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기업의 농업참여 가이드라인, 어떻게 해야 하나
<사설> 기업의 농업참여 가이드라인, 어떻게 해야 하나
  • 김영하 대기자
  • 승인 2016.07.29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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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CNS가 새만금단지에 ‘스마트바이오파크’를 조성한다는 발표 이후 기업의 농업진출에 대한 반대여론이 분출하고 있다. 농민반발이 크게 일자 LG측은 농업생산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진화에 나서고 있으나 스마트파크가 조성되는 판에 어떻게 농업생산 참여가 아니냐며 농업계는 의혹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그동안 정부는 동부팜의 경기도 화옹지구 유리온실 참여에 농민들이 드세게 반대해온 점을 감안해 2013년 7월 농민단체·소비자단체·학계·정부·지자체 등이 참여한 국민공감농정위원회를 구성해 기업의 농업참여에 대한 7개조항으로 이뤄진 가이드라인을 마련한 바 있다. 그러나 이 가이드라인은 포괄적이고, 애매하게 표현된 것은 물론 법적 구속력도 없어 실효성이 없다.

‘기업이 농업생산에 참여할 경우 관련협회 등 생산자단체와 사전에 충분히 협의해야 한다’는 조항은 충분한 협의에 대한 해석이 농업계는 농업계의 동의가 전제라고 받아들이는 반면 기업측은 ‘생산자단체를 대상으로 설명회를 개최하는 것’으로 충분하게 여길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더구나 ‘기업이 농업생산에 참여할 경우 △국내 생산이 없는 품종 △자급률이 낮고 수입에 의존하는 품목 △수출용 품목 등에 대한 참여를 우선적으로 고려한다’는 조항도 농업계는 이를 동시에 총족해야 한다고 보는 반면 기업측은 3개 조건 중 한가지만 만족하더라도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기업의 농업생산 참여로 공급과잉 등 현안 발생시 해당 기업이 문제 해결에 적극 협조한다’는 조항도 협조의 범위가 규정돼있지 않아 조정이 거의 불가능하다. 이밖에도 대부분의 조항이 기업이 우월적 지위를 남용했을 때 마땅히 제재할 방법이 없다는 점이다.

기업의 농업생산업 참여는 외국의 사례에서 보듯이 기업의 참여는 미국의 일부 품목을 제외하고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도 1970년대부터 양돈을 비롯해 버섯·시설원예 등 여러 번의 생산업 참여가 시도됐으나 이뤄지지 못했다. 농민과의 경쟁력에서 차이가 클 뿐만 아니라 기존 시장에서 대규모의 추가 공급이 이뤄지는 것이기에 수요와 공급의 균형을 파괴해 농가의 소득을 약화시킬 수밖에 없다. 더구나 동부가 포기한 화옹기주의 온실생산품이 20%밖에 수출이 이뤄지지 못하고 국내시장으로 유통되는 것을 보면 수출만을 하겠다는 기업의 약속은 거짓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기업의 농업진출 자체를 부정적으로 보지는 않는다. 종자, 농기계, 농약, 비료, 축산기자재, 시설의 설치 등 농업생산을 지원하는 산업은 얼마든지 기업이 진출해도 상관이 없다. 그렇게 돼야 농업생산도 발전하고, 생산성은 물론 품질까지 높일 수 있다.

그래서 기업의 농업진출에 대한 가이드라인 설정은 다시 이뤄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보다는 민의를 수렴하는 국회가 적극 개입해서 법제화하는 것이 실효성을 높이는 길이다. 생산자는 물론 각계전문가와 의원보좌진이 참여하는 특위를 구성해 농가의 소득감소가 없고, 식량안보가 흔들리지 않는 것은 물론 다국적기업의 국내 농업생산업 진출을 막기 위한 법의 제정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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