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정능력 상실한 산란계…다시 불거지는 ‘도덕적 해이’
자정능력 상실한 산란계…다시 불거지는 ‘도덕적 해이’
  • 김재광 기자
  • 승인 2017.08.17 13:0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친환경·무항생제 농장서 살충제 계란 무더기 검출
   
 

살충제 계란 파동이 AI후유증이 가시기도 전에 계란 업계에 상당한 여파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번 살충제 계란 사태도 걷잡을 수 없이 퍼졌던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때와 같이 인재(人災)라는 점에서 공분을 사고 있다. 완전식품으로 국민들의 사랑을 받던 계란이 졸지에 위험 식품으로 인식되면서 소비자들의 외면이 심각한 수준이다.

● 새정부 들어섰지만 정부 안일태도 여전

이번 유럽 살충제 계란과 관련 농식품부는 올해 상반기에 국내 산란계 농장을 대상으로 2회에 걸쳐 모두 2390건의 살충제 잔류검사를 실시한 결과, 살충제 성분이 검출되지 않았다고 지난 9일 밝혔다.

또한, 식품의약품안전처도 올해 상반기에 시중에서 유통되고 있는 계란에 대해 살충제성분 잔류검사를 실시했으나 검출되지 않았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 발표에 근거가 된 자료들은 1년 전 샘플조사였다. 이번에 실시된 전수조사 또한 무작위 조사가 아닌 농가가 계란을 선별해 준비해 놓은 계란을 조사했다는 농장주들의 증언이 이어지며 신뢰성 논란도 점화되고 있다.

또, 더불어 민주당 기동민 의원은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살충제 계란 문제를 거론하며 대책 마련을 주문한 바 있다. 당시 손문기 식약처장은 “농식품부와 함께 종합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으나 이후 별다른 대책은 없었다. 결국 지적된 사항에 대한 대책이 없어 화를 키웠다는 지적은 면하기 어려워 보인다.

● 농가 ‘도덕적 해이’ 닭진드기 교육 실효성 논란

정부의 무책임한 행태에 대한 비난과 함께 농가들의 도덕적 해이도 도마 위에 올랐다. 정부 및 기관과 대한양계협회의 홍보 및 계도 교육이 부실했던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대한양계협회는 정부와 가금단체는 이달 22일 부터 농가를 대상으로 AI로 인해 농가 소집이 어려워 미뤄졌던 ‘닭 진드기’ 살충제와 관련한 예방교육을 준비중이었다. 

그러나 계란 파동 이전에 진행됐더라도 무더운 날씨에 기승을 부리는 와구모(닭진드기)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었기 때문에 지금까지 진행됐던 농가 교육에 대한 농가 참여 태도와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는 것이다.

농식품부는 “살충제 성분 검출 농장주에게 농약을 직접 구입해서 살포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고의성을 부인하는 농장주도 있었다. 검출된 농장주 A씨는 “살충제 성분을 몰랐다”며 “옆 농장에서 진드기 박멸에 효과가 좋다는 말을 듣고 사용했을 뿐이다”라고 주장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농가들이 금지된 살충제 성분에 대해 알고 있으나 친환경 제품으로는 그 효능이 없을뿐더러 가격도 비싸 강력한 살충제를 써왔다”며 “농가 교육 또한 형식상 진행되는 수준에 보고용 명분 쌓기 아니겠느냐”며 의구심을 표했다.

● 진정되지 않는 계란대란...산란계 사과문·성명서 줄이어

대한양계협회(회장 이홍재)는 17일, ‘살충제 계란에 대한 사과문’을 배포하고 “이런 사태를 막고자 농가 교육과 홍보를 지속적으로 실시했 효율적이지 못했고 정부의 관리 또한 허점이 있었다는 사실에 깊이 반성한다”며 “소비자 중심의 안전검사 강화 및 이력추적, 안전관리에 대한 최선의 대책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한국계란유통협회(회장 강종성)는 같은 날 성명서를 통해 “농장에서 계란 품질 보증하는 제도 즉각 시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계란유통협회는 “농장에서 조차 품질이 보증되지 않는 계란을 계란 유통인들이 보증해야 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연출됐었다”며 “2011년 ‘식용란수입판매업’ 제도에 이어, 식용란수집판매업자의 모든 판매 품목 신고, 계란 세척시 10℃ 이하의 냉장유통 의무화 등 일방적으로 계란 위생기준 강화 방침을 내놓은 것은 저품질 계란이 생산되더라도 계란 유통인들이 안전한 품질로 포장해서 잘 판매하라’는 황당하기 그지없는 강요나 다름없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