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 가락시장 부패과 속출…출하자를 위한 배려 필요
[진단] 가락시장 부패과 속출…출하자를 위한 배려 필요
  • 신재호 기자
  • 승인 2017.08.11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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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로 전락되는 농산물…여름철 환경 개선 시급

물류효율화에 앞서 출하자, 유통인과 공감대 형성 우선

벌써 한 달간 폭염과 열대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수온이 상승함에 따라 어패류는 패사하고 축사의 소들도 선풍기 앞에서 몸을 축 늘어트린 채, 달려드는 파리 떼를 귀찮은 듯 꼬리 짓으로 처내기만 한다.

그렇다면 농산물은 어떨까. 장마가 서서히 소강상태를 보이자 복숭아, 수박 등 과일 출하가 한창이다. 그러나 물을 잔뜩 먹은 이들 농산물은 축축 처지기 일쑤다. 가락시장에 올라온 농산물은 경매 시간을 대기한 채, 하역 노조원들에 의해 차곡차곡 쌓여져 있다. 이 과정에서 물러지다 못해 이제 녹아내는 사태까지 발생한다.

 

▲과일 경매장 내 온도를 낮추기 위해 스프링클러를 도입해 작동하고 있다.

가락시장 경매사에 따르면 현 시점을 고려할 때 복숭아와 자두 부패율은 5~10%, 토마토 또한 10% 이상 부패과가 발생하고 있다. 수박 또한 현재 강원 양구 등 주산지에서 온도를 많이 머금고 시장에 반입되다 보니 부패과가 10% 정도 나온다는 것이다. 여기에 상당히 온도에 민감한 무화과는 곰팡이 등 변질 현상까지 발생되고 있다.

가락시장 한 밤의 온도는 약 27℃까지 떨어지지만 과일 경매장 내 온도는 내려갈 줄 모른다. 대낮에 40℃를 넘나드는 온도계는 밤이 되어서도 35℃ 밑으로 떨어지지 않고 머물러 있다. 연신 선풍기를 틀고 있으나 경매장 내 온도를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이다. 하역 노조원들의 옷은 비를 맞은 듯 금세 축축해지고 팔뚝으로 또는 수건으로 뚝뚝 떨어지는 땀방울을 닦아내기에 여념이 없다. 이것이 대한민국 농산물 유통의 메카라 불리는 가락시장의 한여름 현실이다.

여기에 총각무 사태까지 발생돼 가락시장 북1문부터 농협가락공판장 과일 중도매인 점포까지 무 썩는 냄새가 진동을 한다.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이하 서울시공사)가 지난해 12월 총각무 하차거래를 올 8월부터 시행하기로 방침을 세우고 강행한데 따른 것이다. 총각무 출하자들은 아직 산지 현실 상 팔레트를 통한 하차거래로 전환하기에는 역부족이다는 반응이다. 결국 산물로 출하된 총각무는 제대로 가격 제시한번 받아보지 못하고 가락시장 경매장 내에서 고스란히 썩어나가고 있는 것이다.

 

- 과일 경매장 내 환기시설 개선돼야

▲가락시장 과일 경매장 내 온도가 40℃까지 치솟음에 따라 부패과가 속출하고 있다.

가락시장 과일 경매장에는 요식업소의 주방처럼 닥트(duct)시설이 설치돼 있다. 하지만 환기팬이 돌아가는 송기시설이 아닌 단지 자연스런 공기 순환만을 위한 장치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경매장 내 온도는 밤이 되어도 내려가지 않는다.

여기에 과일 중도매인 점포마다 에어컨과 냉장창고가 비치돼 있다. 대개 에어컨과 냉장창고의 실외기는 옥외에 위치해 있으나 가락시장 중도매인 점포의 실외기는 경매장 내에 비치돼 있어 결국 사무실의 더운 공기가 경매장으로 유입되는 결과를 낳는다.

이 같은 경매장 내 온도 상승은 여름철이면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돼 왔다. 이에 동화청과는 올 처음 스프링클러를 작동해 경매장 내부 열을 식히고 있지만 큰 효과를 보지는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경매장 내에서 열을 내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단지 대형선풍기가 전부인 셈이다.

가락시장 한 경매사는 “경매장 천장의 복사열로 인해 밤에도 온도가 떨어지지 않는다”며 “천장에 위치한 환풍기를 개선하는 한편 에어컨 실외기를 경매장 밖으로 빼는 등 환경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여름철에는 부패과로 인해 우리 경매사 뿐만 아니라 중도매인들도 컴플레인에 많이 시달린다”며 “당장 시급한 환경 등 시설 개선 사업을 단지 현대화사업으로 미뤄만 둘 것이 아니라 여름이 길어지는 만큼 보다 과감한 투자를 통해 소중히 키운 농산물을 안전하게 소비지에 공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총각무 하차거래 추진...단계·시기 고려됐어야

▲팔레트로 출하되지 않은 총각무는 경매장으로 내려지지 못한 채 트럭에서 고스란히 썩고 있다.

과일 경매장 내 부패과 속출과는 달리 총각무 부패는 전혀 예기치 못한데서 발생했다.

이는 서울시공사가 출하자 등 생산자, 유통인들과의 충분한 공감대 없이 강압적으로 팔레트 하차거래를 추진한데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분명 서울시공사는 품목별 출하 환경과 시장 여건을 고려해 단계적인 물류 개선을 추진하려 했다. 하지만 시기적으로 한 여름, 그것도 폭염과 폭우가 번가라가며 이어지는 장마철에 추진함에 따라 애써 키운 총각무가 가락시장 한 복판에서 썩어나가고 있는 것이다.

출하자들은 여름철 총각무 주산지인 강원지역은 지게차 작업이 어려운 탓에 하차거래에 필요한 팔레트 출하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팔레트 출하에 앞서 단계별로 포장화 작업이 선행됐어야 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한 출하 관계자는 “소비지의 변화에 산지가 대응하려면 선도 산지를 통한 시범사업을 다양한 측면에서 시기적으로 변화를 주며 추진하고 특히 해당 품목 생산자단체 등 출하조직의 이해도를 높이는 교육 등 계도와 홍보활동이 보다 활발히 추진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 처럼 지난 8월 1일부터 강행된 총각무 하차거래는 시기별로, 단계적으로 사업 추진에 있어 성급했다는 성적표를 남겼다.

한편 육지무, 수박 등의 하차거래를 통해 농산물 수취가격이 상승했다는 서울시공사의 주장에도 반론이 제기됐다.

한 도매시장법인 관계자는 “하차거래로 품위별 분류 작업을 통해 경매가 이뤄진다 해도 중도매인들은 원하는 품위만 골라가고 나머지는 팔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한다”며 “하차 거래가 반드시 수취가격 상승으로 이어진다고는 볼 수 없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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