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전통시장 모두 상생하는 새로운 모델 제시해야
대형마트·전통시장 모두 상생하는 새로운 모델 제시해야
  • 김지연 기자
  • 승인 2016.02.25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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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경제연구원, 대형마트 규제정책 보완 필요 지적

 

농산물 가격 하락 전통시장 매출도 줄어 피해 심각

대형마트 영업규제로 인해 농산물 가격이 하락하고 전통시장 매출도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곡류·유제품·과채류의 판매가 특히 타격을 입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같은 결과는 최근 김병률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발표한 ‘대형마트 영업규제에 따른 소비자 식품소비지출 변화 분석 결과’에 따른 것으로 농촌진흥청이 서울·경기지역 소비자 패널 700여명으로부터 수집한 농식품 구매내역(2012년 1월1일~2014년 12월31일)을 부류별로 나눠 각각의 구매액을 의무휴업이 본격 시행된 2013년 1월을 기점으로 비교 분석한 것이다.

이마트·홈플러스·롯데마트 등 이른바 ‘빅3’ 유통업체에서의 2013~2014년 2년간 연평균 부류별 구매액을 2012년 1~12월 1년간 구매액과 비교한 결과 곡류는 영업규제 본격화 시점 이후 소비자 구입 횟수당 구매액이 1083원, 유제품은 368원이 각각 감소했다. 과채류의 경우 감소폭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다른 구입처에 비해 대형마트에서의 구매액이 유의미하게 감소한 품목으로 조사됐다. 반면 채소류는 2012년보다 2013~2014년 평균 구매액이 294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 눈길을 끌었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곡류·유제품과 달리 채소류는 신선도가 중요한 만큼 소비자들은 대형마트 영업일에 방문해 의무휴업일 실시 이전보다 구매를 늘린 것으로 추정된다”며 “분석 대상기간인 2012~2014년 대형마트 이외의 구입처와 대형마트에서의 농식품 소비지출 간의 차이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 대형마트에서의 구매액 감소폭만큼 전통시장이나 동네슈퍼 등에서의 구매액이 늘어났다고는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대형마트를 이용하던 소비자들이 채소류의 경우 의무휴업일 전후로 구매시기를 조정했고 곡류·유제품·과채류 등은 구매 자체를 줄였다는 것이다. 이는 영업규제에 따른 대형마트의 농산물 판매 감소분이 주변 전통시장과 동네슈퍼에 일부분만 이전돼 골목상권 보호를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대형마트 영업규제 목적이 제한적이고 오히려 소비자 구매일자 조정과 농산물 소비 감소 등 부작용이 심화됐다는 농업계의 지적과 일치한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지난해 11월 ‘지자체의 대형마트 영업규제 처분은 정당하다’는 대법원 판결로 대형마트 영업규제가 풀릴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대형마트의 휴무일 선택 자유화 △영업규제로 인한 농산물 소비 감소에 대한 보완책 마련 △도매시장 과다 반입에 따른 가격 하락 방지 △산지의 출하처 다양화 및 계약재배·계약거래 확대 등 대형마트 영업규제로 인한 농업부문의 피해를 줄이는 방안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대형마트 영업규제 전통시장에 악영향

대형마트 의무휴업제도가 시행되면서 산지에서 농산물 유통경로가 막혔고 대안으로 다른 경로를 발굴해 농산물을 출하하기 시작하면서 평균단가가 25% 하락한 수준에서 농산물이 유통됐다. 사과와 배, 양파, 배추 등 저장 농산물의 경우 물량이 출하되지 않을 경우 저장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에 이 같은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산지 농민들은 대형마트 의무휴무일을 전후해 물량을 최대한 출하하게 되는데 대형마트에 납품해야 할 물량이 대형마트 의무휴무제 등에 막혀 도매시장으로 대거 쏟아지면서 결국 산지 피해가 커졌다.

김 연구위원은 “가격 하락은 일정 부분 소비자 유인책으로 전통시장의 경쟁력을 키울 수도 있지만 이는 가격경쟁력이 매출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는 선순환 구조, 다시 말해 고객 유입이 전제돼야 하는데 현실은 이 같은 메커니즘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전통시장 상인 역시 가격 하락에 따른 매출·수익성 감소 피해를 보고 있다”며 “가격 하락에 따른 전통시장 상인 피해액만 3800억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 같은 선순환 구조의 왜곡 상황에선 대형마트 입점규제가 되레 전통시장 매출과 수익성 악화를 부추기고 입점규제는 전통시장과 골목상권 보호를 위해 도입된 것인데 전통시장에 전혀 득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한 주차공간과 편의시설 측면에서 이점이 있는 대형마트로 소비자가 몰리는 건 소비 패턴의 트렌드인데 입점규제로 대형마트와 전통시장이 이격되면서 전통시장이 우위에 있는 가격경쟁력을 활용하기 어렵다고 분석된다.

전통시장의 한 상인은 “대형마트와 전통시장이 가까운 거리에 있으면 가격비교가 쉬워져 전통시장만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지만 대형마트의 입점이 전통시장 인근에는 불가하기 때문에 가격경쟁력 활용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 같은 관점에서 일각에선 현재 시행되고 있는 의무휴업과 입점규제 등 대형마트 규제정책에 대한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김 연구위원은 “농가들이 대체 출하처인 도매시장 출하가 용이하도록 의무휴무를 평일로 조정할 수 있도록 하고 도매시장 과다 반입에 따른 가격 하락 방지를 위해 시장격리 처리를 할 수 있는 방안도 생각해볼 만하다”며 “(이분법적 규제에서 벗어나) 대형마트와 전통시장이 모두 상생할 수 있는 새로운 모델이 제시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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