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진통겪는 염소 산업, 같은 시선 다른 생각
[기획]진통겪는 염소 산업, 같은 시선 다른 생각
  • 김재광 기자
  • 승인 2016.08.22 14: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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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8일, 충북 청주에서 개최된 (사)한국흑염소협회의 소비촉진 행사장 전경.

진통겪는 염소 산업, 같은 시선 다른 생각

산업 발전 위해서는 한 목소리 모아야

정부, “농가 뜻 합치되면 긍정적인 검토 할 수 있다”

업계, “정부가 길라잡이 역할 해줘야”

 흑염소산업은 이제 시작단계인 만큼 재원의 투입과 보조, 꾸준한 관심이 필요한 산업으로 중ㆍ장기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본지는 정부가 6차산업화의 일환으로 2013년부터 한국형 산지생태축산 모델 구축에 역량을 쏟고 있는 가운데 염소사육 선도농가들을 탐방을 마치고 산업발전에 걸림돌이 되는 현안문제에 대해 지난 호에 이어 짚어본다. <편집자 주>

 

 #영세한 산업규모, 성장가능성은↑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조사한 농림축산식품주요통계에 따르면 염소 산업은 2000년 기준 5만1585농가에서 14년 1만212농가로 급감했고 사육마릿수 또한 같은 기준 44만9000여마리에서 25만729마리로 크게 줄었다. 이에 반해 국내 염소 고기 소비량은 연간 70만마리를 상회한다. 소비량의 64% 충당하고 있는 수입 염소 고기 수요를 국내 염소 자급률을 높여 국내 염소 고기로 회유한다면 성장 기대가능성은 매우 높은 축종이다. 또한, 한국흑염소협회는 88데이를 통해 선발된 요리를 토대로 차후 프렌차이즈 브랜드 개발 계획을 구상하고 있다.

#한 지붕 두 가족

최근 개최된 88데이(흑염소데이)행사가 성황리에 종료됐지만 염소 산업의 부흥과 발전을 위해서는 한 지붕 두가족 체계를 통합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염소요리 대중화와 소비촉진을 위해 흑염소데이인 일명 88데이 행사를 계획하고 추진하는 과정에서 충북지역 흑염소전업농 단체와 진통을 겪었던 한국흑염소협회는 흑염소 농가 사이에서도 성패를 가늠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 사실. 그러나 국내 흑염소 산업 최대 행사를 앞두고 우여곡절을 말끔히 씻어줄 만한 성과였다는 평과 함께 반대 여론을 흡수하지 못한 아쉬움을 남겼다.

염소 산업은 축산 틈새축종으로 부상하며 그 가능성을 인정받는 단계로, 정부와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시각을 선보이며 부흥을 꿈꾸고 있다. 산업의 발전과 농가의 이익, 대중에게 사랑받는 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양 단체가 조화를 이루고 양보와 타협을 통해 같은 미래를 그려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는 것.

#양립하는 두 단체, 왜?

한국흑염소협회는 전국단위 회원농가를 모집해 지부를 갖춰나가며 최근 협회구성 관련 수속을 마친 상태다. 대한흑염소전업농은 충주지역 염소농가를 위주로 한 단합회 형식의 사조직 단체이나 종전 한국흑염소협회가 워낙 영세하고 체계가 제대로 정비되지 않아 2013년까지 이 조직을 흑염소협회 충주지부로 칭했다.

한국흑염소협회의 주장은 이렇다. 산업발전을 위해서는 염소 소비량이 많아야 하고 염소 소비량이 많으려면 다양한 메뉴로 고기가 잘 팔려가야 하는데 현재 육류소비패턴을 고려할 때 과거 탕, 보양식 위주의 소비보다는 구이, 꼬치, 떡갈비 등 지육중심으로 변모해야 한다는 것이다. 

농가 스스로 소비패턴에 따라 사육법과 품종도 바껴야 농가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주장으로, 증체량을 늘려 지육을 많이 얻을 수 있으면서 맛 좋은 훌륭한 고기를 생산할 수 있는 우수한 품종을 확보하기 위해 외국산 우수 품종의 수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대한흑염소전업농측은 수입반대를 외치며 2006년이후 중단된 수입의 재개 또한 완고하게 막고 있는 상태. 그들은 이미 보급되고 있는 개량종을 통해서도 충분한 경쟁력이 있고 값싼 외국산에 밀려 국내산 염소가격이 지난해에 비해 반토막난 상황에서 수입은 어불성설이라는 주장이다. 엇갈리는 양 측의 주장은 결국 협회 내부 분열로 이어졌고 상대를 인정하지 않는 현실이 극심한 대립의 근본 원인이 된 것.

이에 대해 관련 업계에서는 "양보와 이해를 통해 같은 산업인들이 융화를 이루고 합치된 의견들을 집중해 견고한 결속력을 보여야 할 때"라 면서 "흑염소협회가 대표성을 갖는 명칭이라면 이를 위주로 농가들이 통합해 힘을 모으는 것이 산업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제언했다.

#한국흑염소협회 본격운영위한 체계 정비 돌입

한국흑염소협회는 지난 달 21일 특허청으로부터 업무표장등록을 완료하고 협회 본격적인 협회 운영을 위한 체계를 재정비했다. 앞으로 협회 명단에 없는 염소 농가 또는 회비를 납부하지 않아 제명된 농가가 한국흑염소협회의 이름을 내걸고 사업 또는 행사를 진행할 경우 법적인 조치도 불사하겠다는 의지다. 

한국흑염소협회 김운혁 회장은 “현재 이사회 구성 및 자조금 형성 등 협회 다듬기에 매진하고 있으며 88데이 행사의 성공적인 마무리 이후 협회 내 단합력은 더욱 견고해 졌다”고 밝히면서 “산업발전을 위해 나아가야 할 방향을 꾸준히 지자체와 정부에 건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농가 간 갈등, 정부도 난감

이처럼 양 단체의 입장이 엇갈리는 가운데 농림축산식품부의 고심은 깊어지고 있다. 양측이 추구하는 궁극적인 목표는 염소 산업의 발전과 국내산 염소고기의 대중화라는 대전제가 같지만 방법론에 있어 이견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어 염소 산업에 대한 제도나 가시적인 지원방안을 세울 수가 없다는 것이다. 결국 농가가 염소 산업 발전을 외치며 스스로 발목을 잡고 있는 셈.

현재 한국흑염소협회는 자체적으로 10년 전 혈통이 그나마 유지되고 있는 우수 개체를 걸러 내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국립축산과학원 가축유전자원센터 이성수 연구원은 “현재 재래 흑염소만을 재래종 고유가치를 보존하는 수준의 연구만을 진행하고 있으며 외래종과의 교잡 또는 개량연구는 전혀 이뤄지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농가들의 합치된 의견을 통해 농식품부와 우수품종 개량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면 논의를 거쳐 검토 후 이뤄질 수 있겠으나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통합된 의견을 제출하면 종축ㆍ우수품종수입 등 염소고기 활성화 방안을 수립할 수 있겠지만 생산자들끼리 주장이 엇갈리고 있는 상황에서 각자가 제시하는 방법이 다르기 때문에 정부가 어떤 정책을 수립하거나 의견을 내놓기가 어렵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어 “농가가 통일된 의견을 통해 정부와 논의하는 단계에서는 방안마련이 가능하다.  통합된 의견을 토대로 계획을 수립하고 추진하는 것은 어렵지 않으며 긍정적인 검토를 진행할 준비가 돼 있지만 현재로서는 염소 산업에 대한 정부정책은 확정된 바가 없으며 앞으로도 상당히 신중히 접근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정부가 길라잡이 돼줘야

그러나 업계에서는 이제 막 도약하는 염소산업은 체계 정비와 산업 육성단계인데도 불구하고 발전 방향과 계획에 대한 책임을 농가에 전가해 너무 많은 것을 방치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크다.

충북 청주에서 염소 농장을 운영하며 풍물시장에서 직접 판매도 하고 있는 김상명(가명) 씨는 “정부가 국내 흑염소 산업 발전과 지속가능성, 전망 등을 고려해 방향과 목표를 제시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농가 간 의견이 다를 수도 있는 건 당연한 일이며 오히려 이를 통합할 수 있도록 정부가 중심을 잡고 길라잡이가 돼 줘야 한다. 정부가 방향성을 짚어주지 못하고 농가 핑계를 대며 중장기적 정책수립을 하지 않고 있는 건 전형적인 공무원들의 소극적 행정행태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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