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만원이면 최고급 한우를··· “맛보고 즐기고”
2만원이면 최고급 한우를··· “맛보고 즐기고”
  • 박현욱 기자
  • 승인 2015.11.20 07: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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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방-한우알뜰매장 1호점 직접 가보니...]

▲ 지난 10월 경기도 화성시 팔탄면에 '한우알뜰판매장 1호점’이 정식 오픈했다. 이 매장은 한우 산지가격과 소비자 가격 연동을 통한 합리적인 가격 형성을 목표로 개설됐다. 이 매장에서는 전북에서 공수한 고품질의 고산한우를 저렴한 가격에 맛볼 수 있다. 사진은 매장 입구의 모습.
한 번 찾은 소비자 줄 잇고 단체회식 문의 빗발
한우 생산 조합원이 직접 운영 중간마진 ‘0원’
소매유통 농가진출 안정적인 산업구조 발판될까

1등급 한우 구이용 등심이 100g에 7500원. 채끝, 부채살, 치맛살 등 특수부위는 8170원. 각종 채소와 반찬을 곁들여 공기밥을 추가하고도 1인당 2만원이면 전북에서 공수한 최고급 한우를 배불리 맛보는 데 손색이 없다. 여기에 소주 1병은 덤.
 
지난 10월 12일 경기도 화성시 팔탄면에 개장한 한우알뜰매장 1호점인 고산미소 한우 직판장의 쇠고기와 상차림 비용이다. 시중 정육점에서 1등급 한우 등심이 9000원에 판매되는 것과 비교하면 15% 가량 저렴한 가격이다.
 
정육식당 형태로 운영되는 이 매장은 매장 내 정육점에서 한우를 구입하고 상차림 비용만 추가하면 한우를 맛볼 수 있는 게 특징. 정육식당은 서울시내에서도 흔히 볼 수 있지만 이곳은 매장 운영이 가능할까 싶을 정도로 저렴한 가격을 자랑한다.
 
비밀은 임대료에 있다. 시중 정육식당은 매장을 운영하기 위해 월 3000만원 이상의 임대료를 가격에 붙여 파는 것과 달리 한우알뜰매장은 매장 운영 주최인 전북완주한우협동조합이 한우자조금관리위원회가 실시한 공모사업에 선정돼 부지매입까지 마쳤기 때문이다.
 
또한 중간 유통마진 없이 조합원들이 생산한 고품질 한우를 직접 가져오는 직거래 형태를 갖추면서 생산자들에게는 제값을, 소비자들에게는 저렴한 가격에 한우를 공급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여기에 조합 임원들의 철학도 한몫했다. ‘조합원들에게 소만 잘 팔아주자’라는 생각이, 자칫 수익사업으로 전락할 수 있었던 소매유통업의 한계를 넘어설 수 있는 기반이 될 수 있었다.
 
생산에서 소비까지의 논스톱 유통은 이미 전북완주에서 성공모델로 자리 잡은 바 있다. 완주한우협동조합은 2012년에 설립돼 13년에는 전북에 판매장을 오픈하고 20~30% 저렴한 고기를 소비자들에게 공급해 큰 호응을 얻었다. 전북에서 생산되는 한우 중 연간 1000마리 가량을 이 매장에서 소화할 정도로 모범 한우판매장으로 거듭났다.
 
2012년부터 2014년, 한우가격이 폭락을 거듭하면서 한우농가수가 반토막이 났을 때도 완주조합원들은 제값을 받으면서 살아남을 수 있었다. 이 같은 학습효과가 지금의 한우알뜰매장 1호점이 탄생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박일진 완주한우협동조합 총무이사는 “한우유통을 자본에게 맡겨 놓으면 그 이익은 다시 자본에게 돌아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며 “2012~2014년 한우가격 폭락으로 극심한 구조조정을 겪을 수밖에 없었던 한우농가들이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은 소매유통에 직접 진출하는 것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가격이 널뛰는 불안정한 한우산업구조 속에서) 농가들이 살아남을 수 있는 지속가능한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서는 소비시장에 농가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 자본이 잠식하고 있는 유통구조를 견제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과 지근거리에 위치한 알뜰매장이 풀어야 할 숙제도 많다. 최근 높아진 한우가격으로 인해 매장 경영이 쉽지 않고 서울과 가까운 경기권에 자리 잡긴 했지만 다소 외진 지리적 특성으로 유동인구가 많지 않아서다. 매장 개장 후 한 달이 지난 시점, 싼 가격과 고품질로 승부하면서 소비자들의 입소문을 타고 있긴 하지만 아직까지 홍보가 부족한 상황.
 
매장 관계자는 “한번 알뜰매장을 방문한 고객은 지속적으로 찾아올 정도로 호응이 좋고 저렴한 가격에 단체회식 문의도 많지만 큰 도로에 인접해 있지 않은 지리적 특성으로 유동인구의 유입은 적다”며 “앞으로 지속적인 홍보를 통해 고품질 한우를 소비자들에게 선보이고 싶다”고 전했다.
 
완주한우협동조합에서 목표로 하고 있는 미경산 한우 판매도 넘어야할 난관이다. 출산 경험이 없는 암소를 일컫는 미경산 한우는 맛과 식감이 뛰어나 한우협회 전북도지회에서도 독자 브랜드로의 가능성을 꾸준히 타진해 온 바 있다. 조합에서는 미경산 한우판매 시험대로 한우알뜰매장 1호점를 창구로 활용하려고 했지만 마리당 가격이 40만원가량 높아 한우가 현재와 같은 높은 시세를 유지할 때는 소비저항으로 인해 판매가 어렵다.
 
이근수 한우자조금관리위원회 위원장은 “한우알뜰판매장 1호점이 앞으로 넘어야 할 난관은 많지만 향후 한우농가의 생존권을 타진할 수 있는 중요한 시험대로서 의의가 있다”며 “가격 변동성이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한우산업 특성상 알뜰 매장은 농가들이 안정적인 영농활동을 이어갈 수 있는 안정장치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우농가와 소비자가 윈윈할 수 있는 조합중심의 소매유통 모범사례를 만들기 위해 노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우업계에서 야심차게 준비해 설립한 한우알뜰매장. 최근 높아진 한우가격으로 인한 경영난으로 폐업하는 한우직영점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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