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쌀값의 하락세 지속은 식량자급률의 붕괴를 초래할 수 있다
<사설> 쌀값의 하락세 지속은 식량자급률의 붕괴를 초래할 수 있다
  • 김영하 대기자
  • 승인 2016.07.22 10: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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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지 쌀값 약세가 장기화되면서 수확기 쌀값보다 가격이 떨어지는 역계절진폭이 심화되고 있다. 쌀농사 짓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는 것이다.

산지 쌀값이 7월5일 기준으로 80㎏에 14만2900원으로, 열흘 전 14만3040원보다 0.1% 떨어졌다. 지난해 같은 시기 가격 15만9308원과 비교하면 10.3%나 떨어진 1만6408원이나 낮은 금액이다. 이러한 약세는 지난해 풍작으로 인해 수확기부터 산지 쌀값 하락세가 지속된 결과라고 생각한다.

2015년산의 경우에는 산지 쌀값이 지난해 10월5일 가격 16만3396원을 정점으로 하락세를 지속하다가 정부의 추가격리 물량 14만3000톤 매입에 돌입한 4월 초·중순 약간 반등했지만 4월25일부터 다시 내림세로 전환돼 추가격리 효과가 전혀 나타나지 않았다. 현 가격은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예측을 벗어나는 약세이기도 하다.

농경연은 올 1월 농업전망에서 “단경기(7~9월) 평균 쌀가격은 정부의 추가적인 시장개입이 없다면 80㎏ 기준 14만3000원 정도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쌀값 하락세가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되면서 14만3000원은 이미 무너졌다. 농업전망 이후 추가격리가 이뤄졌음에도 추가격리 이전 전망치보다 실제 가격이 더 떨어진 것이다.

수확기 이전에 전년 수확기 평균가격보다 가격이 떨어지는 역계절진폭은 지속적인 약세 여파로 2010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할 것이다. 실제 2015년산 역계절진폭은 1월 3.9%, 2월 4.4%, 3월 5%, 4월 5.2%, 5월 5.4%, 6월 5.8% 등으로 점점 확대되는 추세다. 7월5일자 가격도 지난해 수확기 평균가격(15만2158원)보다 9258원 낮아 역계절진폭이 6.1%나 된다. 현 추세가 이어지면 올해 역계절진폭이 최근 10년새 가장 컸던 2010년(7.9%)에 근접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같은 쌀 역계절진폭 현상은 쌀시장 완전개방으로 예고된 것이다. 쌀 의무수입물량에 이어 밥상용쌀 수입의 지속, 쌀소비의 감소 등에서 쌀관세화에 이르기까지 쌀정책은 논농업직불제를 통한 극소수의 지원을 제외하면 자동차와 전자제품 등 공산품의 수출을 위해 감산정책과 함께 식량생산 축소정책을 편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남북문제까지 대결적인 관계를 형성하면서 대북식량의 길이 막힌 것은 물론 통일농업을 대비할 기반까지 무너진 것이다.

이젠 쌀값하락의 심화로 미곡종합처리장(RPC)이 급속히 무너질 가능성이 있을 뿐만 아니라 심각한 경영적자에 돌입함으로써 RPC가 수입쌀의 물류창고로 전환될 수도 있다는 우려까지 제기된다. 수확기 벼 매입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에 수매기능의 단절까지 우려된다. 이제 방법은 없다. 쌀 정책만큼은 소극적 RPC 지원정책으론 안되며, 통상문제와는 관계없이 별도의 대책을 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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