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자유전의 원칙은 우리 헌법의 핵심 가치
경자유전의 원칙은 우리 헌법의 핵심 가치
  • 김영하 대기자
  • 승인 2017.03.02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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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개헌특위)가 헌법에 명시된 ‘경자유전(耕者有田)’ 원칙의 삭제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개헌특위가 경자유전 원칙에 대한 농민단체 의견을 수렴하면서 농촌인구 감소 등 시대상황적 변화를 반영해 농업이 위축되고 농촌인구가 줄고 있는데 꼭 농민만 농지를 소유할 필요가 있느냐며 이의 삭제를 바라고 있는 것이다.

현행 헌법 제121조 1항은 ‘국가는 농지에 관해 경자유전(耕者有田) 원칙이 달성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며, 농지의 소작제도는 금지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농지법 제6조 1항은 ‘농지는 자기의 농업경영에 이용하거나 이용할 자가 아니면 소유하지 못한다’며 경자유전을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이는 소유자가 농민일 때 농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보전할 수 있다는 믿음에 기초해 제정된 것으로 제헌헌법 이후 경자유전 원칙은 우리 농지제도의 근간을 이루며 변함없이 계승돼왔다.

우리 정부는 1948년 제헌헌법부터 ‘농지는 농민에게 분배한다’며 경자유전 개념을 우회적으로 표현해왔고, 이는 1961년 박정희 군사정부의 개헌에서도 반영돼 있으며, 1987년 개정된 6공화국 헌법, 즉 현행 헌법에는 제121조에 구체적으로 규정돼있다.

1970~1980년대 급격한 산업화 과정을 겪으면서도 경자유전 원칙은 농지 관련 제도의 근간으로 자리를 잡았지만, 헌법에 구체적으로 규정된 후인 1990년대 들어 오히려 조금씩 훼손되기 시작했다. 1990년 영농조합을 시작으로 농업법인의 농지 소유가 허용됐고, 1996년에는 농지법이 제정되면서 도시거주인도 농지취득자격증명을 발급받아 농지를 소유할 수 있게 됐다. 또 법 시행 이전부터 소유한 농지의 임대차가 이때 합법화됐다. 2003년에는 농가가 아니더라도 1가구당 1000㎡(약 300평)까지 주말영농이나 체험영농을 목적으로 농지를 취득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더구나 이명박․박근혜 정부에 들어서는 개발의 규모를 확대한 것은 물론 농지보전부담금과 대체산림자원조성비가 한시적으로 감면 및 시행함으로써 농지의 훼손이 가속화되고 있는 것이다. 경자유전의 원칙이 사라지면 전국에 투기열풍이 일면서 농지 훼손이 불가피하다.

지난해 농가들이 반대해서 이뤄지지 못한 것이 바로 기업의 농업생산 참여다. 그동안 기업의 농업참여와 농지의 투기는 수차례에 걸쳐 이뤄졌고 그 결과 대기업의 부동산 재산가치 증가라는 혜택만 줬다. 삼성그룹이 용인에서 시작한 양돈사업과 시설원예사업을 시작해 50년 가까이 지난 지금 살펴보면 에버랜드라는 놀이공원과 식물원, 삼성가의 미술관, 기타 이병철 묘지 등 가계의 묘원 등 관련시설들로 가득 채워 이씨 일가의 재산증식에 보탬을 준 것 뿐이다.

현대그룹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서산지역의 간척사업과 지역의 축산단지 조성으로 구입한 농지들이 지금은 어떻게 변했을까? 한 때 소떼 방북으로 유명했던 서산지역은 땅값의 폭등으로 현대그룹이 부동산으로 자산을 증식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물론 이후 일부 간척지는 오른 땅값으로 농지를 처분했다. 김포 간척지를 개발한 동아그룹도 농지로 사용하겠다는 당초의 약속은 사라지고 모두 팔아버렸다.

이래도 경자유전의 원칙을 삭제하려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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