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농가는 정말 더 이기적일까?
낙농가는 정말 더 이기적일까?
  • 김재민 기자
  • 승인 2015.09.18 11:12
  •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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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된 공급과잉에도 수급조절 비협조

한우·양돈농가 수급조절 사업 주도와 대조

낙농유가공산업이 지난해부터 이어진 수급불안으로 긴급히 원유감산에 나서야 하지만, 낙농가들의 강한 반발에 부딪혀 수급조절 적기를 놓치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실제로 낙농가들의 행태를 살펴보면 감산을 해야 하는 시기에 불쑥 생산량이 늘어나는 경우도 있었고, 누가 봐도 감산을 해야만 한다는 수많은 지표가 나옴에도 불구하고, 쿼터감축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으름장을 놓기 일쑤다.

이로 인해 낙농가들의 파트너인 유업체와 정부, 낙농진흥회 등은 수급조절에 비협조적인 낙농가에 대한 불신으로 가득하다.

■ 수급조절에 비협조적인 낙농가
유가공업계 관계자들을 만나면 모두가 다 살기 위해서는 원유가 필요한 양만큼 생산될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농가들이 좀처럼 감산에 협조를 하지 않는다는 토로를 수없이 들었다.

낙농진흥회가 출범한 직후인 1999~2002년까지 집유일원화 사업을 추진했던 농림부와 낙농진흥회는 쿼터라는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다. 쿼터제 도입은 감산을 위한 시도라는 게 농가들의 주장이었고, 낙농진흥회는 쿼터제를 도입하지 않고 집유일원화사업을 추진하다 공급과잉 상황에서 수급조절을 하지 못해 천문학적 손실을 입고 말았다.

기자가 축산언론에 몸담은 15년여의 시간을 생각해 보니 실제로 낙농가들은 수급조절을 늘 반대해 왔고, 이로 인해 수급조절 타이밍을 놓쳐 유업체, 정부, 낙진회 등이 손실 입기도 했고 수많은 유업체들이 구조조정이라는 소용돌이에서 빠져 도산하거나 주인이 바뀌는 일이 비일비재 했다.

그렇다면 낙농가들은 왜 수급조절에 협조하지 않는 것일까.

다른 품목을 살펴보자. 한우와 양돈, 양계분야는 회의의 주된 이슈 중 하나가 수급조절이다.
수급조절 반대 기조만을 줄기차게 주장해온 낙농단체들과 달리 한우, 양돈, 양계 단체들은 공급 과잉될 것으로 전망되면 수급조절을 위한 논의에 들어간다.

낙농가들의 수급조절 반대 투쟁과는 상반된 모습이다. 낙농가는 한우, 양돈, 양계 농가보다 이기적이고 기회주의적이기 때문일까? 그 이유를 더 살펴보도록 하겠다.

■ 낙농가들은 더 이기적인가?
낙농가들이 수급조절 논의에서 소극적 행태를 보이는 이유는 공급이 과잉되더라도 당장 손실을 보지 않는 구조가 주된 원인이다.

고정된 가격에 거래가 이뤄지는 원유거래의 특성상 판매부진에 따른 손실은 유업체나 낙농진흥회가 입을 뿐이지 농가들은 단기적으로는 입지 않기 때문이다.

한우나 양돈 등의 품목은 수급상황에 따라 가격이 오르기도 하고 내려가기도 하기 때문에 어느 주체보다 먼저 수급조절이 필요하다는 이슈를 들고 나오기 마련이다.

낙농가들의 수입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는 수급상황이 아니라 기본가격, 생산량, 인센티브가 지급되는 지방, 체세포, 세균수의 관리이기 때문에 낙농가들은 생산비가 늘어나면 연대해 기본가격 인상을 위한 집단행동에 나서고,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쿼터매입에 투자를 하고, 철저한 착유관리와 젖소 건강․사양관리를 통해 지방함유량은 높이고 체세포, 세균수는 낮추기 위한 노력을 하게 된다.

낙농가들에게 수급조절이라는 항목은 곧 수입 감소를 뜻하기 때문에 한우와 양돈농가들이 수급조절의 필요성을 이야기 하듯이 낙농가들은 수급조절이 필요하지 않음을 이야기 하는 것이다.

한우나 양돈업계가 수급조절에 신경 쓰고, 낙농업계가 한우나 한돈보다 수급조절에 신경을 덜 쓰는 이유는 낙농가들이 더 이기적이기 때문이 아니다.

한우나 양돈 농가들에게 수급균형은 곧 돈을 벌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기 위한 경제학에서 말하는 이기적 본성에 충실한 모습이고, 낙농가들의 수급조절 반대도 이기적 본성에 따른 행동이다.

아담스미스는 사람의 여러 본성 중 이기적 본성이 가장 큰 힘, 행동의 가장 큰 동기를 부여한다고 그의 주요 저서인 도덕감정론과 국부론에서 여러 차례 언급하고 있다.

■ 수급조절이라는 한배 태우기
한우와 양돈농가들이 수급조절을 이야기하는 것은 이타적 본성에 의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농가들이 수급조절에 협조적으로 나오게 할 것이냐에 있다. 이를 위해서는 낙농업도 수급조절에 참여할 때 수입이 감소하는 것이 아니라 증가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수급조절을 하면 낙농가는 수입이 감소하고, 유업체는 경영상태가 좋아지는 상충관계는 결국 서로 간 불신이 깊어지고 수급조절을 이야기하는 정부나 낙농진흥회가 유업체 편이라는 생각을 갖게 한다.

한우나 양돈은 시장기구를 통해 가격이 결정된다. 수급조절을 통해 공급량을 줄여나가면 가격이 오르는 인센티브가 발생한다. 정부가 지급하는 것이 아닌 시장에서 인센티브를 제공하기 때문에 정부도 이익이다.

이를 응용해 원유를 시장기구를 통하게 하는 것을 고민해 볼 수 있다. 낙농업의 특징상 고정된 가격에서 원유의 거래는 불가피하지만 이로 인해 시장상황에 따라 수급이 맞춰지지 않기 때문에 필요량의 80~90%의 물량은 현재와 같은 방식으로 거래를 하고, 10~20% 물량을 수급상황에 따라 가격이 책정되는 도매시장과 같은 시장기구를 통해 거래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수급조절과 관련된 구체적 이야기는 본지 9월 14일자를 통해 자세히 다루었기 때문에 더 이상 언급하지 않겠다.

■ 통제된 이기심은 경제발전의 원동력
이기적 마음은 인간이 가지고 있는 여러 본성 중 강력한 본성중 하나라는데 경제학계는 오랫동안 주목해 왔다.

초기 국가를 경영하던 사람들은 인간의 이 이기심을 억누르는데 급급했지만 경제학은 이기심을 경제발전의 원동력으로 보고 권장할 정도다.

낙농유가공업계도 이 이기심에 덕을 본적이 있다.

구제역 상황이 종식된 2011년 많은 젖소가 살처분 되면서 원유가 모자랐고, 유업체들간 농가 빼앗기를 하는 상황이 벌어질 정도로 공급이 부족했으나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한 이기심이 농가들 사이에서 발동한 결과 1년여 만에 구제역 발병 이전 수준으로 원유를 생산해 냈다.

하지만 현재는 그때와 반대의 상황이 연출 중이다. 원유가 남는 비상 상황으로 정부와 낙농진흥회가 빼어든 카드는 인간의 강력한 본성인 이기심 보다는 이타적 본성에 기댄 정책을 제안하고 있다. 원유의 공급과잉으로 유업체와 정부가 막대한 손실을 보고 있으니 농가들이 스스로 감산에 참여해 고통 분담에 나서달라는 것이다.

정부와 낙농진흥회의 호소에 공감하는 농가들은 분명 있을 것이다. 또 일부 농가는 실제로 감산에 동참하는 농가들도 있었다. 인간은 이기적 존재이면서 이타적 존재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타심에 기댄 정책은 늘 별 효과를 보지 못했다. 원유가 2년 넘게 지속적으로 과잉 생산되는 게 그 증거다.

이타심보다 이기적 본성이 더욱 강력하기에 전체 농가가 수입 감소가 불가피한 감산에 나설 것이라는 기대는 하지 말아야 한다.

원유의 부족을 이기심으로 극복했던 것처럼 원유의 공급 과잉도 이기심으로 극복하는 방안이 바로 일부 원유를 시장기구를 통해 거래하는 것이다. 수급조절이 유업체에게만 도움이 되고 농가들은 손해 보는 장사가 아니라 농가들도 이익이라는 것이 감지된다면 농가들은 알아서 수급조절에 나설 것이다.

정책에도 철학이 필요하다. 농가들이 이기적이라고 탓할게 아니라 이기적 본성을 잘 활용할 수 있는 지혜가 정책설계자와 학계에 필요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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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농천하 2015-09-24 08:45:18
세상엔 마실것들이 많고 그 마실것들도 생존하기위해 자신들의 장점을 부각시키며 어필하여 우리 낙농가의 생존에 걸린 적으로 싸워 나갈것입니다.. 우리는 가끔 가다 마시는 음료가 아닌 매일 물과같이 마시는 음료라는 장점이 있고 그런 장점을 더 깊숙이 끌고 가려거든 가격경쟁력을 포기해서는 안됩니다 지금이라도 소비자가를 낮출수있는 낙농정책,그리고 사료자원개발,낙농가의식개선이 시급할 시점입니다..

낙농천하 2015-09-24 08:41:13
아직도 우리 나라사료회사 직원, 낙농학 박사라는 사람들은 그저 고능력우 잘 관리해내도록 컨설팅해주는게 자신들의 사료가, 자신의 박사직위가 남들에게 인정받는 자랑스런 일인양 세미나를 하며 떠들고있지요..
농장주들의 과욕과 그런 낙농사양방법이 맞물려 현재의 고가의 원유의 과잉생산 구조가 만들어졌는데..
아직도 평균산차2.5산도 못넘기는 형편없는 낙농수준인데 낙농선진국이라 자화자찬하며

낙농천하 2015-09-24 08:37:52
더불어 많은 양의 원유만 생산해내려 고가의 수입 사료자원에만 의존해온 우리 나라 낙농방향 자체가 문제이지요. 글리세린? 기타등등 수많은 초식동물이 자연상태에서는 절대 먹을수없는 것들이 인간의 과욕을 충족시키기위해 소들에게 먹여졌고 많은양의 우유를 얻는대신 원유가격은 비싸게 책정될수밖에 없는 구조로 방향을 꺽어왔습니다

낙농천하 2015-09-24 08:34:02
국부론에 이기심 이타심 이런 어려운 심리학까지 들먹일 필요있나요..
정부의 형편없는 공무원들이 형편없는 정책을 세워놓고 자기 밥그릇 지키기만하려한 후폭풍일 뿐입니다.
수입물량만 조절하면 우리나라 생산량으로 절대 원유가 남아돌 이유가없는데 무조건 낙농가 과잉생산탓으로만 돌리려는 유업체 정부의 부족한 역량탓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