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이득공유제 ‘농어촌상생기금’으로 현실화 됐지만
무역이득공유제 ‘농어촌상생기금’으로 현실화 됐지만
  • 김재민 기자
  • 승인 2015.12.03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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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국민․언론․기업은 냉담한 반응…반농업 정서 막아야

한중 FTA 국회 비준을 앞두고, 정부와 여당이 농업계를 달래기 위해 내 놓은 ‘농어촌상생기금’ 조성 사업이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농어촌상생기금은 지금까지 농업계가 요구해온 ‘무역이득공유제’를 대신하는 사업으로 농업계는 시장개방으로 이익을 보는 산업에 목적세금을 부과해 피해를 보는 업종의 경쟁력 제고를 위한 기금으로 사용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명분으로 무역이득공유제를 줄기차게 요구해왔다.

■ 무역이득공유제 ‘농어촌생생기금’으로 현실화
하지만, 산업통상자원부가 관련 입법을 위한 연구용역을 실시한 결과, 무역이득공유제는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고, 기술적·법리적 문제 등으로 도입이 불가능하다는 판단을 지난 8월 19일 국회에서 밝히는 등 정부의 입장은 도입 불가였다.

줄기차게 반대입장을 표명해왔던 정부가 영연방 FTA에 이어 중국, 베트남 등 계속된 시장개방으로 농업계를 달래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면서 민간기업, 공기업, 농·수협 등의 자발적 기부를 재원으로 농어촌 상생협력사업을 수행하는 내용의 대안을 마련해 제시하면서 불거졌다.

‘농어촌상생기금’은 FTA로 이익을 보는 기업으로부터 이익의 일부를 조세나 준조세(부담금)로 환수하는 당초 무역이득공유제 방식과는 달리, 농어촌의 어려운 현실을 감안, 상생협력 차원에서 ‘자발적’으로 기금을 출현하고 지원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정부는 강력한 인센티브를 부여해 측면에서 지원하는 역할을 하겠다는 농촌도 달래고, 기업의 부담도 낮추는 절충안이었던 것이다.

■ 농업계는 시큰둥 기업은 반발
하지만 이번 안에 대해 농업계의 반응은 시답지 않다. 국회 앞에서 정부와 국회의 진정성 있는 대책을 요구하며 천막농성중인 농민단체장들은 12월 1일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국회에 시장개방으로 매년 5000억원 이상의 피해가 있다고 답한 정부가 무역이득공유제를 대신한 농어촌상샌기금을 매년 1000억원 조성하겠다는 것은 명분만 살리는 것이라며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농업계 관계자들은 농어촌상생기금 규모가 너무 작다며 농림축산식품분야 기금을 포함한 예산이 14조원 규모인 것을 감안할 때 의미가 없는 숫자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진짜 문제는 이번 발표에 대한 여론의 반응이 심상치 않다는 것이다. 농업계야 속 시원한 대책이 없으니 불만을 토로할 수 있다지만, 당장 일반 국민들과 주류 언론의 반응은 호의적이지 않다는데 있다.

박근혜 정부가 청년 대책이라고 시행 중인 ‘청년희망펀드’에 이어 농촌대책도 ‘농어촌상생기금’의 민간 조성 방식으로 대처하고 있는 게 가장 큰 문제다.

정부가 자율이라는 이름으로 기업에 납부하도록 하고 있는 이러한 기금이 준조세나 마찬가지라는 반발이 이어지고, 개방에 따른 수혜기업이 따로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불특정 다수의 기업에 이러한 짐을 지우는 것은 문제라는 의견이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도 “기업에는 준조세가 되고, 기금 조성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정부의 재정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여야정 협의체의 발표를 비난하고 나서는 등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 반농업 정서 어찌할꼬
대부분의 언론이 이번 정부의 ‘농어촌상생기금’ 조성 자체를 반대하고 있는 것을 감안 할 때, 기금 조성 규모가 산업의 피해 규모에 비해 터무니없이 작다는 농업계의 반발은 자칫 이기적 집단으로 농업계가 몰리는 모양새다.

지금까지 농업계는 피해를 보는 당사자이기 때문에 당연히 요구할 수 있고, 또 이익을 보는 산업은 당연히 지불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논리로 무역이득공유제를 주장해 왔지만, 일반국민들의 인식과 크게 동떨어졌다는 것을 이번 사태를 통해 알 수 있다.

지금까지 농업계에 일반 국민들의 반응은 매우 호의적이었다.

상당수의 국민이 농촌과 뿌리를 같이하고 있고, 어렵고 도와야 하는 산업이라는 정사가 컸기 때문이다.
하지만 반복되는 시장개방 이슈에 반복되는 농업계의 피해보전 요구 그리고 정부의 달래기가 반복되면서, 시장개방으로 피해를 보는 산업이 농업이외에도 많고, 또 청년실업, 양극화 등 농촌 이상으로 어려운 계층이 사회에 많음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농촌 달래기에 더 신경을 쓰고 있다는 인식이 어느 새 자리 잡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대중 정부시절 농림부 장관을 지낸 김성훈 중앙대 명예교수는 “우리 농업과 농촌은 정부나 정치권 누구에게도 기댈 곳이 없는 상황에 와 있다”며 “우리 농업의 미래를 지켜줄 힘은 우리 농산물을 사랑하는 국민들의 지지 뿐”이라고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밝힌 바 있다.

지금 우리 농업계는 ‘농어촌상생기금’이 당초 요구했던 것에 비해 보잘 것 없다고 불평하고 있지만, 김성훈 교수의 지적처럼 일반 국민들과의 온도차를 인식하고 반농업, 반농촌 정서 차단에 신경 쓸 필요가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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