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쓰는 낙농유가공산업 위기 분석
다시 쓰는 낙농유가공산업 위기 분석
  • 김재민 기자
  • 승인 2015.11.09 16: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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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까지 어떻게 원유 수급을 맞춰왔을까?

수급조절 비용, 낙농가 8000억원 vs. 정부 4200억원 지출
원유수급균형, 정부 지출 보다 낙농가 희생으로 유지된 것

본지는 지난 8월~9월 총 4차례의 보도를 통해 낙농유가공산업이 직면한 위기를 고찰하고 대안을 제시한바 있다.

특히 현재의 수급불균형이 낙농가의 대책 없는 원유 증산이나, 원유가격 연동제로 인한 유제품 가격이 높게 형성되면서 소비를 감소시켰다는 일반적인 시각이 잘못됐다는 것을 논증했고, 저출산으로 인한 수요 감소가 결정적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이 중 저출산과 관련한 논증은 2001년부터 지속된 사회 현상이었기 때문에 이미 시장 상황에 반영된 것인데 2010년까지 큰 문제가 없던 수급상황이 2013년부터 급격히 나빠져 현재에 이르고 있는지는 설명이 충분치 않아 이에 대한 보충 설명을 이번 보도를 통해하고, 당시 수급균형을 이루기 위해 수급조절 비용을 누가 부담했는지 덧붙여 설명하려 한다.

2013년 이후 수급불균형이 낙농진흥회와 유업체 관계자들의 설명을 종합하면 2010~2011년 구제역으로 인한 대규모 살처분과 그 과정에서 모자라는 원유수급을 위해 무리하게 증산 정책을 펼쳤던 시기가 원유의 꾸준한 감산 기조를 허물어버렸다는 게 결정적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하지만, 2014년 3분기 이미 젖소 사육두수는 수급균형이 이뤄왔다는 2010년 수준으로 감소했고, 2015년 3분기에는 그보다 1만1천여두가 더 도축되면서 2015년 젖소 사육두수는 2000년 이후 최소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정부와 유업계가 이야기하는 수급블균형 문제는 지난해 말부터 서서히 해소됐어야 했다.

결국 현재 진행되고 있는 수요감소 속도가 낙농업계의 감산속도를 크게 앞지르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 2003~2010년 수급균형의 비밀
낙농유가공업계는 2002년 극심한 수급불균형을 겪은 이후 농가폐업프로그램 도입, 농가마다 기준원유량 설정(이후 농가당 쿼터로 암묵적으로 굳어짐) 등을 통해 생산억제를 지속해 왔다.

원유수급불균형으로 어려움을 겪던 2002년은 본격적인 저출산 기조가 시작됐던 해로 63만4501명이 태어났던 2000년을 기준으로 매년 15만2933이 2014년까지 적게 태어났기 때문에 해가 지날수록 국내산 유제품의 수요가 가중되어 감소하기 시작했다.

이 같은 인구감소의 영향이 다른 축산물과 달리 유독 유제품에 집중된 것은 유제품의 주 소비층이 14세 이하 영유아와 어린이들이기 때문으로 인구감소에 따른 수요 감소는 장기적으로 다른 축산물은 물론이고 다른 농식품으로도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본격적으로 인구가 감소하고 있는 상황에서 2003년 이후 조금은 과잉 상태였기는 하지만 수급을 맞춰갈 수 있었던 것은 쿼터제 도입과 그에 따른 한계농가들의 시장 탈출이 신속히 이뤄졌기 때문이다.
2003년 말 기준원유량 설정이후 서울우유협동조합 농가들은 쿼터를 타 농가에게 매매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요구를 하게 되고 조합은 이를 수용하는 대신 원유공급과잉 상황을 고려해 20% 물량을 거래 과정에서 소각하도록 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서울우유의 쿼터 거래와 기준원유량 일부 소각 프로그램은 바로 낙농진흥회도 수용했고, 이 같은 거래 방법은 전체 낙농유가공업계로 전파된다.

이때부터 후계자를 구하지 못한 고령의 낙농가들, 더 이상 낙농목장을 운영하기 어려웠던 한계농가들은 쿼터를 타 농가에 매각하기 시작했다. 쿼터 거래 대금이 낙농가들에게는 퇴직금과 같은 역할을 하면서 작은 소득이라도 얻기 위해 낙농목장을 어렵게 유지하고 있던 고령농들이 목장을 폐업하게 하는 인센티브 역할을 하게 됐고, 꾸준한 수요감소에도 수급이 어느 정도 맞춰질 수 있게 된 것이다.

▲ 통계청, 낙농진흥회

■ 수급조절 시스템의 고장
초기 폐업은 1천여 농가 이상으로 많았지만 사육규모가 작은 영세 목장이 주를 이루면서 사육두수 감소폭은 크지 않았다. 하지만 쿼터거래가 활성화 되면서 목장을 키우려는 농가들의 강력한 매수세로 쿼터가격이 치솟으면서 중대형 농장들도 목장폐업 대열에 동참했다.

문제는 폐업농가의 수와 감소되는 사육규모가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줄어들기 시작했다는데 있다.
사육두수 감소는 2004년 3분기 2만3034두로 정점을 찍은 이후 매년 감소해 2008년 3분기 1만431두를 끝으로 2009년에는 6890두 2010년에는 8490두가 감소했다. 2010년 통계에는 구제역으로 인한 살처분이 포함됐기 때문에 구제역이 아니었다면 사육두수 감소폭은 더 줄었을 것이다.

한계목장의 시장 퇴출이 쿼터제 도입 이후 M&A를 통해 상시 이뤄졌으나 목장수가 6000농가 이하로 떨어진 이후부터는 상황이 달라지는데 계속 목장 경영을 결심하고 있는 중대형 농장만 남은 현재의 상황에서 시장에서 인수합병을 통해 자연스럽게 원유생산량(쿼터)이 감소되는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게 된 것이다.

2003년 도입된 쿼터의 거래 즉 목장의 인수합병은 2010년까지 원유수급을 맞추는 결정적 역할을 했지만, 폐업을 할 만한 한계농가 수가 급격히 줄어든 2010년 이후부터는 다른 방식의 수급조절 제도 마련이 필요한 시기였다.

하지만 2010~2011년 구제역으로 인한 살처분과 그로 인한 갑작스러운 공급부족이 수요부족으로 인한 충격을 잠시 2012년 뒤로 연장시켰고, 구제역으로 인한 원유부족사태 해결에 올인 했던 낙농유가공업계는 이후 다가올 수요 감소에 대한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며 현재의 대규모 수급불균형 사태를 맞이하고 만 것이다.

■ 수급조절 비용 누가 부담했나
현재까지 정부는 ‘용도별차등가격제’라는 사업으로 일부 잉여물량에 대해서도 정상가격을 보장해 주고, 유업체는 저가에 원유를 공급하는 방식으로 수급조절에 기여해 왔다.

하지만, 실제 수급조절은 현재 남아 있는 농가들이 거액을 투자해 한계농장을 M&A하고 20%의 기준원유량을 소각함으로써 이뤄졌다.

정부의 재정투입은 생산량을 줄이는 사업이 아니라 지지하는 사업이었고, 목장 M&A과정에서 지불한 비용으로 실제 쿼터소각이 이뤄졌고, 한계농가의 퇴출이 이뤄졌으니 결국 원유의 수급조절은 쿼터를 사고판 농가들이 해오고 있었던 것이다. 이로 인해 정부의 수급조절 자금도 계속 감소하는 등 수급균형으로 계속 다가갈 수록 정부의 재정부담도 해소되게 됐다.

정부가 매년 200억원대의 자금을 수급조절을 위해 활용해왔다지만, 실제 낙농가들은 지난 10여년간 더 큰 규모의 수급조절 자금을 부담해 온 것으로 추산된다.

현재 낙농가들이 지불한 비용과 소각된 쿼터양을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사육두수 감소 두수에 두당 평균산유량과 현재 쿼터거래가격 등을 활용해 공식을 세워 그 규모를 추산해 볼 수 있다.

기자는 [(2003사육두수-2015년 사육두수)×두당 평균산유량×평균쿼터거래가격×0.6조절계수=낙농가 수급조절비용지출규모]라는 공식을 세웠는데, 여기서 조절계수 0.6은 낙농목장에는 착유를 할 수 있는 경산우 뿐만 아니라 후보축들도 함께 사육되고 있기 때문에 후보축 두수를 40%로 가정했고, 집유주체마다 쿼터 가격 등에 편차가 있지만 본지에서 낙농진흥회 평균쿼터가격 40만을 대입해 낙농가가지불한 수급조질 비용을 계산해 냈다.

2003년부터 낙농가들은 최소 7823억9520만원의 수급조절을 위한 비용을 부담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는 정부 지출 규모를 뛰어 넘는 금액이고 서울우유협동조합 같은 쿼터가격이 높은 지역까지 고려한다면 그 금액은 8000억원 대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 수급조절 기금 정부-유업체-농가 공동조성 필요
2000년 이후 지속된 저출산에 따른 꾸준한 수요감소 속에서도 시장을 통한 목장 M&A와 그 와중에 파생된 20%의 쿼터소각은 2010년까지 수급균형을 가능하게 한 주된 원인이다.

하지만 이제 목장을 폐업할 또 쿼터를 매입할 주체가 급격히 감소한 2010년 이후부터는 과거와 같은 방식으로 수급균형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 됐다.

보다 적극적인 개입을 통한 쿼터의 소각이 불가피한데, 문제는 현재의 논의가 농가들의 양보, 희생을 요구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미 2003년 이후 낙농가들 특히 쿼터를 매입 매각해온 낙농가들은 7823억원이라는 막대한 수급조절 자금을 지불해 왔다.

현재 수급조절 논의는 지금까지 수급조절을 위해 엄청난 비용을 지불한 낙농가들에게 또 다시 짐을 지우게 하는 것이고 당연히 농가들은 비협조적으로 나올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이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은 정부와 유업체가 기금을 조성해 쿼터를 매입하는 것이다. 다만 정부와 유업체의 부담을 조금 해소하기 위한 수단으로 낙농가들도 20% 소각물량을 30% 정도로 확대하는 방식으로 수급조절에 동참할 필요가 있다.

또한 단기간의 구조조정은 향후 원유수요에 능등적으로 대응할 수 없기 때문에 3~5년 정도 장기프로그램으로 이를 진행한다면, 현재의 수급불안 상황을 해소하고, 항구적인 수급균형을 위한 단초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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