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우시장 뒤집어보기] 소비·유통부터 거꾸로 보자
[한우시장 뒤집어보기] 소비·유통부터 거꾸로 보자
  • 김재광 기자
  • 승인 2017.07.18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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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가 느끼는 한우…“먹고 싶지만 비싸”

유통家, “가치전달 판매전략, 가성비 트렌트 초월”

#사례 1 

“자취생은 한우 가격이 부담스럽습니다”

경기도 금촌에서 근무하는 소방 공무원 김철환씨(가명·34)는 육식 마니아다. 고된 출동이 누적되면 몸이 고기를 찾는다. 회식 때도 고기를 먹는 데엔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회식 자리에서는 당연 한우가 최고 인기다. 자취생활을 하며 혼자 몇 만원이나 되는 한우를 사 먹기란 사치라 느껴지기 때문이다. 회식 때는 한우를 외쳤지만 혼자 고기를 구매할 땐 상대적으로 저렴한 수입 쇠고기로 고개를 돌렸다. 한우가 맛있다는 것은 알지만 수입 쇠고기도 꽤 괜찮은 맛이었다. 이후 무엇보다 2만~3만원이면 배가 터지도록 먹을 수 있는 수입 쇠고기를 선호하게 됐다.

#사례 2

“싼 가격에 품질 좋은 호주 청정우를 먹어요”

인천광역시 서구 원당동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이혜린씨(29)는 쇠고기를 먹고 싶을 땐 유명 외식업체의 샤브샤브 매장으로 간다. 런치메뉴기준 1만5000원도 안 되는 금액으로 호주산 청정 쇠고기를 무한으로 먹을 수 있어서다. 이 씨는 호주산 소는 방목해 키우고 신선한 풀을 뜯어 먹고 자라기 때문에 지방을 비대하게 키우는 한우보다 건강에도 유익할 것이라는 생각이다. 샐러드 바를 이용하며 쇠고기가 질릴 수 있는 타이밍엔 떡볶이, 샐러드, 훈제요리, 과일 등을 곁들여 먹는다. 한우는 지방이 많아 느끼하고 금방 질린다.

#사례3

“청탁금지법 피하려 업종 전환했지만 수입육 등쌀에…”

서울시 강동구에서 한우전문점을 운영하던 백주현(53)씨는 지난해 9월 돼지고기 전문점으로 전환했다. 그러나 돼지고기 전문점도 적자운영을 이어오다 결국 삼계탕 전문점으로 업종을 전환해 다시 한 번 새 도약을 꿈꾸고 있다. 백 씨는 국내산 육류만을 취급하고 있지만 한우, 돼지 할 것 없이 소비가 잘 안 된다고. 한우는 청탁금지법 시행전부터 소비가 급감해 회식단위 단체 손님이 눈에 띄게 줄어 돼지고기 전문점으로 전환했지만 이도 고돈가와 수입육의 강세로 결국 문을 닫게 됐다.

대형유통채널, 한우 소비 역조 현상

결국 가격 문제, 알뜰 소비자 트렌드는

소비가 달라지고 있다. 인식도 변화하고 있다. 고급육의 포지션도 애매한 지경이다. 대형 유통가들 사이에서 올해 상반기 한우 판매량은 지난해 대비 역조현상을 나타내고 있다. 수입육을 취급하지 않는 농협 하나로마트의 경우 지난해 대비 상반기 한우 판매율은 6% 감소했다. 

시세가 지난해 대비 13% 하락하고 공급 물량도 충분했지만 판매가 감소하는 기현상이 벌어졌다. 농협유통 하나로마트 김상근 축산팀장은 “한우 소비저항 측면이 강하게 나타났다”면서 “가격이 낮아졌지만 이 가격도 아직 소비자에게 부담되는 가격으로 작용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마트 축산팀도 한우는 올해 상반기 1.8% 역신장 중이라면서도 “13일부터 보섭살·앞다리살 등 기존 스테이크용으로 활용되지 않던 특수부위를 상품화해 한우 스테이크를 등심의 60% 수준인 100g당 5000원에 판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마트는 한우 소비촉진을 위해 다양한 특수부위를 스테이크로 개발한다는 방침이다.

소비자들 사이에서 수입쇠고기는 저렴하면서 맛도 준수하다는 평가가 자리잡아 수입육에 대한 경계심이 사라진 지 오래다.

소비자 부담 느끼는 한우가격 왜?

고급육 지향, 소비자 인식 변화 

한우는 국내 축산물 중 가장 으뜸으로 인정받는다. 부농의 상징이었던 한우 사육농가는 2006년 19만호에 육박했지만 10년만인 2016년 9만호로 반토막 나고 만다. 소규모 농가위주로 구조조정이 이뤄진 까닭이다. 

정부가 추진한 소규모 축산농가 폐업 정책과 2000년대 초 프리미엄 한우 정책으로 송아지의 중요 공급처였던 소규모 농가들이 한우사육을 포기했다. 결국 영세업자들도 사라지며 가격결정권은 소비접점에 위치한 백화점과 마트 등 대형 유통채널이 쥐게 됐고 한우 가격과 소비자 선택의 괴리는 깊어졌다. 한우 도매시세가 떨어져도 소비자 가격은 요지부동인 이유다.

2000년대 초반, 정부는 본격적인 고급육 장려정책을 폈다. 그것이 ‘소 품질고급화장려금제도’다. 제도 덕분에 현재 1등급 이상 출현률은 67%까지 나오고 있다. 고급육은 늘어났지만 2008년 광우병 사태, 2011년 구제역 등을 거치며 한우 사육방식에 대한 의문 제기가 쇄도 했다. 그러나 광우병 파동을 겪은 미국산 쇠고기는 올해 5월까지 수입량이 7.5%가 증가했고 호주 청정우는 방목하며 풀을 먹고 자란다는 이유로 한우에 굳이 높은 금액을 지불하며 먹을 이유가 없다는 소비심리까지 자리 잡고 있다.

장기적인 경기침체…대량 알뜰구매 뜬다

수입 쇠고기, 가격 싸고 품질 한우 못지 않아

최근 창고형 매장인 이마트 트레이더스는 이마트 매출을 톡톡히 견인하고 있다. 이마트 트레이더스는 기존 대형마트에서 소포장, 소량구매가 가능한 반면 묶음단위 대량구매 위주의 판매가 주로 이뤄진다. 일반 대형마트보다 더 다양한 종류의 상품을 취급하면서 가격은 더 낮췄기 때문에 최근 소비자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트레이더스가 이마트의 성장을 주도해 가자 신세계 그룹도 대형마트의 무게 중심을 트레이더스로 옮겨 가려는 움직임을 보이기까지 한다.

최근 알뜰 소비자 사이에서 각광받는 트레이더스를 찾았다. 쇠고기 매대에서 한우의 자리는 구석진 곳에 전체 쇠고기 매대 중 약 20%정도를 차지하고 있었다. 수입 쇠고기를 집어 든 한상택씨(63)는 “한우는 가끔 하남스타필드 PK마켓에서 사서 구워먹고 여기서는 저렴하고 맛도 준수한 쇠고기를 많이 먹기 위해 샀다”고 말했다. 롯데마트 송파점에서는 한우 30%할인행사를 진행하면서도 호주 쇠고기는 40%를 할인해 사람들이 더욱 몰렸다. 호주산 쇠고기를 구매한 이상미씨(48)는 “농촌, 농민 살리자고 한우 먹기엔 가격이 부담스럽다”면서 “수입 쇠고기를 먹어 보니 맛있더라. 그리고 더 위생적이지 않나 생각된다”고 말했다.

젊은 소비자들을 사로잡기 위한 한우업계의 다양한 시도 중 한우스테이크는 특히 2030세대와 주부를 대상으로 취향저격에 성공해 인기가 상당하다.

소비 여건 구성 및 가치 판매 지향 

브랜드가치 탁월한 한우, 접목 키워드 찾아야

국민들이 선호하는 원산지는 국산 한우가 압도적이다. 그러나 벽을 느끼는 것은 가격이다. 쇠고기는 불고기 요리가 주를 이루지만 최근 스테이크를 선호하는 2030 소비층이 대두되면서 한우자조금과 대형 마트는 한우 판매를 초월해 요리판매, 가치 전달에 방점을 두고 있다. 부가가치를 부여하면 가성비트렌드를 넘어선 소비가 이뤄지기도 한다.

롯데백화점 차승환 과장은 “지난 6월 2일부터 8일까지 백화점 적체된 한우물량에 대해 대대적인 행사에서 큰 호응을 얻은 적이 있다”고 말했다. 차 과장은 ”명동 본점에서 한우 정육부위를 스테이크로 만들고 레시피를 소개하며 시식회를 열었더니 일주일 만에 1억6000만원 이상의 매출을 이끌었다“며 “지난해 한우 행사와 비교해 2배 이상의 매출 신장이 이뤄져 주목되는 결과다”고 밝혔다. 가격 할인행사에 그치지 않은 판매전략이 파급력이 상당했던 이벤트 중 하나다. 이마트 문주석 바이어 또한 “특별한 매출트렌드는 없다고 생각하지만 품질, 브랜드, 부가가치 부여 등이 있어야 잘 팔릴 것”이라며 "이마트는 고품질 원물에 대한 가치부여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소비자 “할인행사 가격대, 공감할 만 해”

유통가 “출하월령 낮추고 사육비 절감해야”

소비자들은 한우에 대해 맛있지만 특별한 날에나 먹는 음식으로 자리잡혀 있었다. 그렇다고 가격을 대폭 줄이기엔 지금까지 쌓아 온 한우의 가치가 무너질 우려가 있다.

김연화 소비자공익네트워크 회장은 “한우 가격 낮추기에 초점을 둘 경우 지금까지 쌓은 한우의 가치가 추락할 수 있다”면서도 “요즘 합리적인 소비자들을 유인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가격 포인트를 찾아야 한다”고 제언했다. 마트에서 쇼핑중이던 회사원 이재호씨(32)는 “값 싼 한우를 먹으면 질기지만 가격대를 높이면 상당히 맛있는 것은 사실이다”며 “훌륭한 맛도 좋지만 적정한 가격대가 형성돼 돼지고기만큼 자주 먹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주부 이미경씨(39)는 “할인행사 정도 가격이면 일주일에 한 번은 먹지 않겠느냐”며 “현재보다 30%정도 싸다면 충분히 자주 먹을 수 있을 것 같다”고 전했다.

유통업계에서는 유통마진에 대한 해부보다 정책적 뒷받침이 수반된 사육 여건 개선, 등급제 개편과 경영비 절감 필요성을 제시했다. 또, 가치부여를 통한 돌파구를 찾고 있었다.

마장동에서 한우 유통업을 하는 관계자는 “500kg 한우에서 200kg 지방을 볼 때면 이게 고기인지 지방덩어리인지 생각될 때가 있다”며 “마블링 위주의 사육방식을 탈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나로마트 김상근 축산팀장은 “정부 기조대로 출하월령을 낮추면서 수입 사료 곡물에 대한 대책이 마련돼야 하는 문제”라며 장기적 안목의 정책적 뒷받침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이마트 문주석 바이어는 “품질 좋은 원물을 어떻게 부가가치 높일 것인가라는 문제로 접근하면 소비트렌드를 초월한 소비가 이뤄질 것”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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