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농림축산식품부와 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는 푸드트럭으로 저개발국에 유아·가임기 여성 등을 위한 쌀가공 영양식품을 지원하는 사업인 ‘K-밀 사업’에 최순실이 설립한 미르재단에 관련사업을 떠맡겨 특혜를 준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김현권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4월 8일 K-밀 사업 홍보업체를 선정하기 위한 평가위원회에 류 모 문화기획팀장이 aT 간부 2명과 농촌진흥청 연구관과 함께 위원으로 참석했다. 이것은 ‘K-밀 사업’의 홍보업체를 선정하는 데 미르가 깊숙이 개입했다는 개연성이 드러나고 있다.
더구나 미르재단은 이화여대와 함께 쌀가공 식품 개발자로 이름을 올리고 있어 사업 홍보업체 선정을 위한 평가위원뿐만 아니라 사업 당사자로 참여한 것이다. K-밀 사업 당시 지급된 쌀 가공품은 유아·가임기 여성을 대상으로 한 영양식품이므로 관련 전문성이 필요한데, 뚜렷한 성과가 없던 신생 재단이 어떻게 영양식품 개발사가 되고 사업 홍보를 심사할 수 있는지 의문까지 제기됐다.
유감스럽게도 당시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한 현직 장관이 aT 사장시절과 연관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시기라 미르재단에 대한 지원의 영향으로 장관으로 임명됐다는 루머까지 돌았다.
당초 ‘K-밀 사업’은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아이디어를 낸 농식품부의 식품 개발원조(ODA) 사업으로 알려져 있었다. 지난달 6월 박 대통령이 아프리카 순방 당시 펼쳤던 한국형 개발협력 모델 '코리아에이드(K-Aid)' 중 음식 사업으로 처음 시행됐다.
한식의 세계화를 목적으로 설립한 한식재단을 소관 기관으로 두고 있는 농식품부가 K-밀 사업 홍보에 미르재단을 끌어들인 것이다. 한식재단은 해외 특급호텔 레스토랑에 한식메뉴를 입점시키는 등 대외 한식 홍보를 중점 사업으로 벌여왔다. K-밀 사업뿐 아니라 프랑스 파리의 명문 요리학교 ‘에콜 페랑디’에 한식 교육과정을 포함시킨 것도 한식재단이 아닌 미르재단이다.
또한, 코리아에이드 보건교육프로그램 영상은 차은택의 ‘더플레이그라운드 커뮤니케이션’에서 제작, 박대통령 방문 당시 열린 코리아에이드 출범식에서는 K스포츠재단의 K스피릿 시범단이 태권도 시범을 펼치는 등 지원행사를 가졌다. 이렇게 여러 분야에서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은 특혜를 몰아 받았다.
이런 상황이 대통령의 탄핵과 새 정부의 출범이후 적폐청산을 외치면서도 농업분야의 적폐는 수면 아래에서 잠자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한 자초지정은 반드시 규명돼야 한다.
aT는 공개입찰 과정을 거쳐 미르재단을 선정했는지, 아니면 다른 절차에 따랐는지, 정권차원의 지시에 의해 선정했는지 밝혀야 한다. 또 입찰을 거쳤더라도 미르재단을 선정하기 위해 사전에 입찰방식을 개정했는지, 사업대상자인 식품개발자의 기준을 완화했는지 등 이 사업이 추진되는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잘못된 것은 없는지 반드시 규명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