했지만, 생산자인 농협과 낙농육우협회가 강력히 반대하고 있어 향후 수급조절 방안을 놓고 정부와 유업체, 생산자 간의 합의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낙농유가공산업은 생산자의 생산량을 제한하는 쿼터제를 2003년부터 도입해 운영 중에 있다. 농가마다 생산 가능한 기준원유량이 설정돼 있고, 기준원유량을 초과해 생산된 원유의 가격을 정상가격보다 할인해 거래하도록 함으로써 생산량을 임의로 늘리는 것을 방지하고 있다. 수급조절을 위한 최적의 환경이 갖춰져 있다는 것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급조절을 능동적으로 하지 못하는 이유를 따져본다.

■ 쿼터제 구조조정의 시작

쿼터제가 도입된 이후 낙농업계는 지속적인 구조조정의 시간을 가져 2000년 1만호가 넘었던 낙농목장의 수는 2015년 5000호대로 반토막이 났다.

농가들이 쿼터 거래를 통해 진출입이 용이해졌고, 낙농진흥회 등은 쿼터 거래시 일정한 양의 쿼터를 소각하도록 의무화함으로써 농가들의 협조를 통해 총원유생산량을 지속적으로 축소해 왔다.

또 기준원유량을 초과하는 원유에 대해서는 수급상황에 따라 가격을 탄력적으로 조정함으로써 수급이 시장상황에 따라 맞춰질 수 있는 간접적 수급조절 장치까지 확보했다. 계획된 물량만큼만 생산하고 고정된 가격에 거래가 이뤄지는 원유공급 부분의 경직성을 초과원유의 가격 조정을 통해 어느 정도 시장기능이 구현되도록 시장을 만들어 낸 것이다.

유업체는 할인해 거래되는 초과원유 구매를 통해 총원유구매비용을 낮췄고, 수요가 일시적으로 감소할 경우 할인판매 등을 통해 수요를 창출할 수 있는 수단을 확보하게 됐다. 

■ 문제는 인구절벽

문제는 2003년 이후 점진적으로 원유생산량을 줄여왔던 낙농업계는 2013년 이후 인구구조 변화로 인한 수요감소를 체감하기에 이른다.

원유수급조절을 총괄하고 있는 낙농진흥회는 초과원유의 가격만 낮추면 생산량은 줄어들고 소비는 늘어날 것이라는 낙관적 판단에 따라 지속적으로 초과원유가격을 낮춰 원유생산을 억제했지만, 우유 주 소비층인 14세 이하 인구가 2011년부터 매년 큰 폭으로 감소하며 생산감소가 소비감소폭을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 3년여간 지속된 것이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11년부터 급격히 줄기 시작한 14세 이하 인구는 2015년을 기점으로 완만히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나 우선 2011년부터 2015년 인구구조 변화를 감안한 감산계획을 세우고, 이후 수요확대 전략을 세울 필요가 있었으나, 낙농유가공업계는 단기적 처방의 젖소도태와 같은 사업만 추진하다가 감산 시기를 놓치고 말았다.

 

10년간 쿼터거래 한 번에 부정
현재의 수급상황은 초과원유의 가격조정, 소비촉진확대 운동, 젖소 도태와 같은 단기적 대책으로는 해결이 어려운 상황이다.

우선은 수요에 맞게 농가들의 쿼터 감축하는 재분배가 필요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농가들의 동의를 얻어 내야 한다.

그러나 현재 대부분의 낙농가들은 지난 10년간 폐업한 5000여 농가로부터 고가로 쿼터를 구매한 사람들이다.

이런 농가들에게 아무런 조건 없이 일정한 쿼터를 감축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농가들의 손실만을 강요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쿼터를 농가의 재산으로 인정하고 이를 보상할 방법을 찾아야 하는데 지금까지의 논의는 자율감축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현재 쿼터자율감축논의는 많은 권리금을 지불하고 상가를 임차한 사람에게 재개발을 이유로 권리금 없이 가계에서 나가라는 그런 의미로 낙농가들은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다.

■ 농․민․관 투자 쿼터은행 설립

이를 극복할 방법은 특정 주체가 농가로부터 쿼터를 매입하는 방안이 추진돼야 한다. 2002~2003년 원유공급과잉 시기 정부는 폐업보상을 통해 유업체와 농가들의 퇴로를 열어준바 있고, 이 당시 폐업보상의 기준은 이후 쿼터 거래 기준가격이 됐다.

이번에도 정부가 나서주면 좋겠지만, 정부는 재정적 여유가 없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그래서 수출과 같은 수요확대 정책에만 신경을 쓰고 있고, 업계가 자율감축을 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정부가 전적으로 부담을 하는 것이 어렵다면, 정부, 유업체, 농가가 공동 부담하는 방안을 생각해 봐야 한다.

적정쿼터 매입 가격을 정하고, 정부와 유업체가 쿼터가격의 70%를 부담하고 농가도 30%를 부담하는 방식으로 펀드를 조성해 운용하는 것이다.

이번 공급과잉 상황은 FTA에 따른 TRQ물량의 지속적인 확대도 한몫 한만큼 정부의 투자는 뒤따라야 한다.

그리고 이후 수급상황에 따라 초과원유에 대한 가격조정, 보유한 쿼터의 매입, 매도를 통해 수급을 더 정확히 맞춰나가야 한다.

모아만 놓으면 수급문제는 모두 해결 될 것으로 보았던 집유일원화사업은 극심한 수급불균형상태를 겪으며 2003년 쿼터제가 만들어 지는데 일조했고 10여년 간 수급균형에 일조했다. 그리고 다시 10여년이 흘러 다시 극심한 수급 불균형 상태에 놓여 있다.

이번 기회를 원유수급조절을 위한 낙농유가공산업의 고도화를 위한 기회로 삼고 원유수급조절을 용이하게 하고 향후 수출과 통일 등으로 늘어나는 원유의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시스템이 마련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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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mnews 2015-09-10 00:50:07
농가들은 무분별하게 생산하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쿼터내에서 생산하고 있고, 쿼터를 초과하면 패널티를 받고 있기 때문입니다.

늘근 농부 2015-09-07 09:50:38
이제 집유일원화는 물 건너 갇다 그 이유는 우선적으로 쿼터가격이 유업체 별로 큰 차이가 나고 거래시
쿼터 감량 차와 수급 조절시 증 감량 차이가 너무 커 유업체 별 낙농가의 출혈이 너무 커졌다 이를 해결하지 않고는 집유 일원화는 꿈일 뿐이다 차라리 이제 낙농산업도 대북 진출의 길을 정부가 열어주는것이 더 효율적일수도있다.

늘근 농부 2015-09-07 09:42:08
쿼터제의 실패는 첫째는 정부 주도 쿼터제가 아닌 유업체 별 쿼터제로 유업체벽 수굽 조절과 쿼터관리 에 책임이있다 그로 인해서 유업체별 쿼터 증량과 감량이 낙농가간 형평성을 발생 시키고 심지어 고 쿼터까지 만들었다 둘째는 fta 협정 전 수입 유제품에 대한 낙농산업의 보호 제도적인 실패다 최소한 모조 분유 만큼은 막았어야 한다

낙농천하 2015-09-07 09:15:18
시대의 흐름에 거스르지 않아야한다면 그리해야겠지 줄이라믄 줄여야할것이고 문닫으라면 묻닫아야겠지만 최소한 농가보호정책정도는 마련해주고 수입을하던지 아무대책도 없이 현재 문제점만 놓고 앞으로 가려하니 막상 현장에서 고령화된 노동분포로 한국낙농이 위기인줄은 모르고 향후 5년후는 또 어떤 상황에 놓일지 속수무책 벼랑끝으로만 몰아넣는구나

낙농천하 2015-09-07 09:12:52
인구감소가 원인이 아니라고 말은 못하겠지만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수입물량의 폭발적 증가인데 정부나 유업체는 그 부분에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으면서 인구감소니 농가의 부분별한 생산이니 하며 모두 농가책임으로 몰아가는 멋같은 짖만하고 있으니 해결책이 나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