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수명 다한 송아지생산안정제 이제는 폐기해야’
<칼럼>‘수명 다한 송아지생산안정제 이제는 폐기해야’
  • 김재민 기자
  • 승인 2011.08.12 09: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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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우 공급과잉에 따른 불황이 장기화 되면서 불황극복을 위한 아이디어와 계획이 여기저기서 발표되고 있지만 정작 손에 잡히는 실행계획은 나오고 있지 않아 농가들을 답답하게 하고 있다.
현재 한우업계는 사료가격 인상에 따른 부담 속에 공급과잉에 따른 가격 하락이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연초만 하더라도 구제역으로 인한 소비감소까지 겹쳐 어려움이 가중됐지만 정부와 농협, 한우자조금 등 민관이 소비촉진에 힘을 기울인 결과 소비는 예년 수준 이상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특히 돼지고기 가격 고공행진에 따른 수요이동까지 겹치며 소비는 예상했던 것 이상으로 늘었지만 사육두수가 계속 늘면서 한우가격은 약보합세를 벗어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여기에 송아지가격이 송아지안정제자금 지급기준에 164만원에 도달하면서 추석 이후 한우공급과잉 상황에서 송아지생산 장려책으로 마련된 안정제 자금까지 지급돼야 할 상황이어서 정부를 곤욕스럽게 하고 있다.

▶10년 전 생산 장려 책 송아지 안정제

송아지생산안정제는 1997년 외환위기 여파로 사료가격이 급등과 수요감소되자 암소의 대량도축이 있었고 WTO출범 이후 시장개방까지 예정돼 있어 한우암소사육기반이 급격히 무너지자 이를 회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만들어진 정책이다.
당시 쇠고기 시장이 막 개방됐던 시기라 한우산업의 미래는 매울 불안했다.
한우육질등급제도가 아직 정착이 되지 않았던 시기여서 수소 거세 만 해도 감지덕지 보조금을 주던 시절이었기 때문에 품질·맛·가격 모든 면에서 우위에 있던 수입쇠고기와의 경쟁이 어렵다는 게 대체적 시각이었다.
이로 인해 국내 고유품종 한우를 어떻게든 유지해야 한다는 절박감이 정책당국에는 있었고 무너진 암소기반, 송아지 생산기반을 회복하고 유지시키는데 힘을 쏟았다.
이로 인해 기획된 송아지안정제사업은 농가가 1만원 정도의 보험금을 지불하면 정부와 지자체가 매칭펀드를 조성해 기금을 조성하고 송아지가격이 적정선 이하에서 2개월 연속 유지되면 손실을 최대 30만원까지 보존해 주는 제도를 만들어 냈다.
그로부터 시간이 10여년이 지난 지금 한우업계는 계속된 호황 속에 사육두수가 증가하며 시장에서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까지 늘어나 있는 상황이다.
이를 해소하기 위한 대책으로 한우협회는 저능력암소 10만두 감축을 농협중앙회는 저능력암소로 판정된 13만4000두의 도태를 유도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정부와 정책공조를 하고 있다.
문제는 현재 실행에 들어간 자율도태사업의 성과가 단기간에 실행될 수 없다는데 있다.
보통 번식우는 번식기능을 최상으로 유지하기 위해 체중조절에 만전을 기한다. 체구가 외소하고 살이찌지 않은 번식우는 도축장에 출하하더라도 제값을 받기 힘들어 농가들은 보통 6개월 길게는 1년까지 비육기간을 갖는데 이를 감안하면 연말이나 돼야 저능력암소가 도축장으로 나올 수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자율도태사업이 계획대로 진행된다 하더라도 효과는 13만두 규모의 소들이 하반기 수정을 하지 않는다는 가정 하에 내년 하반기부터 송아지 생산이 줄어들면서 조금씩 사육두수 조절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이야기다.
결국 송아지가격은 내년 연말까지 지금과 같은 수준을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보여 송아지안정제 자금은 10월 중 집행이 불가피해 보인다.
부담을 느끼고 있는 농식품부에는 송아지안정자금 기준 금액을 하향시키는 것을 검토하고 있지만 한우협회 등 생산자단체가 반대하고 있어 이마저도 쉽지 않다.

▶생명 다한 송아지 안정제 사업

한우산업은 2000년대 들어 품질고급화를 위한 범정부차원의 지속적인 지원과 농가들의 노력이 합해지고 한우브랜드사업, 이력추적제, 식당원산지표시제, 의무자조금도입 등 안전장치가 마련되면서 주요 쇠고기 수출국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지킬 수 있는 힘을 확보했다.
이러한 힘은 한우산업이 과거와 같이 사육기반이 무너질 위험을 고려해 송아지안정제사업과 같은 안전장치 유지를 위해 힘을 뺄 필요가 없게 된다는 이야기다.
현재 한우산업의 불안요소는 생산비 증가, 수급조절 실패에 따른 가격하락으로 정리될 수 있다. 쇠고기의 수입에 따른 외부문제가 아니라 내부의 문제가 한우업계를 힘들게 하고 있는 것이다. 국제곡물가격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외부 효과에 기인하지만 사료비 부담은 우리 한우농가 뿐만 아니라 전 세계 축산농가들이 공통적으로 느끼고 있는 것이고 뾰족한 해법도 없기 때문에 제껴 두기로 하자.
소비도 다각적인 노력으로 늘어나고 정부가 군납물량 확대 등을 검토하겠다며 협조를 하고 있다. 한우산업 불황탈출을 위해 남은 과제는 적정사육두수로 가기 위한 노력 하나만 남는다.
그런데 정부는 어쩔 수 없이 송아지생산안정제 사업 발동을 검토하고 있다.
앞뒤가 맞지 않는 행정이다.
지금까지 송아지생산안정제사업이 송아지가 부족해 송아지생산을 늘리는 쪽으로 이용됐다면 공급과잉 상황에 놓여 있는 지금은 사육두수가 적정 수준으로 내려가기 위한 방향으로 이용될 수 있다는 인식의 전환이 한우업계에 요구된다.
생명을 다한 정책은 하루빨리 폐기돼야 한다.
그리고 현재 상황에 맞는 새로운 정책이 신속히 만들어져 집행되어야 함에도 그렇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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