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어붙은 '설' 민심…'설' 자리 잃은 한우
얼어붙은 '설' 민심…'설' 자리 잃은 한우
  • 김재광 기자
  • 승인 2017.01.24 10:53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유통家, “체감 경기 최악, 한우선물세트 올해 역신장”
   
▲ 연휴 전 주말인 22일, 신세계백화점 본점 식품관에서 소비자가 한우 선물세트 안내를 받고 있다.

김영란法 이후 첫 명절, 설 특수 ‘실종’

한우 매출 15%이상 감소…수입 축산물 10%↑ 

설 연휴를 앞둔 마지막 주말인 22일, 대형유통채널인 백화점과 대형마트에는 설 맞이 선물세트를 구입하려는 인파로 붐볐지만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폭설과 함께 한파가 몰아친 주말, 소비자들의 소비심리는 꽁꽁 얼어붙었다. 유통가는 암울한 판매실적에 명절연휴 5일을 앞두고 이례적인 세일을 시작했다. 현장에서 판매원들은 유통가의 설 풍습도를 바꾼 원인으로 전반적인 경기침체와 김영란법(청탁금지법)으로 꼽았다. 김영란법이 발효되기 전 마지막 명절이었던 추석에 이어 법 시행 후 첫 명절인 설날을 맞이해 유통가의 분위기를 살펴봤다. (관련기사, 본지 2016년 9월 12일자 ‘한가위 한우, 김영란法 영향 얼마나 있었을까?’)

대형마트도 5만원 이하 한우 세트 등장

선물의미 전달 안된다…관심 저조

앞서 추석을 앞두고 일부 지역 축협들이 4만9900원 등의 한우 불고기 세트 등을 선보인 바 있었지만 소비자에게 호응이 저조했다. 한우의 경우 대형유통업체들은 대체로 추석 때와 마찬가지로 “5만원 이하로는 절대 세트 상품 구성이 불가하다”는 입장이지만 이번 설에는 일부 유통매체가 5만원 이하 한우선물세트를 선보였다. 이마트는 499기프트 코너를 마련하고 불고기와 양념소스로 구성된 '499 기프트' 한우 불고기세트를 출시했다. 농협 하나로마트도 4만9900원의 ‘한우실속선물세트’ 판매를 시작했다. 농협 하나로클럽 축산팀 관계자는 “한우 가격상승으로 인한 고객부담을 덜고 김영란법 5만원 이하의 한우실속선물세트를 준비했지만 판매량이 상당히 저조한 편”이라고 전했다. 4만9900원 한우실속선물세트의 경우 1등급 한우 국거리와 불고기로 구성해 본가 6만4900원이지만 제휴카드로 결제 시 4만9900원이 된다. 사실상 5만원 이하로는 한우선물세트를 구성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진열된 선물세트를 둘러보다가 실속세트를 발견한 소비자는 들어보이며 “이거 뭐 볼 품 없어서 어디에 선물 할 수나 있겠어요?”라고 판매원에게 반문하며 냉혹한 평가를 내렸다.

▲양재 하나로클럽에서 판매되는 5만원 이하의 한우실속선물세트. 정가는 6만4900원이지만 제휴카드로 결제시 4만9900원에 구입할 수 있다.

대형유통家, 한우 전반적인 매출 감소

수입 축산물 매출 10%이상 신장

신세계백화점의 경우, 수입 쇠고기 선물세트는 최소 14만원부터 구성됐다. 신세계백화점은 명절 축산물의 경우 지속적 성장세를 보이며 지난해 설 7.6%증가세를 보였지만 올해 처음으로 -0.6%로 역신장세를 보여 지난해와 대조됐다. 신세계백화점 본점 식품관 축산물 담당자는 “고가의 한우는 기업인이나 공무원 등 고정수요층이 있는 영역이었는데, 이번 설 한우 판매량 감소에는 확실히 김영란법 영향이 있다”고 판단했다. 현대백화점의 경우 한우 매출이 무려 13.3%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백화점 역시 최근 10년사이 한우 매출 하락은 처음이다. 때문에 현대백화점을 비롯해 롯데백화점 등 백화점업계는 재고소진을 위해 명절연휴 5일을 앞두고 이례적인 세일을 시작했다.

대형마트 3사의 경우도 분위기는 비슷했지만 대형마트에서 수입산 강세가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지난해 설 대비 한우매출이 롯데마트는 -12.3%, 이마트 -18.9%, 농협 하나로마트 -3.1% 등 모두 역신장 했다. 그러나 대형마트들은 5만원 이하 수입산 선물세트를 구성해 매출을 지탱하고 있었다. 대형마트 3사 모두 수입 축산물의 매출이 10%이상 최고 20%가까이 상승된 것으로 파악됐으며 축산물 매출은 한우 역신장 폭을 흡수하고 오히려 축산물 매출이 소폭 상승했다. 수입산 축산물을 팔지 않는 농협 하나로클럽의 경우만이 축산물 매출이 1.7%감소했다.

대형마트 업계 관계자는 “전체 선물세트 판매 매출은 늘은 가운데 과일과 한우 선물세트 매출만이 하락했는데, 그 이유는 장기적인 경기침체와 더불어 김영란법 타격이 크다”고 분석했다.

한우 소포장, 혼합선물세트 증가

DIY(DO It Yourself), ‘직접 골라 담기’

명절 선물 새로운 강자 ‘수입육’, ‘한돈’

명절 특수가 사라지자 유통가는 선물세트 다양화에 나섰다. 선물세트 용량이 2.4kg이상이 되는 것이 일반적이나 1kg~2kg 등 반토박으로 줄여 포장해 판매하기 시작했다. 간편 포장을 위해 보통 500g 단위를 200g, 300g으로 줄이고 소포장하는 것이다. 선택권을 고객에 넘기기도 한다. 이른바 최근 유행하는 DIY(Do It Yourself) 시리즈다. 이마트는 최신 소비트렌드인 혼밥, 2인 가구의 증가에 발맞춰 ‘한우 미니세트’를 선보였다. 고객이 매장에서 필요한 만큼 원하는 양과 부위를 선택하면 매장에서 주문에 맞춰 제작하는 것이다. AK플라자도 선물을 5만원 이하 가격에 맞춰 직접 포장할 수 있는 세트 18종을 선보였다.

이처럼 유통가에서 한우선물세트의 변화가 일고 있는 가운데 새로운 강자로 한돈선물세트가 떠올랐다. 한 유통업자는 “현재 한우는 수입육이 아니라 한돈과 경쟁해야 할 판”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하나로 클럽은 설맞이 돈육 매출이 8.6%증가했고 22일 오후 6시가 되기 전 준비된 한돈선물세트가 모두 소진돼 행사가 조기 마무리 됐다. 롯데백화점은 돼지고기 구이 세트를 4만9000원으로 구성해(삼겹살 1㎏, 목심 0.5㎏) 설 선물세트 로 내놨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백화점에서 돼지고기 선물세트는 판매된 적이 거의 없던 것으로 알고 있지만 시대가 변한만큼 김영란법 상품 마케팅을 고민하다 출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김영란法 시대, 한우산업 방향은

생산자와 호흡하는 정부 대책마련必 

이미 공감대 형성, 빠른 법 개정 해야

한우는 명절 선물세트의 절대 강자로 군림했다. 백화점을 비롯한 대형마트 명절 매출의 약 20~30%를 차지했던 한우 매출은 올해 청탁금지법 시행과 맞물려 직격탄을 맞고 첫 역신장세를 맞이했다. 이 같은 위기는 이미 추석 때도 나타났다.(본지 2016년 9월 12일자, 한가위 한우, 김영란法 영향 얼마나 있었을까?) 당시 농림축산식품부는 대형 유통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한우선물세트 판매액이 2015년 추석보다 19.2%감소했다고 분석했다. 경기침체와 더불어 청탁금지법 영향이 크게 작용했다는 것이 유통업계의 전언이다.

명절 수요에 국한된 문제는 아니었다. 장기적인 경기침체 영향으로 소비자들의 가벼워진 주머니 사정은 수입육으로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지난해 수입 쇠고기 매출이 한우를 앞지르기 시작했고 수입 쇠고기의 매출이 신장하는 동안 한우 매출은 감소하며 자급률이 36%대까지 떨어졌다. 수입쇠고기의 강세로 한우가 밀리는 구조가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전국한우협회가 꺼내든 칼은 투트랙 전략이다. 시장의 점유율을 되찾기 위해 한우 고급화와 저지방육 육성이라는 투트랙 전략을 구사한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전국한우협회와 한우자조금은 거출된 한우농가의 피와 땀을 소비촉진행사를 통해 국민들에게 한우를 싼 값에 제공하고 있다.

한우산업의 위기를 감지한 생산자들이 팔을 걷고 트렌드 분석과 고급화, 저지방육 육성 등 돌파구를 마련하며 나선 가운데 정부의 실효성 있는 대책마련도 요구되고 있다. 청탁금지법을 제정한 김영란 전 대법관은 지난 5일 시행 100일 맞아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의도하지 않게 농축수산물에 피해가 있어 정부가 대책을 모색해줘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농축산 농가들의 경우 문제가 많다는 지적과 함께 개정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이달 초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의 지시에 따라 김영란법 시행령 개정 검토 작업을 시작했지만 국민권익위원회만이 소극적인 행태를 보이고 있어 생각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008년 광우병 파동 이후 8년 만에 미국산 쇠고기 수입량이 호주산 쇠고기를 제쳤다. 이것은 해외여행 증가와 수입육의 국내 시장 잠식으로 소비자들의 거부감이 감소해 인식의 변화로 수요가 이동한 측면으로 풀이된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청탁금지법에 적용되지 않는 국민들도 사회적 분위기에 바짝 움츠려 한우 소비를 기피하고 있지만 빠른 법 개정 추진과 함께 정부가 대책마련에 적극적으로 나서준다면 아직 기회는 있다”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우성원 2017-01-25 20:50:19
농산물 배제 시키는것이 옳다고 생각하고 정부가 수입 육을 더 팔아 주는 형편성 맞지 않는 정책과 국회의원들의 시범도 안해보고 법을 통과 시킨 것에 대해 아주 불합리한 법개정에 대해서 농민의 한사람으로 아주 분노하고 싶네요말로는 우리 농산물이야기 하면서 뒤에서는 수입 농산물 팔아 주는 국회는 어느 나라 국회 입니까 우리 농 민 다 엎어 지면 국회의원들이 농사짓든가 말든가 아주형편없는 국회가 대한 민국 국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