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용 쌀수입 ‘된다’ ‘안된다’... 누구 말이 맞나?
밥상용 쌀수입 ‘된다’ ‘안된다’... 누구 말이 맞나?
  • 김영하 대기자
  • 승인 2017.05.26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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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호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이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밥쌀수입공고 철회를 요구하는 1인 시위를 하는 광경.

농민단체, 수입 의무 없는데 왜 수입하나 

정부, 쌀 관세율 확정 안돼 수입 안하면 협상시 불리

쌀값 폭락·관세화 협상 얽혀 민감

대통령선거가 있기 하루 전인 지난 8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는 저율관세할당(TRQ) 쌀 6만5000t 구매 입찰공고를 냈다. 이중 4만톤은 가공용에 쓰일 현미고, 나머지 2만5000톤은 밥쌀용인 멥쌀이다. 16일 진행된 입찰에서 멥쌀 2만5000t 전량이 미국산으로 낙찰돼 시기적으로 보면 입찰은 전 정부, 낙찰은 현 정부에서 이뤄진 것이다. 쌀문제 해결을 최우선 농정 과제로 꼽은 문재인 정부는 달리 할 방도가 없었다. 선거전 입찰했기 때문에 구매하고 낙찰을 본 것은 당연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밥쌀 수입을 둘러싼 농정당국과 농민단체의 갈등이 다시 불거졌다. 담당 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는 밥쌀 수입의 불가피성을 내세우며 구매입찰 절차를 밟고 있다. 이에 맞서 농민단체는 “정부가 농가들의 벼 재배면적 감축을 독려하면서 뒤로는 밥쌀 수입을 추진해왔다”며 양정당국을 성토하고 있다.

갈등의 원인

농림축산식품부는 2014년 9월 세계무역기구(WTO)에 쌀 관세율 513%를 담은 쌀시장 개방계획서를 제출하면서 쌀 관세화를 선언했다. 이 때 정부는 ‘밥쌀 비중 30%’ 같은 수입쌀 용도제한 규정을 삭제했다고 홍보했고 농업계는 이를 “밥쌀 수입 의무가 사라졌다”고 해석했다.

하지만 정부는 관세화 단행 5개월째인 2015년 5월 갑자기 밥쌀 수입 공고를 냈다. 당시 농식품부는 밥쌀 비중 규정을 삭제했다는 의미는 밥쌀을 전혀 수입하지 않겠다는 게 아니라 수입량을 우리 스스로 결정하겠다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결국 그해 밥쌀은 2014년(12만3000톤)의 절반 수준인 6만톤이, 2016년에는 5만톤이 수입된데 이어 올해 수입쌀 공매가 추진된 것이다.

이에 대해 일부 학계는 우리나라가 밥쌀을 전혀 수입하지 않게 되면, 미국은 이를 트집 잡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을 요구할 수도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새 정부는 개혁적인 정책 노선상 추가 수입 여부는 신중하게 판단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농민단체의 입장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은 연일 집회를 열고 정부와 aT를 비난했다.

전농은 지난 10일 관련 성명서를 발표한데 이어 15일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주민센터 앞에서 이같은 내용을 담은 기자회견을 열고 집회를 가졌다. 이와 별도로 김영호 전농의장은 이날부터 이틀간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밥쌀용 쌀 수입 반대를 위한 1인 시위를 벌였다.

김영호 전농 의장은 “대선 직전 농식품부가 aT를 통해 입찰공고를 낸 것은 새 정부가 밥쌀 수입을 거부하지 못하도록 하려는 의도였다”며 “이를 뻔히 아는 새 정부가 입찰을 진행한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한농연중앙연합회(한농연)도 성명서를 발표하는 등 크게 반발했다.

한농연은 대선 전날 밥상용 쌀 공매 발표는 정권교체전 전 정부가 사드를 성주에 배치한 것과 같이 현 정부에 묻지도 않고 일방적으로 수입하려는 아주 치졸한 처사라고 강력하게 비판하고 있는 것이다. 한농연은 지난 10일 성명서를 통해 “정부의 밥쌀용 쌀 수입을 강행한 농림축산식품부의 처사는 ‘농업·농촌판 사드 전격배치’와 비견될 수 있을 정도로 농업인들이 심히 분노하고 있다”며 밥쌀용 쌀 수입 중단을 외쳤다.

농림축산식품부의 시각

농림축산식품부는 국제적으로 우리쌀 관세율 513%가 확정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쌀을 수입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적어도 국제적 관세율협상이 끝나기 전까지는 밥상용 쌀을 수입을 지속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만의 경우 2003년 10월 쌀 관세화를 선언하면서 쌀 관세율 협상이 진행도 하기 전 WTO에 수입쌀의 사료·해외원조 사용제한 규정을 없애겠다고 WTO에 통보했지만 수출국들의 반발로 관세율협상에서 ‘수입쌀의 사료·해외원조 사용을 제한하는 규정’이 다시 살아났다는 것이 그 이유라고 한다.

해법은 없는가

문 대통령은 후보자 시절인 지난 2월 경기 안성지역 농민간담회에서 “적어도 밥쌀 용도의 쌀 수입은 막아야 한다”며 밥쌀 수입 중단 의사를 표명한 바 있고, 더불어민주당 역시 야당 시절 ‘밥쌀 수입 중단 촉구 결의안’을 발의할 정도로 관세화 이후 식용쌀 수입에 대해 반대 입장이다.

현재까지 농림축산식품부와 농민단체의 시각을 보면 협상을 대해야 하는 정부와 당장 쌀값 하락을 고통을 받고 있는 농민들의 입장차이가 다른 주장을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정부는 쌀 관세율을 513%로 추진해야 하기에 이 정도의 관세가 쌀 수출국에 협상하려면 일정 부분 식용쌀 수입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줘야 하고, 농민들의 입장에선 20년 넘게 후퇴한 쌀값의 원인이 수입쌀의 재고의 영향을 많이 받고 있기 때문에 중단하라고 주장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나 정책은 국민을 위한 것이다. 쌀 재고를 줄여 쌀값을 회복해야 하고, 수입의무가 없어진 것이 사실이라면 이제는 농민을 위해 식용쌀의 수입을 재검토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다. 그것 때문이 아니라 그런 조건에서도 좋은 협상을 이뤄내 513%의 관세율을 지키겠다는 공직자의 자신감이 필요한 것이다.

다만 정말 관세협상을 마칠 때까지 식용쌀을 일정정도 수입해야 한다면 농민대상 끝장 토론회를 가지겠다는 적극적인 자세와 의지를 가지는 것이 우선이다.

서울 양곡도매시장의 관계자에 따르면 국내산 저가미 도매가격은 20㎏들이 한포대당 2만원 후반대로 미국쌀 공매가격 2만7000원과 비슷하다. 지금도 양곡도매시장 창고에는 팔리지 않는 2014~2016년분 수입 밥쌀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고 한다. 이 쌀의 존재가 결국 쌀값 하락의 원인인 셈이다. 이 문제도 꼭 대안을 세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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