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도체 등급판정 개선 ‘시기상조’
소도체 등급판정 개선 ‘시기상조’
  • 김재광 기자
  • 승인 2016.06.12 11:2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조직감·육색·지방색 등 새로운 기준에 명확한 설정값 없다

기준변경은 사양관리, 사육법 달라져… 농가피해입어선 안돼

그러나 소비자 선택권, 알권리 충족위해 정보제공은 이뤄져야

1993년 소고기 등급제가 1,2,3등급으로 시작된 이래, 근내지방(마블링)이 많은 소고기일수록 질기지 않고 식감이 좋다는 인식이 공유돼 됐고, 이후 더 많은 마블링을 가진 소고기가 나오면서 1997년 1+등급, 2004년1++등급이 생겨났다.

그러나 최근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마블링이 많은 소고기는 몸에 좋지 않다는 인식이 확산돼 소비자들은 왜 건강에 좋지 않은 고기를 더 비싼 가격에 구입해야 하느냐는 비판과 함께 소비부진으로 이어졌다.

소비트렌드에 맞춰 이를 타계하기 위한 방법으로 정부는 등급제 보완이라는 카드를 내밀어 각계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 8일 AT센터에서 ‘소도체 등급기준 보완 토론회’가 개최됐다.

 

 
소고기 등급판정에 있어 조직감, 육색·지방색 등 평가를 다양화 하고 수평적 명칭 보완, 등급정보 외 식육정보를 제공하는 방향성과 마블링을 많이 만들기 위해 곡물 사룟값이 부담이 되는 농가현실을 감안한 보완안을 제시한 것에 대해서는 축산물품질평가원의 고심의 흔적과 노력이 엿보였다며 긍정적이었다.

방향성은 좋지만 성급한 추진은 안돼

소비자시민모임 황선옥 이사는 “조직감, 육색·지방색 등에 대한 명확한 가중치가 없어 어떤 항목이 품질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알 수가 없다”며 맹점을 짚었다. 이와 함께 “보완안으로 사육기간이 얼마나 단축되는지, 사룟값이 얼마나 절감되는지, 이에 따라 한우가격이 얼마나 내려가는지에 대해 연구용역을 통해 도출값을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건국대학교 김언형 명예 교수도 “마블링에 대해 섬세한 마블링, 거친마블링이 품질에 어떤 차이가 있는 것인지 평가 기초자료가 없다”고 지적했다.

박태균 한국식품커뮤니케이션포럼 회장은 “돼지고기의 경우에도 지방이 많은 삼겹살에서 살코기 중심인 목살로 소비트렌드의 변화가 있다”며, “현대인들은 고기를 자주 접하므로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육류소비 패턴의 변화가 생기는 것인데 이를 간과해서는 안 되지만, 급격한 변화로 현재 축산업을 하는 사람들이 더 큰 타격을 입어서도 안 된다”고 말해 성급한 변화는 소비자, 생산자 양자를 고려할 때 지양해야 한다는 입장을 취했다.

생산 없이는 소비도 없다

전국한우협회 황엽전무는 “보완안에 따르면 UR, FTA 등으로 품질 차별화를 위한 마블링 위주의 개량에 집중한 농가들에게 정착된 사육법에 의할 경우 낮은 등급을 받게 돼 농가소득이 줄어들게 된다”며 “소비자 욕구를 충족시켜야 하는 것은 생산자입장에서도 동감하나 마블링에 대해 언론에 호도된 측면이 많다”고 지적했다. 이어 “소비 살리겠다고 생산자를 죽이면 안 된다. 일부 부정적인 측면만 강조하는 것은 옳지 않으며 영양과 맛을 균형있게 생각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즉, 생산자와 소비자는 축평원이 소고기의 마블링 경쟁을 줄이기 위해 평가기준을 하향 조정하고 식감이라는 섬세함까지 종합적으로 평가하겠다는 방향에는 구체적인 시뮬레이션이나 검토과정이 없어 성급하게 진행할 경우 피해가 예상돼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마블링, 영양학 측면에서도 문제 없어

주선태 경상대학교 축산생명학과 교수는 “고기를 주식으로 하는 미국, 유럽과 한국인의 육류소비량을 동일선상에서 비교해 건강에 좋지 않다고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황엽전무의 의견을 거들었다. 이어, “한우는 지방뿐만아니라 단백질이 풍부해 건강에 유익하며 최근 연구 동향을 살펴보면 한우의 마블링인 동물성 지방에는 올레 지방산이 60%에 육박해 단가지방산 수치가 상승하며 포화지방산은 30%미만으로 내려간다”고 설명했다.

올레 지방산은 콜레스테롤 수치를 조절해 심장을 건강하게 하는 기능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있으며 단가 불포화지방산은 심혈질환과 당뇨를 예방하기 위한 중요한 영양소로 알려져 있다.

주 교수는 “현재 미국에서도 마블링이 많을수록 건강에 좋다라는 연구 결과 발표가 쏟아지고 있다”며 “언론의 호도로 소비자 인식이 잘못돼 있는데 이를 기반으로 보완점을 추구하는 것은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