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제2회 ‘쌀의 날’에 붙여
<사설> 제2회 ‘쌀의 날’에 붙여
  • 김영하 대기자
  • 승인 2016.08.19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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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을 생산하려면 여든여덟(88)번의 손길이 필요하다는 의미를 담은 8월 18일은 ‘쌀의 날’이다. 제2회째를 맞이한 이번 쌀의 날에 농식품부와 국회는 그 대응부터가 다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8월 17일 제2회 쌀의 날을 맞이해 대중가수를 불러 '한여름 밤의 밥심 콘서트'를 개최했다. 지속적인 쌀 소비 감소 속에서 ‘쌀의 날’ 기념행사를 통해 쌀 산업에 대한 범국민적 관심을 환기시키는 것은 물론 쌀 소비 촉진을 유인한다는 취지에서 열었다고 한다.

반면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일부 국회의원은 홍보성 행사에 참가하지 않고 18일 오전에는 의원회관에서 ‘쌀값 폭락대책 무엇인가’를 주제로 한 농민간담회를 열어 ‘쌀의 날’에 맞는 쌀값 하락을 어떻게 극복해야 하는지를 고민하는 자리를 만들었고, 오후에는 ‘양봉전문가 육성제도 신설을 위한 전문가 간담회’ 등을 열어 지구환경의 파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양봉산업과 양봉업의 극복하기 위한 자리가 마련됐다.

쌀의 날을 맞아 공직자나 농민이나 정치인이나 농업관련 종사자들이나 무엇을 해야 하는 지는 스스로 알 것이다. 쌀의 소비촉진을 위한 행사는 다른 날 해도 된다. 쌀의 의미를 되새기고 쌀산업의 문제점을 해결하는데 마음을 합해야 하는 날이어야 한다는 생각이 잘못된 것은 아닐 것이다. 그 예산을 쌀값을 위해 써라.

올해도 쌀값은 몸살을 앓고 있다. 쌀 재고가 적정선을 넘어 6월 말 기준으로 쌀 정부 재고량이 175만톤, 민간 재고량이 50만톤이나 된다. 지난해 같은 시점에 비해 정부 쌀은 42만톤, 민간 쌀은 4만톤이나 많다. 더구나 쌀 작황도 현재까지 풍작이 될 것으로 예측된다. 그러나 풍년이어도 농민들의 인상은 펴지지 않는다.

풍년이면 쌀값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더구나 수확기 이전 산지쌀값마저 폭락하고 있다. 5일 현재 80㎏ 기준 산지 쌀값은 14만1896원으로, 1년 전인 지난해 8월5일의 16만24원에 비해 무려 11.3%나 떨어진 1만8128원이 하락했다. 정부가 쌀 재고관리의 일환으로 2월 묵은쌀 9만9000톤을 사료용으로 공급하고, 산지 쌀값 안정을 위해 3월까지 2015년산 쌀을 34만3000톤이나 시장에서 격리했는데도 상황은 더 나쁘다.

더구나 지난해부터 누구나 513%의 관세만 물면 쌀을 수입해올 수 있게 쌀시장이 열렸다. 설상가상으로 쌀 관세화 이전 밥상용쌀을 수입하지 않겠다던 정부의 약속은 언급조차 않는다. 그런 와중에 정부는 미국 대선후보들의 보호무역주의 경향과 일부 국가들의 협상 난항 중임에도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를 포기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협상참여를 준비하고 있다. 완전한 관세의 철폐를 요구하는 조건임에도 말이다.

쌀은 우리의 기초식량이다. 쌀의 위상이 예전보다 못하다고 하지만 쌀이 없으면 우리의 식량안보는 무너지는 것이다. 쌀이 대접받는 날, 쌀을 생산하는 농민이 대접받는 날, 이를 위해 지금의 상황을 극복하는 것을 마련하는 날, 그날이 바로 ‘쌀의 날’이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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