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ARC, 적색육 2군, 햄·소시지 1군 발암물질 규정
IARC, 적색육 2군, 햄·소시지 1군 발암물질 규정
  • 김재민 기자
  • 승인 2015.10.29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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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산업계 소비 감소 전전 긍긍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가 소시지, 햄, 핫도그 등 육가공품을 담배나 석면과 같은 암 발병 위험을 높이는 1군 발암물질로 분류했다. 또 쇠고기와 돼지고기와 같은 적색육 섭취도 암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는 평가를 내리며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발표 수주전부터 IARC의 발표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웠던 육가공업계는 이번 발표에 올것이 왔다는 자조석인 반응부터 과도한 접근이라는 분노 섞인 반응까지 넘쳐 나오고 있다.

■ 어떤 근거로 발암물질
IARC는 육류 섭취와 암의 상관관계에 대한 800여건의 연구조사를 검토한 결과, 소시지나 햄 등 육가공품과 적색육이 직장암이나 대장암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IARC는 육가공품을 1군 발암물질로 분류했는데, 베이컨, 핫도그, 소시지, 햄, 런천미트, 쇠고기 통조림, 육포 등이 여기에 속한다.

IARC는 또 적색육 섭취가 발암 유발 효과가 있다는 것을 입증하는 일부 제한적 증거가 여러 선행연구를 통해 확인됐다며, 추가 조사를 통해 향후 발암 위험물질 2A군으로 분류할 수 있다고 밝혔다.
IARC 보고서에 따르면 매일 가공육 50g을 먹으면 대장암 위험이 18% 높아지고, 이와 함께 전립선암과 췌장암 위험도 증가한다고 밝혔다.

신선육류도 매일 100g의 적색육을 섭취하면 대장암 발병 위험을 17% 높이는 것으로 조사됐다며, 다만 붉은 고기와 암과의 연관성이 아직 높지 않아 붉은 고기를 가공육 보다 한 단계 아래인 2A군 발암물질로 분류한 이유를 밝혔다.

■ 육가공품 소비 급락 육가공주 주가는 하락
이 같은 연구발표결과가 여러 외신 보도를 통해 국내에 전해지면서 시장도 뜨겁게 반응하고 있다.

이마트 관계자에 따르면 이 같은 소식이 국내로 전해지면서 매장 내 육가공품 판매량이 급감하고 있다며 발표 전 대비 20% 정도 판매량 감소가 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연구 결과 발표는 주가에도 영향을 미쳐, CJ, 동원, 롯데푸드, 선진 등 육가공품 관련 주가도 하락하기 시작했다.

이번 WTO의 발표에 따른 소비부진과 관련된 조사가 구체적으로 발표되면 추가적인 주가하락도 불가피한 것으로 보여진다.

육가공품이 좋지 않다는 연구 결과는 이번만의 일은 아니다.
여러 학자들이 관련 보고서를 내 놓았지만 국제암연구소와 세계보건기구라는 국제기구가 이번 보고서 연구자와 발표자로 나섰기 때문에 공신력에서 크게 앞서나가고 있다.

이번 보고서는 지속적으로 인용되며 축산업계와 육가공업계에 부담을 줄 수밖에 없고 공신력 높은 기관의 보고서인지라 여러 식생활 교육자료에 포함되고, 교과서 같은 곳에도 인용될 가능성이 다분히 높다.

독일, 영국, 호주 등 육가공품 소비가 많은 나라들은 주무부처 장관들이 나서 국민들을 안심시키고 있는 상황이다. 햄과 소시지가 담배나 석면과 동급이라는 주장은 소비자들에게 필요 이상을 불안감을 심어주고 있다는 것이 이들 국가들의 논리고, 실제로 우리 주변에 발암 물질 아닌 것이 없을 정도로 암만을 놓고 보았을 때 위험 물질 속에 살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 농림축산식품부도 축산업계 대표자들과 긴급회동을 가진 것으로 전해지는 가운데, 축산업계가 아닌 정부차원에서 대응하기로 결론 내려진 상황이다.

■ 다분히 미국․유럽기준 보고서
그렇다면 이번 보고서는 어떤 배경에서 나왔을까?

미국과 유럽 등 육류를 주식으로 삼고 있는 서구사회는 지속적으로 안티축산에 시달려 왔다.

고기를 너무 많이 먹는다. 우유를 너무 많이 먹는다며 각종 질병의 원인으로 이 축산식품을 지목해 왔다.

실제로 이들 국가들의 육류소비량은 연간 80~110kg에 달한다. 베이컨, 햄버거, 소시지 등을 많이 먹기 때문에 육가공품 소비도 아시아 국가들과는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다. 우유도 하루 700~1000ml를 마신다.

당연히 이런 식품의 과도한 섭취는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육가공품 섭취량도 14년 기준 독일이 연간 30.7kg를 섭취하는 반면 우리나라는 4.4kg에 불과하다. 육류소비량도 우리는 14년 45.3kg을 먹을 뿐이고 그중 12kg 정도는 백색육인 닭고기였다.

결국 국제암연구소(IARC)의 보고서는 우리나라와 같이 육류소비가 적은 아시아 국가 대상이 아닌 육류소비가 많은 서구사회를 겨냥한 것이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당연히 IARC가 검토했다는 800여건의 수많은 논문과 보고서도 유럽과 미국과 같은 나라 국민들을 대상으로 연구되고 작성됐다고 보아야 한다. 크게 우려할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문제는 우리 영양학계, 의학계다. 외국 자료를 맹신하는 우리 학계의 풍토상 주요한 위험 요소로 받아들이고 인용할 공산이 크다. 기저율, 식문화, 식습관에 맞는 연구가 필요함에도 서양의 연구를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에 김치나 젓갈과 같은 건강 발효식도 소금덩어리 불량식품으로 치부될 정도다.

■ 축산업계 수급불균형 불가피
문제는 이렇게 낙인찍기로 국내 육가공업계와 축산업계의 피해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앞에서 이야기 했듯이 이번 보고서는 여러 연구자들 채식주의자들 동물복지론자, 영양학자들 사이에서 두고두고 회자되고 인용될 것이 분명하다.

그럴 때 마다 축산물 소비에 악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특히 양돈업의 경우 목살, 삼겹살, 갈비살을 제외한 대다수의 부위가 육가공품으로 소비가 되고 있기 때문에 부위별 수급불균형이 장기적으로는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

오리산업도 대부분을 오리고기를 훈제 형태로 가공해 판매하고 있기 때문에 역풍을 피해 갈 수 없을 것이다.

이번 보고서의 최대 수혜자는 양계업계다. 백색육의 닭고기는 권장되는 육류로 분류되고 있고, 적색육의 빈자리를 채워나갈 공산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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