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수입쌀도 포대갈이 근절돼야
<사설> 수입쌀도 포대갈이 근절돼야
  • 김영하 대기자
  • 승인 2016.12.22 11:1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국내산이건 수입쌀이건 포대갈이를 막아야 원산지가 구분되고 소비자의 선택권리를 살릴 수 있다. 국내산이나 수입산이나 원산지를 교묘히 속일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수입쌀의 대형마트 공략이 점점 확산되고 있다. 대형 급식처나 외식업체를 중심으로 유통되던 수입쌀이 이제는 슈퍼곡물 또는 영양곡물 등으로 홍보되며 일반가정의 식탁에까지 파고들고 있다.

최근 국회 농림축산삭품해양수산위원회의 김현권 의원과 보좌진들은 대형 마트에 대한 수입쌀 조사를 직접 했다. 그런데 대형마트에서는 이미 소비자의 눈길을 끄는 소포장 수입쌀은 물론 513%의 고율 관세를 비켜가기 위한 수입 찐쌀까지 버젓이 판매되고 있었다. 그것도 수입해서는 안되는 GMO쌀까지 찐쌀로 편법 수입해 판매하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관세 5%를 물은 국영무역 수입쌀이 대형마트 판매장에 올라있는 것이다. 서울의 한 대형마트 양곡판매장에는 전국에서 올라온 다양한 쌀이 진열돼 있었지만 이 가운데 2㎏으로 소포장된 쌀 미국산 ‘칼로스’, 중국산 ‘하오미’, 태국산 ‘안남미’ 등도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밥상용 수입쌀은 2004년 쌀 수출국들과 쌀시장 전면개방을 미루는 대가로 탄생한 것으로 우리나라는 2005년 2만1564톤 시작으로 관세화 유예 마지막 해인 2014년에는 12만2610톤을 수입하기로 수출국들과 약속했다. 정부는 쌀 관세화 유예가 끝난 2015년부터는 연간 6만톤 가량을 이런 방식으로 수입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다른데 있다. 이런 방식으로 들어온 쌀은 10㎏과 20㎏들이 포장지에 담겨 수입된 것을 국내 업체가 포장지를 뜯은 후 2㎏들이 비닐포대로 재포장해 마트에 납품한다.

밥쌀용 쌀은 관세화 유예가 끝난 2015년 이후에는 연간 6만톤 가량이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공매를 통해 들어오는데, 쌀 수출국들과의 약속에 따라 10·20㎏ 포장지에만 담도록 돼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형마트 판매장에 진시된 수입쌀은 포대갈이 한 2㎏들이 상품이 전시돼있는 것이다. 판매가격도 싸지 않다. 올 9월 기준 aT의 밥쌀용 수입쌀 공매가격(2㎏ 기준 미국쌀 2732원, 중국쌀 2466원, 태국쌀 1926원)에 견줘 2배가량 높고, 국내산과는 비슷한 5000원 수준이다.

농가 입장에서는 수입쌀이 시중에 나도는 것만 해도 분통 터질 일인데, 더 큰 문제는 이렇게 들어온 쌀이 재포장 또는 소분포장을 거쳐 판매된다는 점이다. 정부가 운송 중 훼손된 포장 개선, 소비자 선택 편의 등을 이유로 재포장·소분 판매를 허용하다 보니 유통업자들이 얼마든지 소비자들을 현혹할 수 있는 것이다. 실제 인터넷 매장에서 판매되고 있는 재포장 혼합쌀의 브랜드를 보면 ‘논두렁’ ‘자연’ 등 토속적인 단어가 들어간 게 적지 않다.

양곡표시란을 제대로 들여다보지 않은 소비자들은 국산쌀로 오인하기 일쑤다. 더 나아가 현행 양곡관리법상 국산쌀과 수입쌀의 혼합이 금지돼 있다고는 하지만 재포장·소분 과정에서 둔갑 판매가 일어날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을 간과하면 안된다.

쌀값 폭락으로 속이 타들어가는 농민들의 심정을 조금이라도 헤아린다면 정부는 재포장을 금지하거나 엄격하게 제한하는 장치 마련에 서둘러 나서야 할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