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 직불제’ 이제는 손질해야
‘FTA 직불제’ 이제는 손질해야
  • 김영하 대기자
  • 승인 2017.05.04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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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자유무역협정(FTA) 직불금이 까다로운 지급조건과 간접피해가 인정되지 않는 점 등으로 실효성이 없다는 농민들의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2017년 FTA 직불금 지급 대상 품목으로 도라지 1개만 선정되면서 제도가 ‘있으나마나’하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올해 직불금 지급 기준을 충족하는 품목은 도라지 1개로 1㏊당 170만원을 지급하며, 폐업지원금 지급 대상 품목은 없다고 최근 밝히고 이를 행정예고 하는 한편 지급 대상품목과 수입기여도 분석 결과에 대한 이의신청을 촉박하게 오는 4일까지 받는다.

그런데 농민들은 아무런 대응도 못하고 직불금을 아예 신청하지 않거나 지원대상에서 제외되는 작물로 선정돼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 이유는 까다로운 발동요건 때문이다. 직불제가 발동되려면 △대상 품목의 해당연도 평균가격이 평년(직전 5개년 중 최고·최저치를 뺀 3개년 평균) 가격의 90% 아래로 하락할 것 △대상 품목의 해당연도 총수입량이 평년 수입량보다 많을 것 △FTA 상대국으로부터의 해당연도 수입량이 평년 수입량보다 많을 것 등 3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

고구마농사의 경우 직불금이 1㏊당 7900원으로 ‘쥐꼬리’ 수준에 불과할 뿐만 아니라 직불금을 신청하려면 생산사실 확인서와 FTA 발효일 이전부터 해당 품목을 생산했음을 입증하는 서류 등 챙겨야 할 게 많은 데다 주민센터까지 가서 이를 직접 제출해야 한다. ㏊당 7900원을 받기위해 노력해봐야 인건비도 건지지 못하기 때문이다.

생강농사의 경우 2016년 가격이 1㎏에 2278원으로 기준가격(3570원)보다 36%나 떨어지는 등 직불금 지급을 위한 3가지 요건을 겨우 충족했지만, 수입기여도(0.135%)가 너무 낮아 직불금 대상에서 제외됐다.

더구나 2004년 도입된 제도가 2013년(한우·한우송아지)에서야 처음으로 발동됐고, 올해도 지급 대상이 도라지 하나에 그친 이유도 까다로운 발동요건 때문이다.

발동요건을 갖췄다고 해서 모두 직불금이 지급되는 것도 아니다. 수입기여도 조건까지 충족해야 하기 때문에 해당 품목의 가격 하락이 FTA에 따른 수입량 증가에 의한 것임을 보여줘야 한다. 2014년 조, 2015년 옥수수·녹두, 2016년 우엉, 올해엔 생강이 3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하고도 직불금 대상에서 탈락된 것이다.

농가들은 수입기여도 적용에 불만이 많다. 한우농가들은 수입기여도 때문에 한우·한우송아지에 대한 직불금이 크게 줄었다며 2014년 소송까지 낸 바 있다. 생강농가의 경우 생강 수입량이 2012년 4816톤에서 2016년 1만2911톤으로 3배 가까이 늘었고 가격은 크게 떨어져 농가의 소득이 감소했으나 수입기여도가 낮다는 이유로 지원받지 못했다.

당초 FTA직불제의 취지는 일부 농산물의 가격폭등 시 물가조절을 위해 농산물 수입을 늘릴 때 발생하는 농가들의 불이익을 보전해 주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가 정한 FTA 직불금의 지급조건은 너무 까다롭다. 더구나 연도별 평균수입량보다 많아야하고, 수입국 평균 수입량 보다 많아야 하는 조간은 물론 3가지 조건을 동시에 충족해야 한다는 요건이 너무 혜택의 폭을 줄이고 있는 것이다. 이젠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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