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시리즈]농업적폐, 이대론 안된다 ②직접지불금 부당수령
[기획시리즈]농업적폐, 이대론 안된다 ②직접지불금 부당수령
  • 김영하 대기자
  • 승인 2017.06.23 10: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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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직접지불금 부당수령하는 사람이 없겠죠?”

“뭐라고요? 세상에... 거의 대부분이 땅주인이 가져갑니다. 백이면 한둘이나 그럴까? 그런 사람들은 정말 착한 사람들이지요”

이는 지난 16일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백암면 고안리에서 만난 박세환씨가 시름을 섞어 뱉은 말이다.

이런 말을 듣고 기자는 강원도, 충남도, 전남도, 경북도 농민 1명씩을 추려 전화를 돌려 이를 똑같이 확인했으나 답은 결코 다르지 않았다.

5명의 농민들이 말하는 직접지불금 부당수령의 문제는 여러 가지가 있다. 가장 큰 문제는 부재지주들의 횡포다. 땅을 소유하지 않은 사람들이 부재지주들의 땅을 빌려 농사짓는 임대농이기 때문에 주인의 눈치를 봐서 마음대로 직불금을 달라고 할 수 없는 입장이다. 직불금을 달라고 하면 땅을 다른 사람에게 임대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부재지주들은 애초부터 시골의 땅을 사려고 할 때 부동산업자를 통해 조건을 갖춘 곳을 산다. 우선 농사를 짓지 않으므로 영농계획서를 제출해야 하는데 영농계획서를 대신 작성해준다. 농사도 대신 지으며, 직불금도 지주에게 주고, 모든 행정적인 방어를 해줄 것을 선택해서 사는 것이다.

부재지주들이 이렇게 하는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땅투기나 개발이 목적이기 때문에 이들은 대부분 구입목적을 농업용으로 해서 산다. 또 농지법 때문에 농사를 짓지 않으면 농지를 소유할 수 없지만 편법으로 농사를 짓는 것처럼 꾸며서 산다. 때문에 농지구입시 농지취득자격증명 신청서와 영농계획서를 제출해야만 한다.

그리고 이를 이행해야 하는 데 먼 곳에 있는 부재지주들이 제대로 영농을 할 수 없다. 그래서 그들은 동네 농민들을 이용해 대리경작하거나 농지를 임대해준다. 한국농어촌공사에 농지를 위탁해 임대하는 방법도 있으나 일반에 비해 임대료가 싸서 피한다.

그리고 농사를 짓지 않는 점이 확인돼 투기목적이 드러날 경우 부재지주들은 공시지가의 20%인 강제이행금을 매년 부과받으며, 이 때문에 농지를 되팔 경우 엄청난 양도소득세를 물어야 한다. 이를 피하기 위해 부재지주들은 그 지역에서 자신에게 심복역할을 할 마을의 토박이를 찾아 임대를 하는 것이다.

이들은 농사짓는 것을 입증하고 직불금을 받기 위해 지역농협에서 농약, 비료 등 농자재도 부재지주의 이름으로 구입하고 영수증을 남긴다. 그것으로 영농했다는 것을 입증하기 때문이다. 농기계도 없는 사람들이 어떻게 농약, 비료, 비닐만으로 농사를 짓는단 말인가. 그래도 지역공무원들은 현장조사를 하지 않은 채 그런 영수증으로 농사증명을 마쳐도 통과시켜준다. 그것을 준비해 주는 임차농이 땅을 다른 사람에게 빼앗기지 않게 해주기 위함이다.

김모씨(해남 옥천읍 61)는 “쌀값이 하락해 영농규모를 늘리려고 하지만 농업기반공사에서 실시하는 매매사업이나 임대차사업으로 농지를 얻더라도 지주들이 직불금을 자신에게 줄 것을 요구하고 있는 사례까지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과거 S모 농식품부 장관은 청문회에서, L모 보건복지부 차관은 국정감사에서 곤혹을 치른 바 있으며, 지난해에도 우병우 청와대 정무수석도 처갓집의 화성땅 매입과 관련된 사건도 직불금 부당수령과 농지투기와 관련된 고위층의 부정이 관계된 이야기다.

직불금의 부당수령 문제는 도시민과 자본가들의 불로소득을 노린 농지투기 때문에 발생하는 일로 전국적인 농지의 부재지주 소유 실태조사를 실시해 ‘경자유전의 원칙’을 되살리려는 노력이 없는 한 도시인들의 투기장화는 막을 수 없고, 직불금의 부당수령 문제는 영원한 미제로 남을 수밖에 없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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