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일에 가려졌던 대기업의 GMO농산물 수입 현황이 밝혀졌다. 2016년 8월말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가 공개한 내용에 따르면 우리나라 GMO콩 총수입량의 경우 (주)CJ제일제당이 63.4%인 약 167만톤, (주)사조해표가 약 93만톤을 기록하고 있으며, 우리나라 GMO옥수수 총수입량의 경우 대상이 44.3%인 136만톤, 삼양제넥스가 29.4%를 차지하고 있는 90만톤을 기록하는 등 4대기업이 GMO농산물을 거의 대부분 수입하고 있다.
이같은 사실은 식약처가 나서서 공개한 것이 아니다. 이런 내용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 2년간에 거쳐 대법원에 이르기까지 기업별 GMO 수입현황 정보공개를 요구해 얻어낸 결과다. 처음에는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가 기업의 영업비밀이라며 정보공개를 거부했고, 이에 경실련이 법원에 정보공개 소송을 제기했으나 1심과 2심 모두 정보공개 판결을 내려도 식약처가 이에 불복해 항소와 상고를 거듭했다. 그러나 결국 대법원에서 정보를 공개하라는 최종 판결이 내려져 공개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대법원의 정보공개는 기업의 영업이익을 보호하기 보다는 국민의 알 권리를 우선했다는 점이고, 헌법상 국민의 기본적 권리와 국민들의 눈높이에 따라 공개한 것이다. 그러나 이런 상식적인 생각을 거부해 왔던 식약처의 비정상적인 행태야말로 몰상식의 극치라는 지적이다.
이것만이 아니다. 식약처는 지난해 초반 ‘유전자변형식품 등의 표시기준’ 일부 개정 고시안을 행정예고해 Non-GMO표시를 할 수 없도록 하는 등 대폭 완화하려고 하는 등의 개정안을 입법예고한 바 있다. 개정 이유는 식품 기업들이 무분별하게 '비GMOㆍ무GMO' 등을 표시하지 못하도록 함으로써 소비자가 오인, 혼동하는 일을 막기 위한 조치라는 것이 식약처의 설명이다. 또한 식약처는 유전자변형식품 표시대상이 제조ㆍ가공과정을 거친 뒤에도 유전자변형 디엔에이(DNA)나 단백질이 조금이라도 남아 있는 모든 식품으로 확대하는 내용을 담기 때문에 '비GMOㆍ무GMO' 등의 표시가 불필요할 뿐만 아니라 악용될 소지가 있다는 주장이다.
이같은 식약처의 주장은 식품대기업을 회원으로 하고 있는 한국식품산업협회의 아바타 역할을 하는 게 아닌지 의심스럽다.
아울러 식약처는 지난해 8월 또 대기업의 구색에 맞는 식품관련법의 개정을 추진했다. 식품표시법의 제정을 추진한 식약처는 법 제4조에서 ‘식품 및 축산물 등의 표시·광고에 관해 다른 법률에 우선해 이 법을 적용한다’는 조항을 넣어 농식품관련 표시제를 통합하려는 의도를 담고 있었다. 이는 ‘농수산물의 원산지 표시에 관한 법률’, ‘농수산물 품질관리법’, ‘양곡관리법’, ‘식품산업진흥법’, ‘친환경농어업육성법 등 농식품 인증과 관련한 개별 법령의 상위법으로 식품표시법이 발효된다는 의미로 농림축산식품부(이하 농식품부)의 입장보다는 식약처의 입장이 우선할 수 있는 법 조항이 담기는 것이었다.
친기업적 식약처가 모든 식품관련법을 손아귀에 두면서 어떤 활동을 할지 향후 행보가 걱정스럽다는 것이 농민단체 관계자들의 이야기다.
이와 관련해 농업연구단체나 농민단체들은 식약처의 모든 법적․행정적 행위들이 대기업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지적을 하고 있으며, 이 때문에 식약처의 관할부처를 농림축산식품부 산하기관으로 옮겨야 한다는 의견을 상당수 제기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을 비롯한 농축산연합회와 함께 전국농민회총연맹를 중심으로 한 농민연대 등 농민단체는 물론 농정연구센터, 한국농어촌사회연구소 등의 농업 연구단체들도 식약처의 농식품부 이관을 바라고 있다.
한국농어촌사회연구소의 이재욱 소장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GMO표시제를 만든 식약처의 식품관련 제도가 대기업 중심으로 되어 있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안다”, “식약처의 소관부서 이관은 앞으로도 대통령선거가 있다면 계속 공약 요구사항으로 제기될 것이다” 등 부정적인 시각을 보이고 있다. 식약처의 근본적인 변화가 요구되는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