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가입찰제 학교우유급식 취지 훼손
최저가입찰제 학교우유급식 취지 훼손
  • 김지연 기자
  • 승인 2016.03.03 11:2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출혈경쟁 난무…불신조장, 유통질서 물란 우려

우유급식 고정단가제에 준하는 정책마련 ‘시급’

최근 학교우유급식의 최저가입찰제로 인해 유업체간 제살깎아먹기식 출혈경쟁이 난무하면서 학교우유급식의 목적과 본질이 크게 훼손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학교우유급식은 학생들의 체위향상 및 건강증진을 위한 올바른 식습관형성,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에게는 우유급식을 통한 영양불균형해소, 낙농산업의 측면에서는 우유소비의 기반확충 및 미래의 잠재수요확보를 통한 안정적인 발전을 목적으로 실시되고 있다.

2001년부터 실시돼 온 학교우유급식의 고정단가제가 지난 2010년 공정거래위원회의 부당공동행위에 따른 행정제재를 받은데 이어, 지난해에는 감사원의 지방교육청 감사지적에 따라 최저가입찰제로 전환되면서 문제가 더욱 불거지고 있다.

97년 이전 학교급식우유는 유업체별 공장도가격을 적용했고 97~00년에는 무상우유급식에 한해 단가상한제를 운영해 왔다. 그러나 유업체간 과당경쟁으로 인한 학교우유급식의 품질에 대한 불신조장, 유통질서물란 등의 문제가 발생되자 당시 농림부는 학교우유급식지침의 개정을 통해 2001년 이후 우유급식 전체에 대해 고정단가제를 실시했다.

10년 공정위가 농식품부의 행정지도에 의한 학교우유급식 고정단가제를 부당공동행위로 규정하고 행정제재를 내린데 이어 12년에는 감사원이 지계법(지방자치단체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에 의한 가격입찰 미실시 학교에 대해 감사 지적한 바 있다.

또한 지난해에는 감사원이 지방교육청에 대한 재정운영실태감사결과에 따라 학교우유급식 공급업체선정과 관련해 교육부에 최저가입찰을 실시하는 방안을 마련하도록 조치했다.

이와 관련해 공정거래법상의 학교우유급식을 살펴보면, 최저가경쟁입찰에 따른 부당염매와 독과점조장의 가능성, 소비자선택권제한 등의 문제점을 들 수 있다.

우선 학교우유급식은 기준단가(무상급식상한)이하로 결정돼야 하는데 기준단가결정의 적정성여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일본도 학교우유급식에 대해 입찰제도를 실시하고 있지만 최저입찰제가 지니는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한 장치를 마련해 두고 있다.

즉, 일본은 도도부현별 지사가 ‘예정가격’ 및 ‘최저제한가격’을 미리 설정해 예정가격보다 낮고 최저제한가격보다는 높은 수준에서 가장 낮은 가격을 제시한 자를 공급업자로 선정하도록 돼 있다.

경쟁이 심할 경우 낙찰가격이 최저제한가격 수준으로 내려가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최저제한가격보다 높은 수준에서 결정되고 있다.

둘째, 최저가입찰제가 업체간 출혈경쟁으로 이어져 급식우유단가가 총원가보다도 낮은 가격에서 형성됨으로써 학교우유급식을 둘러싼 유업체의 가격구조 및 수익구조가 매년 악화돼 경영압박요인이 되고 있다.

이로 인해 협동조합형 유업체는 조합의 원유소진을 위해 학교우유급식참여가 불가피한 반면 일반 유업체는 원가 이하의 낮은 가격으로 인해 원유잉여 시에만 입찰에 참여하게 되므로 결국은 독과점을 조장하는 경향이 있다.

결국 원유수급이 안정된 상황에서는 유업체가 학교우유급식을 기피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마지막으로 학생들은 동일제품에 대해 다른 가격으로 공급받음으로써 소비자의 선택권제한은 물론, 이에 따른 제품에 대한 불신을 초래할 수 있다.

입찰경쟁이 가능한 도시지역과 학생 수가 적고 공급여건이 불리한 농어촌, 도서벽지 지역 간의 심각한 가격격차를 유발해 도·농간 학생들의 영양불균형의 양극화를 촉진시킬 우려마저 있다.

낙농육우협회 관계자는 “급식우유의 품질에 대한 불신과 신뢰도하락을 초래해 학교급식율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며 “학교우유급식은 단순히 얼마나 싸게 구입해서 공급하느냐의 문제만으로 접근해서는 안되고 현 최저가입찰제도 이대로 두어서는 곤란하다”고 밝혔다.

학교급식우유는 적정한 가격에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학교우유급식의 취지를 제대로 살릴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14년 말부터 이어져온 원유공급과잉이 유업체로 하여금 최저가입찰제 하에서 출혈경쟁에 뛰어들도록 하고 있다”며 “최저가입찰제가 싼 가격에 우유를 공급받을 수 있는 제도로만 받아들여져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지난 2010년 구제역 당시, 원유가 부족하자 유업체가 값싼 학교우유급식부터 공급을 중단한 사례를 이미 경험한 바가 있기 때문이다.

학교우유급식 시장에는 공공적 요소와 시장경쟁적 요소가 공존한다. 그럼에도 ‘최저가입찰제의 도입으로 시장경쟁적 요소가 결정적 영향을 미침으로써 공공적 요소가 위협받고 있다’라는 연구결과가 있다.(학교우유급식 제도개선 연구(2014. 11, 낙농정책연구소)

연구에 따르면 경쟁을 통해 얻어야 할 이익보다 출혈경쟁에 따른 저가의 덤핑입찰로 오히려 정부가 부당염매를 조장하는 등 문제점이 더 크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한 시장왜곡, 소비자선택권의 제한 등 공정거래법상의 문제를 해소하고 낙농진흥법개정을 통해 농식품부가 학교우유급식의 확고한 책임주체가 돼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조석진 낙농정책연구소장은 “현 최저가입찰제의 문제에 대해 이미 예견된 일”이라며 “학교우유급식의 올바른 시행을 위해서는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의지가 매우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