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계 동물복지농장 권혁길 씨, “행복한 닭, 가치부여 밑거름”
육계 동물복지농장 권혁길 씨, “행복한 닭, 가치부여 밑거름”
  • 김재광 기자
  • 승인 2017.07.31 17: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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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동물 복지 인증 식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높아지는 인기에 비해 동물 복지 인증 식품을 만나기란 쉽지 않다. 까다로운 동물 복지 인증 과정으로 농장의 수가 아직 많지 않기 때문이다. 농림축산검역본부가 최근 발표한 ’2016년 동물보호복지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6년 말 기준 동물복지 인증을 받은 축산농장(동물복지축산농장)은 총 114개. 올해 상반기 부쩍 높아진 관심 때문인지 123개소로 늘었다. 그중 육계농장은 지난해 11개소에서 올해 상반기 19개소로 늘었다. 본지는 최근 동물복지인증을 받고 첫 출하를 앞둔 전북 익산에 위치한 ‘도촌농장’을 찾아 동물복지 농장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닭 비전 있다…한우·젖소 사육하다 육계로

18만수 사육, 동물복지농장 이후 15만수

하림, kg당 80원 보조…농가 손실 최소화

권혁길 씨(57)가 육계산업에 발을 들인 것은 2006년. 한우와 젖소를 사육하다 닭에 대한 비전을 보고 육계사육으로 전환했다는 권 씨는 지난 7월 11일 동물복지농장으로 인증받고 첫 출하를 앞두고 있다. 권혁길 씨는 “일반사육을 하면서 닭들이 애처로워 보여 동물복지 농장에 대한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고 첫 말문을 열었다. 지금은 닭들이 쾌적한 환경에서 마음껏 뛰어 노는 모습을 보면 입가에 미소가 지어진다고.

계사내부를 들어가 보니 닭들이 횃대에 뛰어 오르거나 휴식을 취하는 등 활발한 움직임이 눈에 띄었다. 일반사육당시 18만수 규모를 사육했지만 동물복지농장으로 전환한 후에는 15만수를 사육한다. 평당 68~70수를 사육하던 환경에서 동물복지농장 인증 후 평당 58~60수를 사육해 사육밀도가 감소했다. 줄어든 사육마릿수만큼 활동반경이 넓어져 닭들이 노는 모습을 보면 역동적이기까지 하다.

무더운 날씨가 이어졌던 7월 말. 계사 외부 온도가 35도에 육박했지만 내부 온도계는 28도를 가리키며 선선한 느낌을 줬다. 바람 영향으로 5℃ 정도는 더 차이날 것이라는 권씨.

권혁길 씨는 동물복지농장 인증을 준비하면서도 고민이 많았다. 사육수수가 줄어드는 만큼 수익이 줄어들 것이기 때문이다. 또 시설투자 부분도 부담이 됐다. 원활한 급수를 위해 라인을 증축하고 조도를 맞추기 위한 LED조명, 식물성 사료 등 막막한 점이 한 둘이 아니었다. 그러나 하림의 동물복지 농장사업을 확장한다는 방침아래 계열농장인 권혁길 씨의 도촌농장은 kg당 80원의 보조를 받게 됐다.

권혁길 씨는 “kg당 80원의 보조를 받게 되면 사육마릿수를 줄여도 사육비 부분에서 이익이 되고 닭들도 스트레스를 덜 받고 자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줄 수 있다는 생각에 동물복지농장인증을 결심했다”고 밝혔다.

권혁길씨와 아들 권성은 씨가 계사에서 닭들을 살피고 있다.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후계농

연간 조수익 4억5000만원

현실과 맞지 않는 조도 규정 난관

아들 권성은(27) 씨도 전문 축산인이다. 한국농수산대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인 권성은 씨는 하림 GPS농가 1년 실습 과정을 거쳐 아버지와 함께 농장을 경영하고 있다.  

성은 씨는 아버지의 부름에 흔쾌히 농장 경영을 이어받기 위해 공부하며 실전 경험을 쌓고 있다. 이미 현대화된 시설로 집안에서 원격조종으로 모든 계사 환경을 간편하게 제어할 수 있어 오히려 스마트한 농장 경영은 아들이 더 능숙하다. 

 대기업 임직원 부럽지 않다는 권씨 일가의 연간 조수익은 4억5000만원 선. 하림 조현성 사육부장은 “권혁길 농장의 경우 시험사육 4회 후 첫 출하 당시 2일을 단축시킬 수 있었다”고 전했다.

권씨는 “수익을 올리는 것도 좋지만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이 기본 바탕이 돼야한다”면서 “회사인 하림의 철학과 농가인 내 철학이 일치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동물복지 농장의 수많은 장점과 육계사육의 지향점을 확인하는 자리였지만 권혁길 씨는 동물복지 농장인증을 하며 어려웠던 과정도 토로했다. 

권씨는 “기존시설보강은 당연한 부분이라 생각했지만 조도 높이는 것이 상당히 어려웠다”며 “육계농장이 동물복지농장을 하려면 8시간 이상 20lux를 맞춰 조명을 비춰야 하는데, 닭들은 조도밝기를 줄여줘야 더 잘 클 수 있다”고 밝혔다.

조도가 밝으면 닭들이 서로 쪼아대기도 하고 무리한 활동을 지속하기 때문에 스트레스의 원인이 돼 현실에 맞지 않아 16lux정도로 줄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동물복지농장 인증에 주저하는 농장주들에게 권 씨는 “상당한 시설 투자비용이 부담이 되겠지만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이 우선돼야 한다”며 “다소 비현실적인 기준들이 더 큰 투자를 부르는 경우도 있어 정부가 현장에 귀 기울여 개선해 더욱 많은 농장이 동물복지를 실현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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