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특집] 미래농업, 이 길로 가자 I. 미래의 농업정책
[신년특집] 미래농업, 이 길로 가자 I. 미래의 농업정책
  • 김영하 대기자
  • 승인 2016.12.30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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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정의 기본은 사람 사는 농촌, “대접받는 농민, 행복한 국민”

농민=책임과 의무/ 정부='농민들이 농촌을 떠나지 않도록'

 

“농업 마이스터로서 자부심을 느낍니다.”

이런 말은 독일 등 유럽의 농민에게 흔히 들을 수 있는 이야기다. 농업전문학교에서 철저히 공부를 하고 졸업하고도 수년간 농장에서 현장실습을 마친 후 국가고시를 봐서 농부자격증을 취득해야 농민이 되는 세상! 그것도 선택받은 2%만이 가능한 농민, 이것이 가능할까요?

그러나 이것은 실제 독일에서 이뤄지는 농업후계인력의 육성과정이다. 농업의 지속가능성은 농지와 농업인력의 문제다. 그러나 독일은 철저한 농지관리제도와 인력관리로 농업의 지속성을 유지하는 것은 물론 농민들의 생산으로 식량의 안보는 물론 수출농업까지 실천하고 있다.

과연 이러한 독일농업은 어떻게 가능하게 된 걸까? 우선 정부가 농민의 생계를 책임지는 것이다. 그해가 흉년이든, 풍년이든, 가격의 등락이 심하든, 그렇지 않든 농사만 집중하면 생계걱정 없이 살 수 있는 사회라는 것이다.

정부는 기본소득제나 마찬가지인 직불금 정책으로 농업 소득만큼 부족한 생활비를 보전해 주고, 농민들은 책임과 의무를 다하는 그런 국가와 정부를 믿고 농촌을 잘 지키고 있다.

독일의 농업정책은 돈 버는, 돈 되는 농산업이 아닌 사람 사는 농촌이라고 한다. '농촌에 최소한 유지되어야 하는 인구밀도'가 헌법에 명시되어 있는 나라. 그래서 '농민들이 농촌을 떠나지 않도록', '굳이 떠날 생각조차 들지 않도록' 정부의 공무원들이 애쓰는 나라다. 생계 걱정이 없으니 그 해 흉년이든, 풍년이든 상관없이 가격의 변동이 심하든, 그렇지 않든, 농사에만 집중하면 되는 사회라는 뜻이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 농민들은 신경 쓸 일이 너무 많다. 최소한 판매에 대한, 수익에 대한 고민만 덜어줘도 농민들도 숨을 쉬며 농사일에 전념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처럼 경쟁력에 지쳐 이농하는 나라, 농가부채에 채여 야반도주하는 나라, 자연재해를 입으면 농사를 망쳐 떠나고 풍년이면 농산물 폭락으로 망하는 나라, 농가소득이 도시소득의 절반수준이어서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나라 등이 우리나라의 해방이후 농정사라면 이젠 독일이나 오스트리아 등 유럽과 같이 미래의 농정을 고민해야 한다.

 

- 헌법에 인구밀도 명시-이를 위한 제도 마련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우선 독일과 같이 한국도 헌법에 인구밀도를 명시해 농민이 대접받을 수 있는 헌법적 기반 마련이 우선 필요하다. 우리의 헌법에는 농지를 소유하기 위한 ‘경자유전의 원칙’, 농업을 지키기 위한 자조사업의 추진, 유통구조의 개선 등을 규정하고 있으나 유럽과 같이 인구밀도를 규정해 국토를 관리하려는 시도는 없다. 곧 있을 지도 모를 정치권의 헌법개정시 관심이 요구된다.

그리고 필요한 미래농업은 생산만을 담보하지 않는 다기능의 농업, 경관 및 환경을 보전하고 수자원을 함양함은 물론 산소공급과 자연재해를 예방하는 기능을 수행하고 있는 농민에 대한 대접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것이 바로 다산 정약용이 말하는 편농-후농-상농 등 삼농 중 상농을 말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농업재정을 대대적으로 재편해야 한다. 농식품예산의 대부분을 재정지출이 아닌 정책사업을 법제화 해서 의무지출의 비율을 절반 이상으로 전환해야 한다. 그래야 정권이 바뀌거나 장관이 교체돼도 그 기조가 변하지 않고 튼튼하게 재정을 유지할 수 있다. 기획재정부 공무원의 논리에 흔들리는 농식품예산이 되어서는 안되기 때문이기도 하다. 총예산 대비 농식품예산의 비율이 되거나 인구밀도를 맞추기 위한 지원제도의 법제화 등 총 예산규모를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틀을 필요로 하는 한편 농업재정 내에서도 행정비용이 많이 드는 예산을 줄여가고 다기능을 보전할 장치가 요소요소마다 마련돼야 한다.

 

- 대안농정 고민해야

농민을 육성하기 위한 교육제도 자체도 바꿔야 한다. 어려서부터 농촌생활에 익숙해야 하고, 이를 바탕으로 농업학교에서 전문교육도 일찍부터 받도록 해야 한다. 농부가 되려는 아이는 농업전문학교에서 철저히 공부를 하고 졸업하고도 수년간 농장에서 현장실습을 마친 후 국가고시를 봐서 어렵게 농부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농민자격증을 딴 선택받은 2%의 농부만이 국민의 먹거리를 책임지기에 농민의 자긍심도 크고, 정부의 지원에도 불만이 없을 것이다. 그런 혜택에 불만이 있다면 힘들다고 생각되는 농사를 직접 지어라는 것이 이 정책의 취지일 것이다.

다만, 농민들도 직불금 수혜에 따른 농부의 책무를 어기면 그만큼 가혹한 징벌이 가해진다는 점을 명심하지 않으면 안된다. 이것은 손쉽게 생활비를 받아가는 농민이 아닌 이 정책의 구성여건을 농민들은 명심하고 있다. 즉 적당히 제초제를 뿌리다 암행감시에 걸리는 등 단 1건, 한 농부의 위반사례라도 적발되면 재기 불능의 패가망신을 각오해야 한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최근 대안농정토론회 조직위원회에 참여한 단체들의 연구성과에 따르면 이러한 미래농업에 대한 대안농정의 방안들이 다양하게 제시되고 있다. 쌀농업 중심을 밭농업으로, 생산중심을 다기능으로, 설계주의 농정을 지역특성 정책과 협치의 정책으로, 개인의 경쟁력에서 협동조합의 협동으로, 도시와 농촌을 연계하는 로컬푸드 정책으로, 소득보전 정책에서 생활안정 정책으로 각각 전환해야 하다는 것이 농정의 패러다임을 전환하고 미래의 농업을 빨리 앞당길 수 있는 길이라고 본다.

한국농업, 미래로 가느냐, 20세기 수준에 머무느냐 그 길목에 서있다.

 

독일정부가 농업․농촌․농민을 보호하는 이유

하나. 농업은 우리의 식량을 보장한다.

둘. 농업은 우리 국민 산업의 기반이 된다.

셋. 농업은 국민의 가계비 부담을 줄여준다.

넷. 농업은 우리의 문화경관을 보존한다.

다섯. 농업은 마을과 농촌 공간을 유지한다.

여섯. 농업은 환경을 책임감 있게 다룬다.

일곱. 농업은 국민의 휴양공간을 만들어준다.

여덟. 농업은 값비싼 공업원료 작물을 생산한다.

아홉. 농업은 에너지 문제 해결에 이바지한다.

열. 농업은 흥미로운 직종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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