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사회연구소 제120차 월례연구발표회(정은정 대한민국 치킨展 작가)
한국농어민사회연구소 제120차 월례연구발표회(정은정 대한민국 치킨展 작가)
  • 김영하 대기자
  • 승인 2016.09.30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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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킨산업을 통해서 본 한국의 먹을거리와 농업'

치킨산업을 통해본 한국의 식품산업은 수직계열화를 통해 재벌이 해당분야를 장악하고 농민은 농업노동자로 전락하는 구조로 변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한국농어촌사회연구소에서 정은정 대한민국 치킨展 작가는 제120차 월례연구발표회에서 '치킨산업을 통해서 본 한국의 먹을거리와 농업'을 주제로 발표한 가운데 이같이 식품산업의 매래를 전망하고 이에 대한 대응책을 촉구했다.

정 작가는 “치킨은 삼겹살의 미래다”라며 현재 계열화가 완성된 치킨산업에 이어 양돈산업, 소고기산업 등으로 계열화와 농민의 재편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정 작가는 닭고기에 대한 이야기를 다음과 같이 풀어간다.

“혹시 어느 치킨을 드십니까?” 강의 끝에 종종 어떤 브랜드 치킨을 먹는지 질문을 받는다며 그럼 정말 특정 브랜드를 대답한다. 그럼 그 치킨에 특별한 비법이 있는지, 혹은 튀김 기름이 깨끗한지를 물으시는데, 그냥 허무하게 대답한다. “그냥 큰 닭을 쓰길래요.” 1kg닭(10호닭)을 쓰는 치킨도 점점 사라지고 닭이 너무 작아지니 먹을 뿐이라고 대답하는데 충분한 답은 아닌 모양이다. 그런데 며칠 전에는 이런 질문을 받았단다. “왜 치킨을 이야기 하시죠?” 이 기본 질문을 짧게 답했다. “기업이 만드는 삼겹살까지는 먹고 싶지 않아서요.”

양계농민들의 가슴은 아프겠지만 사실 몇 년 동안 치킨 시장의 추이를 보면서 더 이상 치킨에 희망이 없다는 걸 알았다고 한다. 닭을 생산하는 농민들과 치킨집 사장님들은 힘이 없어도 너무 없다는 것이다.

기업계열화가 거의 완료가 된 육계는 ‘하림’ 같은 축산 재벌이 시장을 잡고 있으니 가격에 생산자는 끼어들 틈이 없다. 여기에 더해 몇몇 힘센 치킨프랜차이즈 회사들은 치킨가게 사장님을 쥐고 흔든다는 것이 문제라는 것.

이것은 꽤 오랜 현상이었고 세계적 현상이라는 것이다. 축산의 기업계열화는 일단 닭부터 시작하고 그 다음은 돼지, 최후에는 소로 향하는 추세라고 한다. 가급적 축산기업들은 닭, 오리, 돼지, 소를 한꺼번에 장악하려 하고 그 과정에서 사료시장도 촘촘하게 연결 짓는다는 것. 사료를 가졌다는 것은 곡물 시장의 정점에 서 있다는 것이고, 이는 기업들이 이제 우리의 밥줄을 틀어쥐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돼지가 먹는 것이 사료이면 그 돼지를 먹는 것이 우리이니 말이다. 내가 먹는 것이 바로 사료다.

이미 양돈 농가들은 ‘위탁 돼지’를 여섯 달 키워 한 마리에 3만원에서 3만5000 원 정도를 사육수수료로 받고 남의 돼지를 키우기 시작했다. 자돈과 모돈 모두를 관리하기엔 이제 힘도 부치고, 양돈장도 계속 낡아가니 판로가 아예 정해져 있는 위탁 양돈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는 모양이다. 올해처럼 돼지금이 괜찮을 때는 좀 아쉽기는 하지만 돼지금, 닭금은 들쭉날쭉 하는 날이 더 많으니 어쩔 수 없다고 한다.

양돈 산업의 기업화 경향을 보기 위해서 위탁 양돈이 어느 정도인지 자료를 찾아보니 이미 위탁 비율이 20%는 훌쩍 넘어가고 있다. 그런데 이는 통계일 뿐이고 실제로는 위탁돼지 사육이 가파르게 늘어가고 있어서 그 보다는 훨씬 더 많은 비율로 추산된다. 여기에 더해 ‘남의 소’를 키워주는 양축 농가도 늘어나고 있다고 하니, ‘내 새끼’들을 보듬는 축산농가를 보는 것도 우리 세대가 마지막일지 모르겠다는 것이 정 작가의 예측이다.

어느 식육점에 가면 파절이가 맛있고, 그 집은 목살이 괜찮고 또 어떤 집은 딸려 나오는 된장찌개가 맛있더라는 입소문도 소용없어지는 날들이 오고 있다. 어느 치킨이나 그 맛이 그 맛이 된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치킨은 삼겹살의 미래이고 삼겹살을 지키려면 치킨을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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