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하 칼럼> 기업의 농업진출, 어떻게 볼 것인가
<김영하 칼럼> 기업의 농업진출, 어떻게 볼 것인가
  • 김영하 국장
  • 승인 2016.05.09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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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기업의 농업진출이 확대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농업분야에 진출하려고 속속들이 농민들의 여론을 탐지하고 있는 기업들도 많다. 이런 가운데 기업의 농업진출에 대해 찬성과 반대가 엇갈린다. 농업계는 반대가 많고, 일반 산업의 영역에서는 기업이 참여하여 농업의 발전을 견인하면 된다고 한다. 어떻게 봐야 할지 이를 점검한다.<편집자주>

우리나라의 기업중 농업관련기업은 농자재산업에 진출한 기업이 대부분이다. 농약, 비료, 농기계, 농자재, 종자, 시설원예 관련산업, 축산기자재, 동물약품 등의 분야가 바로 농자재 분야의 산업으로 볼 수 있다.

그 다음으로는 농산뮬 가공업이 있다. 김치, 과자, 라면, 떡, 유제품 등 다양한 분야의 생산업이다. 이와 함께 도매시장, 농협과 대기업의 농산물매장 등도 농산물 유통업의 분야다.

이밖에 목화를 이용한 방적산업, 공예농산물을 이용한 공산품의 생산업 등도 농관련 산업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대기업 차원에서도 농업분야에 투자를 하거나 사업계획을 검토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과거 동부그룹이 농약, 농자재, 비료 등을 생산하던 (주)한농을 2000년대 인수해 경영한 바도 있을 뿐만 아니라 삼성, 현대, LG 등 국내 유수의 재벌이 새만금에 진출해 골든씨드프로잭트나 기업농업생산 등을 시도하려고 계획을 세운 적이 있다. 몇 년 전에는 농민들의 반대로 무산되기는 했지만 동부그룹이 동부한농을 앞세워 대규모 유리온실을 지어 토마토를 생산, 판매, 수출하려고 했다.

그러나 동부한농이 지은 유리온실은 농업계기업도 아닌 전기설비기업이 공사비의 반값에 인수해 농사를 짓고 있다. 이 기업은 규제나 제한 없이 유리온실을 경영하게 돼 당초 동부한농이 농민에게 국내판매를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던 당시 상황보다 토마토시장의 농민들 입장에서는 더 안좋은 상황이다.

(주)옥토애자인이라는 기업은 국고지원 속에서 자부담 일부를 들여 홍성에서 유리온실을 지여토마토를 생산하고 있다. 또 최근에는 롯데상사가 쌀 도정업에 뛰어들겠다는 언론의 보도도 있었다.

뿐만 아니다. 농림축산부가 추진하는 국가식품클러스터 종합계획에 보면 전라북도 익산시에 기업 150개, 연구소 10개가 입주하는 계획이 세워져 있다. 현재 이곳에는 국내 업체 7개기업, 외국업체 8개 기업 등 총 15개 기업이 분양계약을 신청한 상태다.

이러한 클러스터 사업은 당초 지역개발과 지역의 농특산물을 전문가와 연계할 목적으로 추진된 사업이지만 정권이 이명박 정부로 바뀌면서 농업적 측면 보다는 식품기업과 외국기업의 투자를 노리는 기업적 측면으로 변모한 것이다.

그러면 기업의 농업진물은 어떻게 볼 것인가?

농업은 우리 국민에게 일상의 식품을 공급하고, 300만 영세 농민들의 삶을 지탱해주는 기간산업이다. 그렇지만 국제경쟁력이 부족하여 다른 나라와 시장개방협상이 타결될 때 마다 우리 농업은 위축되고, 농민들의 삶은 어려워졌다. 농민들의 삶은 더 팍팍해지고 있다.

우루과이라운드협상을 시작으로 WTO/DDA 협상과정에서 우리는 이경해라는 농민운동가를 잃었다. 그후 FTA는 칠레를 양념으로 미국 등 전세계 30여개국과의 자유무역협정이 통과되고, 시장에서는 무분별하게 여러나라의 농산물이 쌍값으로 말려 들어오면서 농산물값은 낮아져 농민들의 소득은 도시인들의 1/3으로 떨어진 상태인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의 농업진출은 신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농업생산업은 농가의 소득과 직결된 것으로 절대 기업의 참여를 보장해선 안된다. 아무리 수출만을 위한 기업의 농업생산 진출이더라도 수출농가는 어떻게 할 것이며, 수출이 안돼 내수로 돌리면 영세농가들의 소득은 보장할 길이 없는 것이다.

스페인의 몬드라곤이나 뉴질랜드의 제스프리, 미국의 썬키스트 같은 생산자협동조합을 정부와 기업이 투자, 지원해 주고 기업은 수출전문회사를 만들어 농업과 기업이 상생하는 모델을 창출하는 것만이 농업의 기업진출을 반기는 계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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