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수의 구제역인 화상병 오염으로 사과원 폐원
과수의 구제역인 화상병 오염으로 사과원 폐원
  • 김영하 국장
  • 승인 2016.05.23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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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생지 100m 이내 모두 폐원, 1㎞ 이내 전수조사

<르포> 화상병 과수원 폐원 현장을 가다

 

   
 

지난 17일 천안 입장과 인접한 안성시 서운면 송정리 박 모씨의 농장.

접근을 차단한 둘레끈과 말라비틀어진 사과나무의 모습이 을씨년스럽다. 박씨는 과수원 테두리에 둘러진 쇠파이프를 제거하고 있으나 마음은 편치 않다. 출입금지 팻말과 사람들의 출입을 막기 위한 띠가 둘러져있다. 출입금지 팻말에는 “본 과수원은 식물방역법 제36조에 의거 금지 병해충인 과수 화상병 발생으로 출입을 금지하오니 적극 협조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이를 위반하였을 경우 식물방역법 제50조에 의거 과태료가 부과됩니다. 경기도지사 안성시장”라고 쓰여있다.

공동장례를 치르는 장례식장처럼 다양한 언론의 기자와 농촌진흥청, 국립방역본부, 안성시, 안성시농업기술센터 등 다양한 기관의 인사들이 과수의 집단장례를 구경하기 위해 모였다.

하나둘씩 쇠파이프가 제거되더니 과수 시체들만 남았다. 갑자기 포크레인이 등장했다. 철끈과 튼튼한 줄끈으로 나무가 묶여지더니 포크레인으로 들려 뽑혀나간다. 땅 울리는 뚝 소리가 퍼진다. 뽑혀진 나무들이 체념한 듯 땅위에 나자빠진다.

일일이 잘려지고만 나무들은 포크레인으로 움푹 파여진 땅 속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이내 흙이 덮여진다. 달고소리나 회닫이소리 하나없이 묻여진 나무들은 돼지처럼 기어 나오지도 못하고 하소연도 없다. 하얀 백회가루가 그 위에 덮여진다. 사람이라면 땅이 굳어 습지가 들어가지 못하게 하려는 것이지만 얘들은 죽어가면서까지 약을 먹고 죽어야 할 운명.

이렇게 사과나무는 금지병해충에 걸리면 소나 돼지의 구제역처럼 100m 이내의 과수원은 모두 강제 매몰 후 석회가루를 덮는 일을 해야 한다. 

   
 

화상병은 금지병해충으로 100m이내는 병이 있건 없건 구제역같이 강제 매립해야 하는 사과․배의 과수병이다. 더구나 1km 이내의 과수원은 모든 나무에 대해 화상병 전수조사를 해야만 한다. 지난해 천안 입장면 지역과 인근 현매리 등지에서 대규모로 화상병이 발생해 지역에 비상이 걸렸다. 그래서 4~5월 전수조사가 실시되던 중에 지난 9일 박씨의 신고로 농촌진흥청에서 정밀검사 끝에 화상병인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현대의 과학으로도 이 병은 한번 걸리면 치유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병의 전파율이 높아 매몰살균 밖에 대책이 없다는 것이다. 조사를 위해 농촌진흥청은 물론 검역본부, 농업기술센터, 경기대, 강원대 등 연구진과 대학교수들도 몰려왔다고 한다.

박씨는 허탈한 심정으로 “작년에 인근의 3농가가 매립을 해서 걱정을 많이 했는데 3주전 며칠간 비가 오더니 확 퍼지더라”며 “길 옆의 사과밭에 화상병이 와서 남부끄러운데 농진청, 검역본부, 안성시, 농업기술센터, 여러 대학 교수님들, 도청 등 여러 곳에서 몰려와 잔치집아닌 잔치집이 돼 더 창피하다”고 심정을 피력했다.

*화상병(영명 : Fire blight, 학명 : Erwinia amylovora)은 과수의 구제역으로 불리는 병으로서 사과, 배에 큰 피해를 주는 병으로 우리나라 식물방역법상 금지급병으로 지정되어 있으며 지난해 국내 처음으로 안성․천안․제천지역 43농가(42.9ha)에서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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