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①] 축산 미래 신성장 동력산업 ‘염소’
[기획①] 축산 미래 신성장 동력산업 ‘염소’
  • 김재광 기자
  • 승인 2016.06.24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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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지생태축산 선도농가 ‘괴산 하늘목장’

산지축산에 적합해 방목으로 사료비 절감

내년부터 관광ㆍ체험코스 마련해 축산혐오 말끔 해소

흑염소 본래 습성을 최대한 유지할 수 있게 해줘야 
  
 최근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염소고기가 육류시장에서 새롭게 재조명받고 있다. 농식품부도 지난해 1월 직접 나서 흑염소산업 활성화 방안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를 마련해 흑염소산업에 대한 가능성을 확인한 바 있다. 그러나 흑염소산업은 이제 시작단계인 만큼 재원의 투입과 보조, 꾸준한 관심이 필요한 산업으로 중ㆍ장기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본지는 정부가 6차산업화의 일환으로 2013년부터 한국형 산지생태축산 모델 구축에 역량을 쏟고 있는 가운데 이 두 가지 정책적 움직임에 알맞은 염소산업의 근간이 되는 농장들을 탐방하고 이후 현황과 문제점을 진단한다. -편집자 주-
   
   

“제 목장을 방문한 사람들이 힐링의 시간을 보내고 맛좋은 염소고기의 매력을 한껏 느끼도록 하는 게 제 목표입니다”

충북 괴산에서 하늘목장을 운영하고 있는 김운혁 한국흑염소협회 회장의 소망이다.
건설업체 2곳을 운영하던 김 회장은 2005년 농촌으로 돌아가 편히 쉬고 싶은 마음에 사육할 축종을 고민하다 비교적 사육하기 편하다는 인식이 팽배한 염소를 선택했지만 그건 오산이었다며 그동안 겪은 우여곡절을 풀어놨다.
 
김운혁 회장은 한우를 사육하던 해발 600m, 목장 3만평, 총 약 10만평 초지 이용이 가능한 현 목장을 2005년 매입하고 시설비와 모축비를 포함 약 10억원을 들여 야심차게 흑염소 150마리를 사육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첫해부터 1마리를 제외하고 모두 폐사했다. 다시 흑염소와 호주 보어종을 구입해 재기에 나섰고 흑염소 고기를 선호하는 소비자의 추세에 따라 약용 흑염소보다 육용 염소로의 전환을 꾀했다. 이와 더불어, 폐사 원인에 대해 고민하던 김 회장은 염소가 성장하는 데 방해되는 요소를 하나씩 없애기 시작했다고 한다. 염소가 받을 스트레스를 하나씩 제거해 주는 것이다.

   
▲ 한국흑염소협회 회장을 맡고 있는 김운혁 하늘목장 대표가 염소의 건강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사료를 못 먹길래 유심히 지켜봤더니 염소가 자라면서 뿔이 걸려 목을 뺄 수 없어서 못먹는 거였어요. 그래서 뿔을 잘라내는 게 아니라 사료투입구조를 바꿔 높낮이를 개선해 줬어요” 김 회장의 염소 고민은 계속됐다. 그 고민은 모두 사육하는 염소를 지켜보는 가운데 이뤄졌다. “얘들도 주인이 하는 말을 알아들어요. 전 그렇게 믿습니다. 그래서 염소에게 푸념도 하고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하며 상태를 살피기도 합니다”
 
김회장은 또, “염소를 사육하는 것은 물론 수익을 창출해 내가 먹고 살고 자식들을 키우기 위함이지만, 그런 대상으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내 자식처럼 생각하고 교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런 김 회장의 노력 때문인지 실패를 거듭하던 염소 사육은 차츰 안정세를 유지해갔다. 그러던 중 2014년 11월, 또 한 번 아픔을 겪었다. 사냥꾼들이 풀어 놓은 사냥개들이 목장에 침입해 40여 마리의 생명을 처참히 앗아간 것이다. 당시 피해액은 3억 가량. 당시 처벌할 근거 규정이 없어 안타깝게 봉변당한 사건으로 일단락됐다.
 
여러 시행착오를 겪으며 김 회장은 기존 전해 내려오던 흑염소 사육방법이 아닌 새로운 사육방법을 정립해 나갔다. 그동안 쌓인 사육 노하우는 모두 하늘목장 카페에 기록돼 있으며 차후 농촌진흥청 최순호 박사와 함께 총체적인 자료를 만들어 전국에 교육을 다닐 계획이라 전했다.
 
하늘목장 염소들은 자유롭다. “우리 염소들은 초지에서 마음껏 뛰어 놀다가 축사로 돌아가기도 하고 그대로 주저앉아 낮잠도 자고 합니다. 우리 목장은 365일 자연방목이 원칙입니다” 김 회장은 염소가 인위적으로 할 수 없는 건 안 해도 된다고 말한다. 자연 그대로 습성을 나타내도록 해주는 것이 자신이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 2008년 경 직접 목장에서 실험 연구해 개발한 TMR사료를 약 9000원대에 단가를 맞춰 생후 3개월가량만 먹인다.

이러한 환경 덕분에 사료비용은 거의 들지 않는다. 일반 흑염소농가는 평균적으로 마리당 35만원의 사료비용이 지출되지만 하늘목장은 방목하기 때문에 10만원 내외로 충분하다.

면밀히 말하면 숫염소의 경우에 TMR사료를 투입한다. 또 새끼 염소에게 2008년경 직접 실험 연구를 통해 만든 TMR사료를 이유식 개념으로 3개월 가량 먹인다.

대부분 생산비에서 사료비용이 많은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에 생산비가 상당히 절감된다. 마릿수를 늘려 더 큰 수익을 바라봐도 되지 않냐는 질문에 바로 손사래를 치며 “개체수가 늘어나면 주변 산간지역이 황폐화되므로 나에게도 피해지만 주변에도 피해가 된다”며 “산지축산을 지속하려면 그런 욕심은 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게 염소고기 요리에서 특유의 누린내가 없어 우리 식당에 손님들이 많이 찾아오는데 그 이유가 바로 스트레스 받지 않고 자유롭고 깨끗한 자연환경에서 자란 염소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산지생태축산 방목효과는 산자수, 산차수에서도 나타난다. 산차수의 경우 “최근에 15년 정도 계속적으로 새끼를 낳다가 자연사한 염소가 있었다”며 평균 11~13년정도 된다고 말했다. 염소 한 마리가 낳는 새끼의 마릿수는(산자수) 2.7두로 연평균 5.4두 정도 된다고 밝혔다. 이와 더불어, 질병이 거의 없어 폐사율이 0%에 가깝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태어나서 죽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고.
 
김 회장은 내년 봄까지 산책로와 꽃밭을 조성해 견학코스를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후 다른 축종도 조금씩 사육해 광활하고 깨끗한 환경 속에서 축산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널리 알리고 체험하고 보여주는 축산으로 소비자에게 다가가는 목장을 운영 하고 싶다”고 앞으로의 계획을 말했다.
 
김운혁 회장의 하늘목장은 산지생태축산의 좋은 귀감이 되고 있다. 농축산식품부가 주관한 산지축산우수농가 10대 농가에 선정됐고 목장뿐만 아니라 염소요리 메뉴개발에도 역량을 집중해 조미료를 일체 넣지 않은 채로 염소전골, 염소곰탕이 투명하고 맑은 국물에 제공되고 있다. 투명하고 맑은 국물이 가능한 것도 모두 방목의 효과로 특유 누린내를 인위적으로 잡지 않아도 나지 않는 것이다. 때문에 따로 홍보를 하지 않아도 입소문을 타고 찾아오는 손님들이 대부분이라고 한다.
 
김 회장은 올해 3월 한국흑염소협회 협회장에 취임하며 흑염소산업의 재도약을 위한 불씨를 지피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앞으로 흑염소 산업을 신성장동력으로 격상시킬 수 있을지 김운혁 회장의 행보가 기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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