쳇바퀴 도는 국정감사
쳇바퀴 도는 국정감사
  • 박현욱 기자
  • 승인 2015.09.17 18: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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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9년 최초로 실시된 국정감사는 정부를 견제할 수 있는 실질적인 제도란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국회의원들이 정부의 국정운영 전반에 대한 잘못된 부분을 적발하고 시정을 요구할 뿐만 아니라 의원 각자의 입법 활동과 예산안 심의에 필요한 자료와 정보를 획득하는 자리가 되기 때문이다.

한 달 남짓한 국정감사 기간동안 감사·피감기관의 수장과 실무자들은 가장 바쁜 시기를 보낸다. 언론의 뜨거운 관심이 됐던 사안부터 국민들의 이목을 끌만한 방대한 자료가 양 기관을 오가고 수많은 보도자료와 해명자료가 언론사 메일함을 가득 채운다.
 
공격과 방어의 교묘한 전투는 양 측의 날선 공방 속에 무르익고 국정감사 당일 치러지는 일종의 ‘푸닥거리’는 정점에 이른다. 국회 정기회 집회일 이전에 실시되는 이 같은 연례행사는 국민의 세금이 적절한 곳에 적절히 쓰였는지를 판가름하는 가늠자 역할을 한다. 전 국민의 눈과 귀가 국감장으로 쏠리는 이유다.
 
이웃집에서 굿을 하면 지나가는 행인도 발걸음을 멈춘다고 했던가. 무당의 현란한 춤사위에 구경꾼들은 시간가는 줄 모르고 무당이 작두를 탈라 치면 아슬아슬한 모습에 가슴을 쓸어내린다. 언제부턴가 정부와 국회의 ‘푸닥거리’에 작두타는 모습이 사라졌다.
 
국감장에 긴장감은 온데간데 없고 뻔한 질문과 뻔한 대답이 오간다. 해마다 반복되는 같은 지적과 같은 해명이 이어진다. 가뭄에 콩나듯 날선 질문에는 황당한 대답만 나올 뿐이다.
 
국감의 본연의 취지는 사라진지 오래고 간혹 국회의원들은 자신의 지역구를 챙겨달라고 피감기관장을 채근하기도 한다. 기관장들은 예산이 부족하다는 말로 일관하고 검토해 보겠다는 의지만 보이면 강도높은 질문 수위도 낮아진다. 국정감사의 최대 화두가 피감기관장의 태도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최근 전라남도 나주에서 열린 한국농어촌공사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의 국정감사장 앞에서는 몇몇 농민들이 확성기를 들고 목소리를 높였다. 목에 핏대를 세우고 열변을 토하는 농민들과 긴장감 없는 국감장의 모습이 묘한 대비를 이루는 ‘웃픈’ 광경이 펼쳐졌다.
 
이제 “국감도 국감을 받아야 한다”는 한 농민의 말처럼 이제 국감도 국감을 받아야 할 때가 온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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