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우가격 높은데 농가들은 ‘소비역풍’ 불안
한우가격 높은데 농가들은 ‘소비역풍’ 불안
  • 박현욱 기자
  • 승인 2016.03.17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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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증가, 소매전문점 폐업···가격지지 축소 우려

저출산·2018 인구절벽 등 장기적 대비 필요 목소리

지난해부터 한우가격 고공행진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소비 역풍에 대한 우려가 한우농가들 사이에서 고조되고 있다. 한우 가격이 높은 선에서 지지되고 있지만 높은 가격 탓에 소비는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며 소매점들의 폐업이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정육점, 한우전문점 등 한우 소매유통의 몰락을 주시하고 있다. 한우 사육두수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2011~2014년, 폭락한 한우가격에 편승해 우후죽순으로 늘어난 한우전문점과 정육점 등이 가격을 지지해 주면서 2015년 유례없는 가격 상승을 이끌어냈지만 최근 높아진 원료육 가격에 부담을 느낀 일선 한우전문점들은 폐업을 고려하고 있어서다.

서울시 강동구 일원에서 ‘○○ 한우전문점’을 운영하는 박종성씨(55)는 “한우가격이 너무 높아 원료육을 구매하기 무서울 지경”이라면서 “경기가 좋지 않다보니 지난해부터 쇠고기를 찾는 손님이 부쩍 줄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매장 임대기간이 1년 남아 아직까지 폐업을 하고 있지는 않지만 가격이 계속 높을 경우 장사를 접을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업종전환을 꾀하고 있는 한우전문점들도 늘고 있다. 서울시 강북구에서 ‘고기천하’를 운영하고 있는 김지운(45)씨는 높아진 한우가격에 부담을 느껴 고급 쇠고기만을 파는 운영방침을 바꾸고 최근 돼지고기 판매에 주력하고 있다.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최근 한우 도매가격은 1+등급이 1만9322원(지육kg)을 기록하면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8.0%나 높은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으며 공급 감소로 인해 2~3등급 역시 강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2월 평균 한우 2~3등급 도매가격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13% 상승했다.

▲ 최근 7년간 한우산업 변화.(자료=통계청, 축산물품질평가원, 지육가격=1+등급 이상 kg당 평균)
이는 한우산업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예다<표 참조>. 한우 사육두수가 지금보다 더 낮았던 2009년(247만두)에는 연평균 도매가격이 1만5000원선을 유지했다. 반면 256만두 수준인 지금의 경우 1만8000원 수준까지 올라가자 농가들 사이에서는 소비역풍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

전문가들은 앞으로도 한우가격이 높은 수준에서 형성될 것이란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센터에 따르면 3~5월 큰 소 1등급 평균 도매가격은 kg당 최대 1만8500원으로 예상하면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25% 상승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농경연 관계자는 “2018년 이후에도 가격이 높은 선에서 유지되면서 2025년까지 1만9000원선이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의 낙관적인 예측에도 불구하고 계속된 가격 상승은 농가들의 불안감을 가중시키고 있다. 특히 수입산 쇠고기 시장이 점유율을 높여가면서 한우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는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지난해 쇠고기 수입량은 전년에 비해 6%나 증가한 29만7000톤이었으며 전문가들은 3~5월에도 지난해와 비교해 3.4%가량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내수시장의 축소도 점차 현실화 될 것으로 보인다. 2000년 이후 지속된 저출산 여파로 소비시장이 줄어들고 주 소비층인 45~49세 인구가 2018년 이후 급격히 감소해서다. 인구절벽 쇼크가 현실화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 2015년 이후 45~49세 인구 전망(단위=만명, 자료=통계청)
통계청에 따르면 소비를 이끄는 연령층(45~49)의 인구가 2018년 430만명을 정점으로 하향 곡선을 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2022년에는 20만명 이상이 줄어든 410만명을 하회할 것으로 보여 본격적인 내수시장 경색이 우려되는 대목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한우산업에 대한 장기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 축산전문가는 “지금 가격이 높다고 해서 무리한 공급확대 정책을 펼치면 자칫 소매점들의 폐업과 맞물려 가격 폭락을 불러올 수 있다”면서 “저출산에 대한 충격은 이미 낙농산업에서 경험했듯이 인구절벽에 대한 대비도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장기적인 안목으로 적정 사육두수를 설정하고 시장상황에 맞게 한우산업의 근본적인 재편을 꾀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영원 전국한우협회 정책지도홍보국장은 “적정 한우도매가격이 지속적으로 1만8000원선에서 안정된다면 농가들이 안심하고 사육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다고 본다”며 “앞으로 협회에서는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시장상황을 주시하면서 대처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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