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헌법에 농업의 다면적 가치를 담자
<사설> 헌법에 농업의 다면적 가치를 담자
  • 김영하 대기자
  • 승인 2017.01.24 09:5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순실 국정농단으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통과되면서 차기 대통령 선거가 앞당겨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국회에서 구랍 29일 ‘헌법개정 특별위원회 구성결의안’이 통과됐다. 지난 5일 첫 전체회의를 연 개헌특위는 오는 6월 30일까지 활동하며, 1987년 제9차 개정된 현행 헌법을 다시 개정하는 작업에 착수한다.

대선과 헌법개정이라는 정치적인 큰 단계를 거쳐야 하는 상황을 맞고 있지만 이번 과정에서 우리 헌법에도 농업의 다면적 가치를 담아 농업의 지속성을 담보하는 한편 농민들을 위한 헌법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 많은 학계와 농업계의 주장이다.

우선 독일의 경우 국민의 삶의 질을 지키기 위해 헌법에 지역에 따른 인구밀도를 규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역별 인구밀도의 규정은 해당지역이 격고지에 해당한 농산어촌이어서 인구가 감소하고 산업이 피폐해질 경우 이 규정에 의해 인구밀도를 지키기 위한 법적 장치를 마련할 수 있게 해서 이를 막을 수 있는 정책을 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근거로 독일은 농민들에게 식량안보의 지킴이로서, 지역 환경을 파수꾼으로서, 친환경먹거리의 생산자로서 정부가 직불지불금을 지급하고, 농민들도 떳떳하게 이를 받아 생활이 안정되게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스위스의 경우에는 헌법에 농업의 가치와 다면적 기능을 규정함으로써 이를 행하는 농민들이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근거를 제공하고 있다는 것이다. 스위스 알프스산의 고산지에도 축산농가를 볼 수 있는데 이들은 정부의 고산지 환경정화의 의무와 함께 다양한 공익적 다기능을 행함으로써 직접지원금의 혜택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1990년대 농업기본법(현행 농업․농촌및식품산업기본법)을 제정해 농업․농촌․농민에 대한 정책과 지원을 보장하는 법적인 장치를 만들었던 과거가 있다. 그러나 기본법의 방식으로는 그 한계가 명확하다. 당시의 유럽 몇몇 국가들은 농업에 대한 정책과 지원을 위해 기본법보다 헌법에 규정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는 것을 알았다. 독일, 스위스 등 여러 나라들이 헌법에 이러한 규정을 하는 것은 그만큼 농업․농촌․농민이 국가에서 소중한 산업이고, 식량을 생산하는 소중한 지역이고, 농촌을 지키는 중요한 국민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들 국가는 산업혁명 이후 심각한 이농현상으로 농업과 식량은 국가가 스스로 지키지 않으면 기반이 무너진다는 것을 어느 누구보다 국민들이 뼈저리게 느끼고 있는 상황이었다는 점이다.

우리도 이젠 헌법에 농업의 다면적 가치를 반영해야 할 때가 된 것 같다. 현재 우리 헌법에 농업 관련해서 규정돼 있는 내용은 경지유전의 원칙을 담은 농지와 관련된 규정, 농산물 유통구조의 개선을 통해 안정적인 농산물유통체계를 정착하는 문제, 품목별로 자조조직을 육성하거 지원할 수 있는 근거 등 여러 가지 조항을 헌법에 담고 있다.

그러나 농업․농촌의 다면적․다기능적 가치를 규정한 조항은 아직 없다. 이번 헌법 개정에 이같은 내용을 담아 농정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규정하고 농정이 전환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는 한편 이를 통해 다양한 농업․농촌에 대한 정책과 지원을 펼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할 수 있기를 바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