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한·미 FTA 재협상에서 농업분야는 ‘빼라’
[데스크칼럼] 한·미 FTA 재협상에서 농업분야는 ‘빼라’
  • 임경주 기자
  • 승인 2017.08.23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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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주 농산국장

지난 22일 미국이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개정 협상을 공식 요청했다. 이로써 우리정부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사실상 개정 협상이 막을 올렸다. 우리 정부는 미국 개정협상요구에 대해 일단 ‘수용할 수 없다’는 뜻을 밝혔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2011년 한·미 FTA 발효 이후 5년간 미국의 대(對)한국 무역 적자가 2배 증가했다며 FTA 개정협상을 요구한 것이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FTA를 두고 ‘끔찍한 협정’이라며 자동차·철강·정보통신(IT) 분야에서 양국 간 무역 불균형이 심하다고 재협상을 줄기차게 주장해 왔다.

하지만 미국 대통령 직속 기관인 국제무역위원회(ITC)는 지난해 ‘한·미간 FTA가 이뤄지지 않았다면 미국의 대한국 무역적자는 2015년 기준으로 202억 달러(약 22조원) 증가했을 것’이라는 보고서를 냈다. 이는 한·미 FTA가 미국의 무역수지 개선에 분명히 긍정적인 측면의 효과를 발휘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중요한 것은 오직 자국의 이익만을 극대화 하려는 트럼프 정부의 한·미FTA 재협상 요구는 무역불균형 해소가 목표이기 때문에 자동차, 철강 등에서 야기된 무역적자를 우리 농축산업의 추가개방이나 관세철폐 시기 조정, 쇠고기 연령제한 해제 등으로 상쇄시키려 할 경우이다.

이와 관련 정부는 농업분야는 협상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도록 한다는 기본 입장을 밝혔다. 합당한 대응이다. 우리나라는 이미 쌀을 제외한 거의 모든 농축산물을 개방했고 농축산물의 대미 적자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극단적으로 표현하자면 한·미 FTA는 한국농업분야를 희생양으로 삼아 채결된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이번 재협상에서 농업분야의 더 이상의 양보는 있을 수 없다. 협상에서 제외하는 것이 옳다.

김영록 농식품부 장관이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밝힌 바와 같이 2016년 기준 미국산 농축산물 수입액은 68억 달러로 우리가 미국으로 수출하는 금액 7억 달러의 10배에 육박한다.

따라서 정부는 이번 재협상에서 한·미 FTA 발효 이후의 효과에 대해 양측이 공동 조사단을 꾸려 객관적으로 조사할 것을 제안하고 이를 관철시키기를 바란다. 이런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트럼프의 억지와 터무니없는 주장에 합리적인 일침을 가해야 한다.

또 미국은 농업부문에서 상당한 이익을 창출하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우리가 농업분야의 균형을 주장해야 한다.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은 "국익 극대화의 원칙 아래 당당하게 대응해 나가겠다"고 협상원칙을 밝혔다.

또 김영록 장관은 “개정 협상에서 농업분야는 포함되지 않도록 하거나 불합리한 부분은 당당히 개선을 요구하겠다”고 강조했다.

말은 이렇게 강력한 의지를 담아 표현해 놓고 협상 과정에서 강대국을 상대하는 협상에서 작용하는 힘의 원리에 밀려 슬그머니 농업분야의 양보를 통해 협상을 수습할 경우 정부는 농업분야의 강력한 저항에 직면할 수 있다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

이번 재협상에서 농업분야 제외는 선택이 아니라 숙명이라는 자세로 임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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