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김영란법, 이대론 안된다.
[사설] 김영란법, 이대론 안된다.
  • 김영하 국장
  • 승인 2016.05.13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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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김영란법으로 불리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하 청탁금지법)’ 시행령(안)이 지난 13일 입법예고됐다.

국민권익위원회가 발표한 이 청탁금지법 시행령(안)은 공직자, 언론인, 사립학교·유치원 임직원, 사학재단 이사진 등이 직무관련인으로부터 제공받을 수 있는 식비·선물비·경조사비 한도를 각각 3만원, 5만원, 10만원으로 규정하고 있다.

물론 이 정도면 공직자들이 뇌물성으로 인정받지 않을 기준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식비나 경조사비야 직접적인 돈의 흐름이니 막아야겠지만 선물만큼은 우리의 정서와도 관련이 있어 일부 반대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문제는 시장과 농업․농민이다. 우리가 명절이 되면 보통 보내는 선물의 규모가 사과로 이야기하면 1상자, 소고기로는 너댓근, 포장인삼으로는 1상자, 화환이나 화분 1개 등은 5만원이 훨씬 넘는다. 이렇게 되면 인사치레로 하는 명절선물로 국내산 농산물의 선택이 불가능해진다. 더구나 정부의 농산물 고품질화 정책으로 선물용 농특산물들이 수없이 창출돼 농가소득을 높이는데 기여한 바도 있지만 이렇게 되면 소비위축으로 그 정책이 다 허사가 된다.

명절이 되면 15㎏ 사과 한 상자가 7~8만원에 이르고, 한우 선물세트의 90%, 인삼 선물세트의 60~70%, 축하난의 대부분이 10만원 이상인 현실을 국민권익위원회는 모르고 있는 것 같다.

이 때문에 농민단체는 그동안 정부에 김영란법의 적용에 농수축산물에 대해 예외를 적용해달라는 건의를 수차례 펼친 바 있다. 설날과 추석 등 1년에 두 차례 명절을 통해 농산물의 판매가 호황을 이루는 현실을 외면한다면 가득이나 농수산물 시장개방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민들에겐 이런 입법예고 내용이 청천벽력이 아닐 수 없다.

시장을 위축시키지 않으려면 방법은 간단하다. 그 방법은 선물에서 국내산 농수산물을 예외로 하면서 상한선을 긋는 것이다. 농산물의 시장가격의 한계 때문에 시세의 변동에 따라 통상적인 규모선 이상으로 상한선을 둔다면 시장은 위축되지 않을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명절선물에 한하여 국내산 농수산물의 선물을 허용하는 방안이다. 농수산물이야 고급시계나 명품 등의 뇌물과는 구분이 명확하고, 단가는 낮지만 부피가 커서 뇌물성으로 선물할 수 없는 물품이다.

농업과 농민에게 피해가 가지 않으면서도 청탁이나 뇌물을 방지할 수 있는 정부 당국자의 ‘솔로몬의 지혜’로 김영란법 시행령이 보완되기를 간곡히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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