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배 소비 촉진을 위한 전략, 소비트렌드를 읽는 노력 필요
[기고] 배 소비 촉진을 위한 전략, 소비트렌드를 읽는 노력 필요
  • 김영하 대기자
  • 승인 2017.09.27 09: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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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한울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전문연구원

배 재배면적은 2000년 이후 도시개발 및 농가 고령화 등으로 꾸준히 감소하고 있음에도 단수가 증가하고, 소비는 감소하는 등 배 가격이 높을 수 있다는 기대는 줄어들고 있다. 과거에는 태풍으로 인한 수급 불안을 걱정했으나, 최근 들어서는 배 농사가 풍년일까 걱정이다.

배는 귀족과일로 여겨질 만큼 비싸고 먹기 귀한 과일이었으나, 최근에는 명절에만 수요가 집중되다 보니 귀족과일이 아닌 귀신과일로 명칭이 바뀔 만큼 특정시기에만 소비된다. 2016년 기준 배 1인당 연간 소비량은 약 4.1kg로 다른 과일에 비해 적다

우리나라에서 주로 생산되고 있는 배 품종은 숙기가 9월 중·하순인 신고배로 추석시기에 가장 많이 소비되고 있다. 금년처럼 추석이 9월 말 이후로 늦은 경우 신고배는 숙기를 다 채우고 출하할 수 있으나, 추석이 이른 경우에는 생장조절제인 지베렐린(GA)처리를 통해 출하시기를 조절하고 있다. 특히, 명절 제수용과 선물용은 대과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어 지베렐린 사용이 계속 확대되고 있는 실정이다.

지베렐린 처리는 조기 수확을 가능하게 하지만 반대로 조기 수확된 배는 자연숙기를 채운 배에 비해 당도가 낮고, 품질 및 식미 저하 등 배 소비를 감소시키는 원인이 된다. 뿐만 아니라 지베렐린 처리는 열과 발생과 부패과율을 높여 배 저장성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추석 명절에 출하하기 위해 지베렐린을 처리하였으나 소비되지 못하고 저장하여 출하되면 품질 저하로 가격 약세가 지속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소비자 조사 결과에서도 당해연도 구입한 배 맛이 당도가 떨어질 경우 향후 배 구입을 줄이거나 전혀 구입하지 않는 소비자가 전체의 66%로 높게 나타났다. 즉, 그 해 처음 먹어본 배 맛이 향후 구입의향에 크게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신고 배가 첫 출하되는 9월 가격이 1% 상승하면 주출하기 가격도 0.8%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배 가격의 결정 요인은 생산량, 명절 수요와 함께 소비자 선호에 따른 영향을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

최근 인구노령화, 가구원수 감소 등 인구사회학적 요인이 소비 변화를 주도하고 있으며, 섭취가 용이하고 단맛이 강한 수입 과일의 소비가 늘어나고 있다. 또한, 소비자의 과일 선택 기준에서 ‘맛’이 가장 우선시되고 있다. 이러한 소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수십년간 고착화된 배 생산 체계의 변화가 필요하다. 당도 높은 고품질 배 생산을 위해 지베렐린 사용을 제한하고, 미숙과 출하를 지양하는 등 적정숙기에 맞춰 출하하려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금년 추석(10.4)은 작년보다 늦어 지베렐린 처리가 전년보다 약 20% 가량 감소한 것으로 조사되어 숙기를 채운 맛있는 배의 출하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 추석은 배가 갖는 본연의 맛을 많은 소비자가 누리길, 그리고 그로 인한 가격 상승으로 생산자 얼굴에도 미소가 생길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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