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양곡, 횡령 무대책
정부양곡, 횡령 무대책
  • 김영하 대기자
  • 승인 2017.10.13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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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 검사 논란…

군 단위 295톤 창고 평균 10분 만에 검사

올해 5월 경북 예천에서 정부양곡 횡령 사건이 발생했지만 언제, 어떻게 사라졌는지 전혀 파악하지 못하는 등 양곡관리가 부실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약 200만톤의 양곡을 4500여개에 달하는 전국창고에 보관하고 있지만 입‧출고, 판매, 운송, 재고 파악 등 모든 관리는 ‘수기’로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지난봄 경북 예천에서 정부양곡 횡령 사건이 발생했으나 실태파악을 전혀 하지 못하고 있다.

박완주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충남 천안을)이 농식품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3년에 75만 톤이었던 정부양곡 재고량은 약 3배 증가해 올해 3월 기준 209만 톤에 이르렀다. 재고가 증가함에 따라 정부양곡을 보관하는 창고도 2013년 3883개에서 올해 3월 기준 4486개로 늘여 2016년에는 무려 102억 원의 예산이 창고 보관료로 지출됐다.

시정조치 건수는 해마다 증가해 2013년에 291건이었던 시정조치는 2014년 418건, 2015년 438건에 이어 지난해 513건을 기록했다. 지적사항의 유형분류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농식품부 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그 이유는 창고점검 결과도 수기로 관리되고 지자체가 농식품부에 보고해야할 의무도 없다는 것이다.

지자체별 창고 점검 방식도 엉망인 것으로 드러났다. 전라남도는 전국에서 가장 많은 51만 톤(올해 3월 기준)가량의 정부양곡을 보관하고 있어 창고도 1300여개로 가장 많다. 이와 반대로 경기도는 재고량 11만 톤, 창고 130개로서 광역자치단체 중 보관규모 하위 3위에 속한다. 두 광역자치단체의 재고량과 창고 수는 각각 5배, 10배 이상 차이가 남에도 불구하고 창고 점검을 담당하는 공무원 수는 평균 3명으로 동일해 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여진 상황이다.

철저한 점검부재도 지적된다. 전라남도의 A군은 지자체 공무원 2명, 농산물품질관리원 공무원 2명, 총 4명이 출동해 5일 만에 128개의 창고를 점검한다. 하루 평균 26개 창고를 점검하는 셈이다. 창고 1개소를 점검하는 데는 10분 내외가 소요된다. A군의 전체 재고량이 약 3만7000 톤인 점을 감안하면, 평균 295톤을 보관한 창고를 10분 만에 검사하는 꼴이다. 전라남도의 B시의 경우 재고량이 A군의 두 배에 달하는 7만4000톤인데 3일 만에 창고 105개소를 점검한다. 도저히 점검이 불가능한 여건이다.

박 의원은 “200만 톤에 달하는 정부양곡을 수기로 관리하는 것은 IT 강국 현실을 완전히 역주행하는 꼴”이라며 “정부양곡을 1814톤이나 횡령한 사건도 발생했고, 창고에 대한 시정조치도 매년 늘어나고 있는 만큼 재고관리시스템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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