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락시장 시설현대화’ 농민 입장에서 설계되길
‘가락시장 시설현대화’ 농민 입장에서 설계되길
  • 김지연 기자
  • 승인 2016.01.21 13: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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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락시장은 1985년 개장한 이래 지난 30년간 경매를 통해 산지출하 물량을 소비시장에 공급해 왔다.

현행 농수산물안정법(농안법)은 농어업인 보호와 공정한 농수산물가격 형성을 위해 도매시장법인이 출하주(농어업인 등)로부터 위탁받은 농수산물을 경매 또는 정가수의 거래를 통해 중도매인에게 넘기도록 하고 있다.

정가수의거래는 최고가 낙찰인 경매와 달리 출하주가 가격을 정해 도매시장법인에 생산품을 넘기면 시장법인이 이 가격에 사겠다는 중도매인에게 판매하는 시스템이다. 시장에서는 경매와 정가수의를 묶어서 ‘상장거래’라 부르고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서울시는 상장거래품목을 꾸준히 줄이고 있다. 한 때 가락시장 내 거의 모든 품목(164개)이 상장을 통해 거래됐지만 현재는 104개(63%)로 줄어드고 있는 실정이다. 서울시는 유통단계가 줄어 비용이 절감되면 생산자와 소비자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다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다.

특히 새로운 형태의 직거래인 시장도매인제도를 장기과제로 추진하고 있다. 시장도매인제도는 기존의 ‘출하주-도매시장법인-중도매인’으로 형성된 거래구조를 ‘출하주-시장도매인’으로 줄이는 것이다. 사실상 상장없이 출하주와 도매인간 직거래를 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제도다.

현재는 중도매인이 대형마트, 재래시장 등 소비자 시장에 물량을 공급하고 있지만 이 제도가 도입되면 출하주가 직접 유통업체, 재래시장법인과 거래할 수 있게 된다.

이미 서울시는 가락동도매시장 현대화(재건축)시설을 설계하면서 거래 장소를 경매(상장)장, 출하주-중도매인 거래소, 출하주-시장도매인 거래소 등 3가지로 구분 설계했다.

이처럼 거래방식이 다양화될 경우, 부작용도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가격결정권을 시장법인이 아닌 중도매인(또는 시장도매인)이 쥐게 돼 공정성을 보장하기 어려울 수 있다.

또 출하량과 가격이 투명하게 공개되는 경매와 달리, 상장예외품목은 거래내역을 중도매인이 도매시장 개설자(서울시)에 자진 신고토록 돼 있기 때문에 얼마나 성실하게 신고할 지도 의문이다. 관리가 허술해진 틈을 타 원산지 허위 표시 등 불법행위도 우려되고 있는 가운데 공적기관인 시장관리운영위원회의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서울시의 정책방향은 농민이 아닌 도매인과 소비자들을 중심에 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농민들 입장에서 보면 현재보다 훨씬 더 복잡한 과정을 거쳐 생산물을 처분해야 한다.

기존 경매(상장)방식, 출하주-중도매인 간 직거래, 출하주-시장도매인 간 직거래 등 거래구조가 여러 갈래로 넓혀질 경우, 현지 출하주(농어민 등)는 자신에게 유리한 방식을 선택하기 위해 상당한 정보력을 동원해 발품을 팔아야 한다.

도매인들 간의 담합, 매점매석으로 피해를 볼 가능성도 열려있지만 무조건 현재의 경매방식을 고집하자는 얘기는 아니다. 농민들에게 출하선택권을 주는 것에는 찬성이다.

따라서 정가수의매매 품목을 탄력적으로 확대하고 시장관리위원회 기능을 강화하는 한편 출하주로부터 떼는 경매수수료율을 낮추는 등 변화가 필요하다. 산지 물량관리에도 법인들이 더 신경을 써야 한다. 가락시장의 경매가격이 전국 도매물량가격의 잣대가 된다는 것은 다 알고 있는 사실 아닌가. 올해는 가락시장 도매권역의 시설현대화사업이 본격화된다. 가락시장 특성을 감안해 대표가격 발견 기능을 제고하고 분산능력을 강화시키는 등 거래구조 다원화에 더욱더 신중을 기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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