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에서 농작물 바이러스병 방제 배운다
메르스에서 농작물 바이러스병 방제 배운다
  • 김지연 기자
  • 승인 2015.10.29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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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원예특작과학원 원예특작환경과 농업연구관 최국선

올 봄 발생한 메르스, 이 작은 바이러스가 국민의 생명을 위협했을 뿐만 아니라 국가 경제에도 큰 손실을 초래했다. 인간에 발생하는 메르스나 농작물을 가해하는 모자이크병이나 병을 일으키는 원인 병원체는 모두 ‘바이러스’이다.

농업은 생명의 창고이다. 이 생명의 창고를 위협하는 농작물 바이러스병의 종류가 최근 다양화되고 있으며 병 확산은 점차 가속화되고 있다. 이것은 무역자유화에 따른 농산물 국제교역의 증가와 국외여행의 자유화로 국내에 발생하지 않았던 바이러스가 외국으로부터 유입될 수 있는 기회가 점차 증가되고 있다.

한반도의 기후 온난화는 농작물 바이러스병을 옮기는 해충의 월동이 점차 용이해지고 있고 이들 해충의 밀도 증가로 바이러스병의 발생을 가속화시키고 있다. 또한 재배 작물의 집단화와 연속적으로 이어짓기, 어린 육묘의 장거리 이동 재배 등은 바이러스병의 지속적인 발생과 바이러스병의 지역 간 확산 수단이 되고 있다.

농작물이 바이러스병에 걸리면 잎은 얼룩덜룩해져 영양분을 생산하는 광합성 작용을 방해하여 식물체의 정상적 생육을 저해한다. 감염된 열매는 울퉁불퉁하거나 작아져 상품성을 잃게 한다. 특히 작물의 생육초기에 감염될 경우 수량이 90% 이상 감소된다. 바이러스병의 종류에 따라 피해양상은 다양하다. 특히, 금년도 봄에 서해안지역에 고추와 토마토에 병을 일으킨 토마토반점위조바이러스(TSWV)는 이들 작물의 생육 중에 재배를 포기한 농가도 있었다.

농작물에 피해를 주고 있는 바이러스병에 대한 약제는 없는가? 결론적으로 농작물 바이러스병의 치료 약제는 세계적으로 개발돼 있지 않는 실정이다. 하지만 약제가 없다고 이 병을 방제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메르스 사태에서 백신이라는 약제도 없이 이 병을 극복했다. 바로 철두철미한 방역과 예방 효과였다. 그리고 온 국민이 이 병의 생태에 대한 지적 관심과 예방 실천이었다.

바로 이것이 골칫거리로 알려진 농작물 바이러스병을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다. 우선 농작물에 발생하는 바이러스병을 방제하기 위해 정확한 진단이 필요하다. 사람이 병원에 가면 의사가 가장 먼저하는 것은 환자에 대한 진단이다. 농작물 바이러스병도 마찬가지로 진단 없는 방제는 없다. 잘못된 진단은 병을 더 확산시킬 수 있다. 바이러스병의 발생 초기 진단이 이 병을 예방할 수가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농촌진흥청에서는 2분내 농업현장에서 바이러스병을 손쉽게 직접 진단할 수 있는 12 종류의 진단키트를 개발해 8만3000여점을 전국 농촌진흥기관에 보급해 활용하고 있다.

정확한 진단으로 대상 바이러스에 대한 발생 생태는 많은 연구자들로부터 연구가 되어 있다. 어떤 바이러스가 작업도구로 전염되는지 단지 곤충으로 확산되는지 등 대상 바이러스의 전파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필요하다. 농작물 바이러스병의 예방은 이들 전염의 연결 고리를 끊어내는 것이다. 모든 병은 발생 초기에 방제해야 한다. 마치 악성 암 덩어리를 의사가 수술하는 것처럼 농작물의 생육 초기에 바이러스병이 발생한 몇몇 포기를 제거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메르스의 종식시점이 눈앞에 다가왔다. 이러한 일연의 과정은 농작물 바이러스병 방제에 시사하고 있다. 개체보다 집단을 중요시하는 농작물에서는 약제로만 병을 고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정확한 진단으로 전염원 생태의 연결 고리를 끊는 것이 곧 지금의 바이러스병 방제의 방법이다. 의학 분야의 많은 연구자들이 메르스 백신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처럼, 농작물 바이러스병의 치료 약제개발에도 새로운 움이 트고 있고 그 날의 결실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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