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계업계 파란 유통 중단 선언 왜 못하나
양계업계 파란 유통 중단 선언 왜 못하나
  • 김재민 기자
  • 승인 2015.11.30 16: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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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란 가치 높이기 위해 과감한 오파란 유통 금지 논의 필요

채란업계가 식약처가 최근 오파란 유통을 강력히 단속하자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파란의 기준이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단속을 펼치자 어떤게 유통가능한 계란인지, 오파란은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마련되지 않으면서 양계농가들을 범법자로 몰고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분위기는 11월 25일 대전 유성호텔에서 개최된 전국채란인상생대회 자리에서 여실이 드러났다.
이날 발표자 및 토론자로 나선 식약처 담당 사무관은 성난 양계농민들의 거센 반발에 직면해야만 했다.

청중 토론자로 나선 한 양계농가는 툭하면 계란의 부정 유통사례가 언론을 통해 공개되는 등 양계농민들이 부정한 집단으로 매도당하고 있고, 이번 식약처의 단속으로 파란을 유통했다는 혐으로 수사를 받는 농가도 있다며, 부당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날 대회에서는 난각 안쪽의 난막이 손상되지 않은 파란의 경우 일반상품으로 유통하지는 않지만, 소규모 식당이나 제빵점 등에 납품은 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청원을 식약처에 하기로 했다. 실금란을 가공란으로 활용하는게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지만, 국내 가공란시장의 규모가 전체 파란을 수용하기에는 시장 규모가 턱없이 작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양계농가들의 요구는 소비자를 외면한 결정으로 보인다. 이동을 할 때마다 2~3%씩 발생하는 파란이 양계농가들에게 손실을 주는 것은 맞는 일이다. 그 규모가 수백억원에 달할 것으로 양계협회 등은 추정하고 있다.

하지만 계란의 품질문제, 부정유통문제가 속출하고 있고, 소비자들로부터 곱지 않은 시선을 받고 있는 상황을 고려할때 파란유통을 위한 노력은 자충수가 될 수밖에 없다. 제2, 제3의 사고 가능성이 발생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좀더 안전하고 품질이 높은 축산물에 더 높은 비용을 지불하려는 의사가 높은 육류와 유제품과 달리 계란은 소비자들이 싼 가격을 우선시 하는 경향이 매우 높다.

결국 계란이 싸구려라는 이미지는 자조금을 조금밖에 걷지 못해 광고를 덜해서도 아니요. 영양가치가 떨어져서도 아니다. 잊을 만하면 터지는 오파란의 부정 유통 때문이다.

올해만도 폐기해야할 계란을 액란으로 사용했던 사례부터 오파란의 부정유통 사례가 수두룩하다.
식약처가 단속을 강화했기 때문에 사례가 늘었다고 이야기 할 수도 있지만, 이 같은 이슈가 한두 해 있었던 것이 아닌데 업계의 자정노력이 부족했다고 보는 것이 합당하다. 당장 연간 수백억원의 손실을 두려워 할 것이 아니라. 계란을 소비자들이 안심하고 사먹을 수 있는 고부가가치 상품으로 변화시킬 노력을 해야 한다.

지금까지 계란의 신뢰를 높이기 위한 대안들이 여러 건 만들어지고 이를 현실화하기 위한 노력을 십수년째 해오기도 했다. 하지만, 계란의 생산과 유통은 변한 게 하나도 없다. 여전히 유통이 금지돼 있는 오파란이 버젓이 시장에 돌아다니고 있고, 여름이고 겨울이고 실온에서 계란이 야적된 체 운반되고 있다.

육류, 닭고기, 우유 등이 1990년대 이미 콜드체인시스템 도입이 완료됐고, 등급제가 정착되어 소비자들이 축산물 선택에 기준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뿐인가 소비자들이 신뢰할 만한 여러 브랜드가 생산자 중심으로도 만들어져 큰 성과를 내고 있다.

이와 비교한다면 계란은 길길이 멀다.
그럼에도 채란농가 수백명이 모여 산업의 발전을 논의하는 자리서 농가들은 파란을 어떻게 하면 유통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있다는 것은 전형적인 ‘언 발에 오줌누기씩’ 대응이 아닐 수 없다. 이날 토론회에서 소비자도 생각해 봐야 한다.

소비자들이 양계농가들을 이기적 집단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고 경고한 농림축산식품부 김영민 사무관의 지적은 실금란을 유통시킬 수 있게 해야 한다는 농가들의 성난 외침에 묻히고 말았다.

양계업계 지도자라면 실추된 계란의 이미지를 제고하고,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서라도 과감히 오파란 유통 전면 금지를 선언하고, 자정 노력에 대한 의지를 정부와 소비자들에게 보여줘야 잘못된 이미지를 벗어 날 수 있는 길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양계농가들은 당장 눈앞에 이익에 함몰되어 있다. 어떤 방식으로든 먹을 수 있는 계란의 경우 유통이 될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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