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 유례없는 폭염에 배추 가격이 고공행진을 함에 따라 김치 수입량이 역대 최고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관세청은 지난 10일 올 들어 8월까지의 김치 수입량은 총 15만6062톤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14만3519톤을 기록했던 것보다 9% 많은 수치다. 금액으로는 7535만(한화 약829억원)달러 규모다.
현재까지의 월평균 수입량(1만9508톤)에 12개월을 곱해 연간 수입량을 단순 추산해보면 23만4093톤으로, 역대 최대치였던 2011년(23만78톤)을 넘어선다. 관세청이 자료집계를 시작한 2007년 이후 최대치다.
통상 김장 준비가 시작되는 10월부터 김치 수입량이 더욱 늘어나는 것을 감안하면, 올해 실제 수입량은 이 추산치를 웃돌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지난해 9~12월 수입량은 8만605톤으로 지난해 총 수입량의 약 40%를 차지했다.
이처럼 김치 수입량이 급증한 것은 올 여름 유례없는 폭염에 배추 작황이 악화되면서 국산 배추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았기 때문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이날 기준 배추 한 포기(상품)의 소매가격은 6470원으로, 1년 전보다 138% 뛰었다. 그나마 최근 들어 고랭지 배추가 출하되면서 가격이 내린 것으로 추석 직전에는 대형마트에서 배추 한 포기를 구매하려면 1만원 가량을 지불해야 할 정도였다.
이에 일반 소비자는 물론, 식당 등 도소매업자들도 국산 배추를 사용한 김치 대신, 저렴한 수입(중국산) 김치로 눈을 돌린 것이다. 국내에 수입되는 김치의 99%는 중국산이다.
이 같은 상황을 눈여겨 본 일부 식자재업체는 아예 중국산 배추에 국내 김장기술을 접목한 김치를 선보이기도 했다.
일례로 남도한정식 ‘해우리’를 운영하는 ‘로가닉’은 최근 B2B 업체를 대상으로 중국산 ‘로가닉 삼채김치’를 선보였다. 중국산이지만 국내 토종 배추씨앗을 사용해 맛과 품질은 국산급으로 가격은 국산과 중국산 사이로 맞춰 틈새시장을 공략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김치수입 증가로 인해 국내 수요가 감소하면서 국내 배추 재배농가나 면적이 줄어드는 악순환에 놓일 수 있다는 점을 문제점으로 꼽았다.
김치업계 관계자는 “고랭지 배추가 나오면 가격이 차츰 안정돼야 하는데 생산량이 줄어 높아진 가격이 당분간 유지될 것”이라며 “매년 배추 재배 면적이 줄어드는데다 기후변화까지 겹쳐 정부가 적극적인 배추 수급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수입산 김치가 시장에 혼란을 가져올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