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 손질,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
김영란법 손질,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
  • 김재광 기자
  • 승인 2016.06.16 19: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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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혀지지 않는 평행선 되풀이…투명사회vs내수침체

권익위…핵심은 부정부패 척결, 농축수산물은 다른 정책으로 진흥돼야

농축수산업계…금품대상 제외해도 법 목적 달성, 국민 먹거리 문제다

올해 9월 28일 시행 예정인 이른 바 김영란법이라 불리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은 오는 22일까지 입법예고 기간을 통해 이해 관계자, 관계 부처, 전문가 등의 의견을 수렴한 뒤 8월 중으로 시행령 제정을 완료할 계획이다. 최근 국내산 농축수산물을 금품수수 대상에서 제외해줄 것을 요구하는 각계의 규탄이 잇따르는 가운데 의견수렴절차가 진행중이지만 첨예하게 맞서는 양측은 좀처럼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금품수수 대상에 농축수산 및 화훼ㆍ임산물이 포함될 경우 미칠 파장이 우려되는 가운데 관련업계의 의견을 관철하기 위한 방법론에 대해 제시코자 한다. -편집자 주-

▲ 새누리당 이완영 의원은 지난 15일 ‘김영란 법 현실성 있는가?’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주최하고 관련 산업인들과 농식품부, 권익위의 입장을 표명하는 자리를 마련했으나 물러서지 않는 양측의 기조를 거듭 확인하는 자리였다는 평이다.

#김영란법이 걸어온 길

법안의 최초 제안자인 김영란 전 권익위원장도 입법과정에서 누더기로 변한 이 법에 대해 난색을 표하며 말을 아끼고 있다. 정부부처 내부에서도 반대가 심해, 제정안 발표 후 1년 가까이 지난 2013년 7월 29일에서야 국무회의를 통과하고 국회에 제출됐다.

국회 상임위에서도 위헌소지가 있다며 차일피일 미루던 중, 세월호 사건으로 관피아 방지를 위해 박근혜 대통령은 2014년 5월, 대국민 담화를 통해 김영란법 국회 통과를 요청하게 되고 국회 정무위는 즉각 심의를 시작한다. 이후 제재 대상에 사립학교·언론사를 포함해 과잉입법이라는 비판을 받으면서도 지난해 3월 3일, 국회 본회를 통과했으나 이틀 만에 대한변호사협회는 헌법재판소에 위헌 확인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해 현재 계류중에 있다.

2015년 3월 27일 김영란법은 공포됐고 올해 5월 9일, 권익위는 시행령 제정안을 발표해 현재 입법예고 중이며 9월 28일 시행예정만을 앞두고 있다.

#권익위에 핏대세워봤자…

원칙적으로 입법예고 기간인 약 40일 정도 국민의 의견을 수렴해 최종 확정 전까지 세부 내용을 수정할 수 있으나 5월 24일에 열린 공청회와 지난 15일 마련된 토론회에서 여실히 드러났듯이 권익위원회는 “우리 손을 떠나 손 댈 수 없고, 공청회, 토론회는 거쳐가는 절차로 이해한다”는 입장이다.

절차상 앞으로 규제심사(15~20일)-법제처 심사(2~30일)-차관ㆍ국무회의 심의(12~15일)- 대통령 재가 및 국무총리, 국무위원부서(7~10일) 단계를 거쳐야 공포에 이르게 되는데, 이 가운데서도 내용이 변경될 수는 있다.

성영훈 권익위원장도 입법예고를 하며 “발표한 입법예고안은 확정 내용이 아니며 9월28일 시행 전까지 최종 완료할 계획”이라고 밝혔으며 지난 달 입법예고와 더불어 농식품부, 중소기업청, 해양수산부 등 부처 간 협의를 진행했다. 지난 3월 18일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은 신문방송편집인협회 토론회에서 “김영란법 시행일 전에 심리를 마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더불어, 박근혜 대통령은 4월, 언론사 편집·보도국장 간담회에서 “좋은 취지로 출발한 법이 내수 경제를 위축시키진 않을까 우려된다”며 2년만에 태도를 바꿔 보완 필요성 언급했다.

새누리당 이진복 정무위원장은 지난 14일, 원내대책회의에서 “김영란법이 이해단체들까지 나서서 법에 대한 우려를 표하고 있어 가볍게 넘길 수 없다”고 개정 가능성을 언급했으나 당내 분위기는 여론이 부담스러워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여기서 얻을 수 있는 것은 이 법은 이미 당초 취지와는 다르게 초점이 엇갈려 법에 대한 부당성과 경기침체우려가 위에서부터 고조되고 있다는 것이다.

김정주 전 건국대 명예교수는 “이러한 공청회, 토론회 과정에서 의견개진도 일부 영향이 있겠지만 타격이 예상되는 산업종사자들이 청와대 신문고, SNS, 언론을 통해 지속적으로 알려야 한다”며 공론화 필요성을 주장했다.

권익위에 농축수산인들의 주장이 안 받아 들여진다면, 농축산어민들과 중소상공인들은 정부 부처간 협의, 헌법재판소의 심리, 국무회의, 대통령 재가단계에서 제동이 ‘걸리게’하는 것이 더 현실적이라는 것이다.

#대상을 국민으로

정부, 업계, 학계를 포함한 국민 모두의 공통분모는 부정부패 및 비리 척결을 위한 입법취지에는 공감한다는 것이다. 단, 보호돼야 할 부분을 보호하고 법보다 사회통념이 우선이라는 분명한 원칙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아픔은 공유해야 한다.

지난 7일 인크루트가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83%가 ‘공직자가 금품, 향응을 받으면 무조건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답했다. 직장인들의 접대비는 16만원, 식사비는 10만원, 선물비는 14만원 정도로 보는 것이 적절하다고 생각했으며 한 달 접대 목적 지출비 평균 금액은 10만원 이내, 10만원 이상 50만원 이하라는 대답이 23%로 가장 많이 나타났다. 그러나 ‘시중 물가를 고려하지 현실성 없는 정책이다’는 의견은 4%, 수출·내수위축이 우려되는 경제 현실성 없는 법이라는 의견은 3%로 낮게 나타났다.

일반 국민은 가액에 대해 현실성이 없다고 생각하지만 내수경제에 미칠 파장까지는 생각지 못하고 있다. 이에 더불어 국산 농축수산물을 선물하는 것이 금품수수가 아닌 건전한 사회풍습임을 피력해야 한다.

헌법재판소 심리는 사립학교 교원, 언론인 등 민간영역까지 확장해 법적용 범위, 대상이 지나치게 포괄적이어서 계류중인 건이다. 농축수산인들이 주장하는 헌법 제 119조, 123조 국가의 농어업 보호 의무를 토대로 논리를 국민에 전개해도 결코 감정에 의한 호소가 아니다.

15일 열린 토론회에서 20대 국회 전반기 법사위원장을 맡은 새누리당 권성동 의원은 “부정부패를 근절한다는 대의 명분에 사로잡혀 여러 가지 법의 맹점을 못 짚고 있다”며 농축산어민에게 “이제라도 늦지 않았다. 이해관계가 직결돼 있으면 목소리를 높여야 농축산어민의 사정이 국회에 전달되니 목소리를 높여 눈치 보다 찬성표를 던진 국회의원들에게 경종을 알리고 나아가 농축산어민의 활로를 스스로 개척하는 노력을 보여달라”고 강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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