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재해로 무너지는 농산물시장을 지켜라
[사설] 재해로 무너지는 농산물시장을 지켜라
  • 농축유통신문
  • 승인 2017.07.14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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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재해가 농산물시장을 붕괴하고 있다.

동시다발적인 자유무역협정(FTA)으로 농산물시장 개방이 확대되면서 외국산이 국산을 대체하는 농축산물 품목이 늘어나고 있다. 특히 가뭄, 폭우, 가축질병 등 자연재해로 인해 발생한 생산량의 급감과 이에 따른 부족한 공급을 채우려는 정부의 무분별한 수입은 국내 농산물시장을 무너뜨리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와 우리를 긴장하게 하고 있다.

(사)한국농업경제학회가 6~7일 전남 신안 엘도라도리조트에서 개최한 ‘2017년 하계학술대회’에서 이런 현상에 대한 심각한 문제제기가 제기된 것이다.

한두봉 한국농업경제학회장을 비롯, 지성태 한국농촌경제연구원 FTA 이행지원센터 총괄지원팀장 등 학술대회에서 발표한 여러명의 연구원이나 대학교수들이 제기한 문제는 농축산물 수입 확대로 인한 수익성 저하로 재배면적이 줄거나 자연재해 등으로 국내 생산량이 급격히 감소하면 그 부족분을 외국산이 대체하는 현상이 가속화하고 있다는 것이 이를 가중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당근의 경우 2004년 집중호우와 2007년·2012년 태풍으로 국내 당근 생산량은 급격히 감소했고, 이는 외국산의 국내 시장점유율 확대로 이어진 것으로 분석했다. 2015년을 기준으로 국내에서 유통된 당근 20만여톤 가운데 외국산이 절반인 10만여톤을 차지한 것을 보면 사태의 심각함을 느낄 수 있다.

최근 6개월전부터 지금까지도 AI 발생으로 3000만수가 넘는 조류가 매몰되면서 설날 계란부족을 우려해 한 번도 수입해본 적이 없는 계란까지 수입하고 있다. 더구나 그 많은 마리의 매몰로 계란시장이 회복될 때까지 수개월을 수입해 최근 들어서서 겨우 계란수급에 안정을 찾고 있는 상태다. 그러나 올 가을이나 겨울 다시 AI가 창궐한다면 우리나라의 계란시장은 그대로 붕괴될 가능성도 있다.

일단 관세 이외의 방법으로 수입을 제한하는 비관세조치가 해제돼 한번 빗장이 풀리면 수입이 급격하게 늘어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FTA 협상에서 비관세조치 관련 논의는 신중하게 다뤄져야 하지만 우리는 너무 쉽게 허용했다. 검역문제로 수입이 금지됐던 칠레산 체리가 2016년 수입제한조치 해제 이후 수입량이 눈에 띄게 늘고 있는 점을 보면 이런 문제가 확인된다.

당초 우리나라는 6․25 전쟁으로 식량이 부족한 상황에 미국의 잉여농산물을 받아들여 가난한 사람들의 식량을 채우긴 했지만 그에 대한 댓가로 밀자급률이 0%까지 떨어진 바 있다.

이제는 자연재해를 입어 몇몇 품목에 수급에 차질이 발생하더라도 기재부의 눈치를 보지 말고 개별 품목의 수입대상국별 수입시기, 국산 농산물의 간접피해 여부, 저율관세할당(TRQ) 적용대상 품목과 규모 등에 대한 종합적인 분석을 통해 수급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소비자들이 계란을 두배 비싸게 사더라도 굶어죽지 않는다. 오히려 핸드폰 요금이나 외식비에 비하면 몇몇 품목의 가격이 조금 오르는 것은 농민을 생각하는 국민의 마음으로 호소하면 무리하지 않게 해소할 수 있다. 그것이 농산물 기반을 무너뜨리는 것보다 낫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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