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하나로마트는 군사시설 아니다
(기자수첩)하나로마트는 군사시설 아니다
  • 이창열 기자
  • 승인 2016.02.26 09: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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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 근거 규정없이 고객들에 “촬영금지” 강제

기자는 지난 24일 경기도 수원시에 있는 농협 수원 하나로마트를 찾았다가 보안팀 직원들에게 봉변을 당했다. 매장 입구에서 스마트폰으로 매장 전경 사진을 찍었다가 보안팀 직원의 강압적인 제지를 받았기 때문이다.

사진을 찍자마자 하나로마트 보안팀 직원 두 명이 즉시 달려왔다. 보안팀 직원은 사진을 찍는 이유를 물었고, 사진을 찍기 위해선 사전에 허락을 받아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보안팀 직원들은 기자를 매장 입구로 데려갔다. 매장 입구에 설치된 보관함 한 구석을 손으로 가리켰다. 거기엔 “사진 촬용은 매장 밖에서 해주시면 감사하겠다”는 문구가 유리문에 붙어있었다. 매장 안에선 사진을 찍지 말라는 것이다.

이날 기자는 농협 하나로마트가 수입농산물을 버젓이 판매하고 있다는 제보를 받고, 현장확인 취재를 나간 길이었다. 기자 신분을 밝히지 않았으니, 기자가 아니었어도 누구든 하나로마트에 대한 사진촬영이 제지되기는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기자는 사진촬영을 금지하거나 사전에 촬영허가를 받아야 하는 이유를 납득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하나로마트는 농수산물을 중심으로 공산품도 판매하는 다중이용 쇼핑센터다. 요즘은 누구나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다. 쇼핑을 하면서 물건을 사진을 찍어 지인들에게 전송하기도 한다. 가격비교를 위해서이기도 하고, 마음에 드는 물건이 있으면 추천하기도 위해서다. 가격비교는 소비자의 당연한 권리행위이다. 하나로마트에선 이러한 행위을 하기 전에 보안팀 직원을 찾아가 허가를 받아 하라는 것이다.

농협 보안팀 직원들에게 사진촬영을 금지하는 이유를 물었다. 돌아온 답변은 황당했다. “다른 사람이 개인 집을 마음대로 촬영하면 안 되는 것처럼 하나로마트 촬영도 사전에 허가를 받아야 하는 게 당연하다.”는 강변이었다. 하지만, 하나로마트는 개인 집이 아니어서 적절한 비유는 물론 아니다.

보안팀 직원에게 근거 규정이 있는 지를 물었다. 고객의 사진촬영을 금지한다는 내용의 하나로마트 측의 근거규정이 있으면, 공개해줄 것을 요구했다. 일종의 내규라도 있으면 보여 달라는 요구였다. 왜냐하면 타인의 자유로운 행위를 하거나 하지 못하게 제지하기 위해서는 합당한 근거 규정이 있어야 하는 것은 상식에 속한다.

하나로마트 직원은 “규정은 있지만, 공개할 수는 없다.”고 완강하게 버텼다. 사태가 이쯤되자, 매장운영을 책임지고 있는 농협 관리직원이 내려왔다. 보안팀 직원과 실강이가 벌어지고 무려 1시간이 훌쩍 지나서였다. 총무기획과 차장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매장운영 관리자는 “근거 규정은 없다.”면서 “관례적으로 했다. 근거 규정없이 고객의 사진촬영을 금지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민원을 정식으로 제기하면 고치겠다.”며 잘못을 인정했다.

그동안 농협은 전국에 있는 하나로마트 매장을 찾아온 고객들의 사진촬영 행위를 아무런 근거 규정없이 임의로 제한해왔던 것이다.

매장관리 책임자의 사과를 받고 돌아나왔다. 나오면서 “사진촬영을 금지한다” 스티커가 다시 눈에 들어왔다. 하나로마트가 마치 군사시설보호구역으로 보였다. “사진 촬영금지” 팻말은 군부대 철조망에 더 많다. 하지만, 하나로마트는 군사시설보호구역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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