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우 수출길 열렸지만···정작 국내선 등급제로 ‘몸살’
한우 수출길 열렸지만···정작 국내선 등급제로 ‘몸살’
  • 박현욱 기자
  • 승인 2016.02.03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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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가격 고품질로 승부수, 등급제 개편 ‘악수(惡手)’ 되나

홍콩서 일본 ‘와규’와 경쟁, 한우 풍미 좋아 인기몰이

▲ 홍콩의 대형마트인 씨티슈퍼의 한 매장에 한우가 진열돼 있다. 일본의 ‘와규’와 미국, 호주, 영국산 쇠고기가 국내산 한우와 같이 진열돼 홍콩 소비자들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다.

한우업계가 지난 수 십년간 숙원사업이었던 한우고기 수출의 포문을 열었지만 올해 개편이 예상되는 쇠고기 등급제가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수출업체에서는 현 등급제에 맞춰 수입국 패턴에 맞은 홍보활동을 펼치고 있음에도 정작 국내 공영방송에서는 최고등급의 지방함량이 높다며 개편을 요구하고 있어서다.

오랜 노력 끝에 한우 수출 성공, 그러나…

한우 수출은 지난해 급물살을 타기 시작해 2015년 12월 말 전라북도의 한우고기가 홍콩 현지 검역을 거쳐 홍콩매장에서 판매되기 시작했다. 1차 수출물량은 500kg. 등심과 채끝, 안심 등의 부위가 홍콩에 입점한 대형마트 진열대에서 홍콩 소비자들의 입맛 공략에 나선 것이다.

한우의 첫 수출물량은 미미했지만 업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지난 몇 년간 농림축산식품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 한국육류유통수출협회, 한우자조금 등 관련업계서는 지속적으로 한우고기 수출 가능성을 타진해왔으며 안전과 위생을 담보하기 위해 최신 유통시설을 구축했다.

홍콩정부와 검역문제를 두고도 지난 몇 년 간 씨름하기도 했다. 이를 위해 개최된 협의회와 민간차원의 심포지엄도 수십차례. 결국 주홍콩대한민국총영사관과 긴밀하게 협력하면서 검역문제의 실마리를 풀자 결실을 맺게 된 것이다.

홍콩에 수출하기 위해서는 정부 승인을 받은 업체만 유통이 가능할 정도로 엄격하다. 국내 도축장은 농협 나주공판장과 축림, 영남엘피씨, 제주축협 공판장이며 가공장은 태우그린푸드와 축림에서 전담하고 있다. 최근 전북지역에서 구제역이 발생해 축림 작업장이 제외되긴 했지만 태우그린푸드에서 수출을 이어가고 있다.

지금까지 홍콩에 수출한 물량은 총 2.14톤. 일본 ‘와규’의 수출전략을 벤치마킹해 홍콩의 대형마트와 호텔, 레스토랑을 통해 한우를 최고급육 이미지로 각인시키고 있다. 홍콩의 대형마트인 씨티슈퍼에서는 한우 1++등급의 등심과 채끝이 ‘와규’에 버금가는 가격인 100g당 210HK$(홍콩달러)에 선보이고 있다. 씨티슈퍼에는 일본산 쇠고기뿐만 아니라 미국산과 호주산 쇠고기들도 입점해 있다.

국내 수출업체에서는 고품질의 한우를 홍콩 소비자들에게 어필하기 위해 한우를 이용한 요리를 선보이고 홍콩 바이어들을 사로잡을 수 있는 판촉행사 등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특히 고가에 거래되고 있는 일본 와규와 비교해 품질에서 떨어지지 않는 최고등급에 대한 홍보를 펼치고 있다는 전언.

빗장을 풀지 않았던 홍콩 수출길이 열리고 수출현장에서는 업체들의 노력이 계속되는 되는데도 불구하고 정작 국내에서는 한우등급에 대한 개편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지방함량이 많은 와규와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하는 수출업체 입장에서는 그동안의 노력이 물거품이 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업계 관계자는 “홍콩 소비자들이 높은 등급 한우의 강점으로 풍미와 육향을 꼽았다”며 “현행 등급제의 큰 변화가 있을 경우 그동안의 고급육 마케팅이 수포로 돌아갈까 우려스럽다”고 전했다.

▲ 한우와 외국산 쇠고기의 등급별 지방함량 분포.('12환산'은 일본의 등급판정부위(6~7등뼈)가 미국·호주(12~13등뼈) 및 한국(13등뼈~1요추)과 달라 BMS에 따른 조지방을 보정한 값이다.)

“축산강국과 경쟁하기보다 지방함량 높여 경쟁력 확보해야”

현재 일본의 최고등급인 5등급의 경우 조지방 함량이 32~44.9%로 가장 높다. 각국의 도축부위를 고려한 환산값(12환산, 지방함량척도)에서도 일본산 와규는 22.5~31.7로 가장 많은 지방을 함유하고 있다. 호주산 쇠고기도 9등급부터 1등급까지 조지방함량이 1~21%로 스펙트럼이 넓다. 오히려 최고등급인 9등급의 경우 한국의 최고등급인 1++(17~19%)를 상회한다. 미국산 쇠고기는 1.77~10.42%의 범위를 보이며 가장 짧은 지방분포를 보인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각에서는 오히려 지방함량을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와규처럼 미국과 호주산 쇠고기와의 차별화를 위해서다.

최창본 영남대학교 생명공학부 교수는 “언론에서 마블링이 문제라고 하지만 각국의 지방 함유 스펙트럼을 분석해보면 미국과 호주산의 등급제 분포는 지방함량이 낮은 쪽에 가깝고 일본의 경우는 지방함량을 높여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면서 “우리나라도 지방함량을 낮춰 축산강국과 경쟁하기 보다는 오히려 지방함량을 높이는 쪽으로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을 고민해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익명을 요청한 한 수출업체 관계자도 “호주와 미국산 쇠고기와의 경쟁에서 가격우위는 절대 확보할 수 없다”며 “결국 품질 고급화 전략만이 살길”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고기를 주식으로 삼는 국가를 제외한 다른 나라에서는 지방함유량이 많은 고기를 선호하는 추세”라고 전했다.

김영원 전국한우협회 국장은 “지금까지 한우농가와 업계가 노력해온 부분이 있는 만큼 등급제 개편을 우선 논하기 전에, 수출과 내수를 어떻게 하면 조화롭게 이끌어갈 수 있을지를 먼저 고민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한편 등급제를 관장하고 있는 축산물품질평가원은 올해 등급제 개편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 마련에 들어갔으며 등급제 개편과 관련해 이해 당사자들의 입장이 첨예한 만큼 이를 둘러싼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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