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호 특집, 종자강국 실현 가능한가?
1000호 특집, 종자강국 실현 가능한가?
  • (주)농축유통신문
  • 승인 2011.10.14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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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위기 국내 종자산업 위기
리딩컴퍼니 부재 종자업계 10여 년간 혼란 지속
중소업체난립·출혈 과당 경쟁·시장혼탁

IMF, 국내 종자 빅3리와 하림의 운명

1997년 12월 IMF로부터 구제 금융을 받아야할 정도로 우리의 외환보유고는 바닥이 났다. 외국계 사모펀드들의 투기자금이 동아시아를 휩쓸고 지나가며 우리의 외환시장을 교란시켰고 단기외자유치를 통해 부동산투기에 혈안이 돼 있던 우리나라는 은행들이 무리하게 대출금을 회수하면서 기업이고 개인이고 할 것 없이 연쇄 도산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삼성, 현대, 대우 등 대기업부터 중소업체까지 어음을 막지 못하거나 대출연장을 받지 못해 유동성 위기를 맞았고 단기외채를 끌어 쓴 기업 상당수가 쓰러졌으며 유동성 위기를 맞았던 국내 기업들이 줄줄이 외국으로 팔려 나갔다.
우리 농업계도 위기에 직면한 건 마찬가지였다.
원자재 90% 이상을 외국에서 수입하는 사료회사들이 고환율에 직격탄을 맞았고 달러를 구하지 못해 사료생산을 줄여야 하는 상황까지 발생했다.
결국 수많은 축산농가들이 사료값을 견디지 못해 폐업을 하고 애꿎은 수많은 가축이 조기 도축되는 상황까지 발생했다.
현재 국내 최대 축산기업으로 성장한 하림도 종자(종계)와 사료를 모두 외국에서 수입하고 있던 터라 타격이 클 수밖에 없었다. 원달라 환율이 달라당 2000원대에 육박하면서 하루아침에 비용이 두 배로 폭등했고 이로 인해 회사는 부도위기에 내몰리고 말았다.
하림뿐만 아니라 국내 시장점유율 1,2,3위를 달리고 있던 흥농종묘, 중앙종묘, 서울종묘 등 국내 채소종자회사 빅3도 외환위기를 전후로 유동성 위기를 맞았다.
정부는 부도위기에 놓여 있던 기업들을 회생시키기 위해 두 가지 전략을 구사했다.
첫 번째는 은행에 공적자금을 지원하고 또 국내 기간산업과 유망산업에 대한 정부의 투융자사업을 진행했다.
상당수의 기업과 중견기업들이 지원을 받아 회생의 발판을 마련했고 이후 이들 기업들 대부분은 날개를 달듯 2~3년 이후 성장가도를 달렸다.
또 하나의 회생전략은 외국인 직접투자를 유치하는 것이었다.
정부의 재정 상황은 많은 기업들이 부도가 나고 실업자가 폭증하면서 세금을 걷는데도 한계에 부딪히며 매우 어려운 상황이었다. 이로 인해 정부가 투융자사업을 통해 살릴 수 있는 기업의 수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다.
결국 정부는 적극적인 외국인 직접투자를 허용할 수밖에 없었고 결국 우량기업 상당수가 외국 사모펀드 등에 매각되며 지금도 그 부작용 남아 있다.
정부의 이러한 경제정책은 우리 농업계에도 희비를 엇갈리게 했다.
바로 닭고기 기업 하림과 우리 채소종자업체 흥농·중앙·서울종묘의 기업운명이 외환위기 이후 달라졌기 때문이다.
닭고기 기업 하림은 정부로부터 200억원의 자금을 지원받아 회생했고 이를 발판으로 외자유치까지 성공하며 이후 농수산홈쇼핑사업자 선정, 하림그룹 핵심계열사인 제일사료와 제일곡산 인수 등에 성공하며 공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해 나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이와 달리 국내 3대 종자회사는 세미니스와 신젠타 등 외국인 직접투자 형식으로 매각되고 말았다.
이후 세미니스는 다시 몬산토에 합병되면서 국내 종자산업은 자급시대에서 외국계업체에 로열티를 지불해야 하는 유전자원빈국으로 전락하고 만다.
사실 우리 채소종자분야 유전자원빈국이라고 이야기를 했지만 과거 종자회사들이 가지고 있던 유전자원을 현재 우리가 보유하지 않고 있는 것은 아니다.
종자에 대한 로열티는 국가 연구기관이 개발한 품종의 경우 특허권이 국가에 귀속되지만 민간회사의 경우 개발자에게 돌아간다. 즉 국내 종자회사들이 외국에 팔려나가긴 했지만 개발자들이 국내에 남아 있기 때문에 보유한 자원이 빈약한 것은 아니다.
다만 외국계 거대 회사들이 기존 흥농 등이 보유한 유전자원에 자사 기술을 접목시키며 더 우수한 종자를 만들어 냈고 이로 인해 국내 토종기업의 종자보다 외국업체가 다시 육종한 종자의 인기가 높아졌다는 것이다.
현재 국내 채소 종자의 해외의존도는 매우 높아 3대 종자업체가 외국으로 넘어가지 않았다면 국내 종자산업은 자급을 넘어 현재 외국 업체와 세계시장을 놓고 경쟁하고 있었을지 모른다.
현재도 중국 등 신흥국을 중심으로 많은 종자를 수출하고 있기는 하지만 여러 업체가 난립하고 비슷한 품종 비슷한 스펙의 종자를 가지고 과대 경쟁을 벌이면서 물량대비 수익률이 과거 대비 좋지 못하다는게 업계의 분석이다.

국내 종자업계 왜 지원 못했나

시간을 다시 되돌려 외환위기 당시 정부가 하림은 지원하고 왜 우리 종자회사는 지원을 하지 않았나에 있다.
농업관련 기업을 정부가 모두 살릴 수 있었다면 좋겠지만 정부가 하림과 3대 종자회사 중 어느 곳에 직접 지원을 통해 회생시킬 것인지 저울질 했다면 하림이 아닌 종자회사에 지원하는 것이 더욱 공익에 부합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으로 당시 결정에 아쉬움이 남는다.
당시 농림부가 하림에 지원을 결정하고 종자회사에 지원을 하지 않은 이유는 당시 농림부 조직의 특성 때문이었을 것이다.
축산분야는 농림부 내 축산국 차원에서 하림의 지원문제를 논의했겠지만 종자와 관련해서는 농림부 내에 어떤 조직도 없었던 것이 당시 현실이었다.
2010년 10월 종자생명산업과가 만들어지며 종자산업 육성을 위한 다양한 지원책이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1998년 당시에는 육성 개념보다는 종자산업은 규제 일변도의 정책을 펼쳐 온 것이 사실이다.
외환위기 당시 유동성 위기를 맞은 종자회사들은 정부의 지원 요청, 농협 등 국내 기업과의 지분매각 등 자구책을 찾았지만 모두 수포로 돌아가고 결국 다국적 기업들에 인수됐고 당시 시장 점유율 70%를 정도를 유지했던 이들 종자업계 빅3가 사라지며 국내 종자시장은 대 혼란기에 접어들고 만다.

글로벌 기업과의 경쟁 가능성 보여줬지만
앞에서 잠시 언급했던 것처럼 거대 다국적 기업에 편입된 종자회사들은 백화점식의 다양한 종자에 대한 연구대신 모회사가 거느리고 있는 다른 회사와 중복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육종연구 및 생산을 하는 분업체계로 회사를 구조 조정했다. 이로 인해 일자리를 잃게 된 육종가와 여러 직원들은 개인육종가로 또는 중소 종자회사 설립 붐으로 이어지게 된다.
국내 종자회사의 해외매각은 이후 채소 및 원예 종자 연구에 대한 투자저하로 이어졌고 시장을 선도할만한 품종 개발보다는 비슷한 스펙의 고만고만한 종자들이 시장에 쏟아져 나오면서 무한 경쟁으로 치닫게 된다.
현재 우리 채소종자업계는 약 60% 정도의 시장을 몬산토, 신젠타, 바이엘크롭사이언스, 사카타코리아 등 외국계가 주도하고 있다. 농우바이오가 국내 업체 중 물량 면에서는 선두업체로 치고 나오며 외국계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지만 부가가치면에서는 많은 차이가 난다.
2008년 466톤의 종자를 생산한 농우바이오는 357억원의 매출을 올린 반면 179톤의 종자를 생산한 몬산토코리아는 355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농우가 두 배 이상 많은 종자를 생산했음에도 불구하고 매출액의 차이가 2억원에 불과하다는 것은 고부가가치 제품을 몬산토가 더 많이 보유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농우의 1/6 수준인 77톤의 종자를 생산한 신젠타는 170억원의 매출을 올려 농우와의 매출액 차이가 약 1/2 수준으로 신젠타의 부가가치도 꽤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결국 이 같은 생산량 대비 매출액의 차이는 현재 국내 기업들이 놓인 상황을 보여 준다.
이 기업들이 과거 흥농, 중앙 등 우리 기업 간판을 달았을 때는 70% 정도의 시장점유율을 보인 반면 중소 국내 업체들이 60% 대의 시장을 지키고 있다는 것은 의미하는 바가 크다.
무한 경쟁을 통해 치열히 경쟁하며 외국계가 완전히 주도할 것으로 보였던 종자시장을 어느 정도는 선방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생산량 대비 매출액의 차이에서 보여 지는 것처럼 우리 기업들이 제품력을 높여 품질로 승부하기 보다는 저가 판매를 통해 시장을 확보했다는 이야기로도 풀이된다.
또한 우리 종자산업은 지난 10여년 간 과거 흥농, 중앙, 서울 등의 중대형 종자회사 출신들이 종자산업 전체로 퍼져나가며 종자의 품질을 평준화 시키는 등 긍정적 역할을 하기도 했다.

리딩컴퍼니의 부재 어떻게 극복할까

현재 정부는 2020년까지 종자수출액 2억 달러를 달성할 수 있도록 종자산업을 반도체 산업에 버금가는 수출전략사업으로 육성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과거 기술력 있는 국내 종자업체들이 외국으로 매각된 상황에다 R&D 등에 대거 투자할 주체가 마땅하지 않은 상황에서 과연 실현가능한가에 대한 의구심도 높은게 사실이다.
결국 정부가 2020년까지 종자수출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종자산업의 가장 큰 약점인 리딩컴퍼니의 부재를 어떤식으로 극복해 내느냐가 핵심이 될 수 있다.
정부와 업계는 그것을 고민하고 있다. 투자를 통해 신 시장을 개척하고 후발업체들을 견인하며 전체 시장의 수준을 높이는 역할을 해줄 수 있는 리딩컴퍼니가 있어야 전체 산업을 리드해 가며 수준을 높여갈 수 있는데 그렇지 못한 상황에서 현재 우리 종자산업은 비슷비슷한 제품을 비슷비슷한 스펙으로 육종해 낮은 가격으로 국내외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결국 이러한 상황은 출혈 경쟁으로 이어지고 상당수 업체들이 낮은 수익률로 R&D에 투자할 여력을 만들어 내지 못하고 있다.

종자 R&D의 벤처투자 개념 도입

이를 위한 대안은 현재 약점으로 지적받는 개인육종가와 난립해 있는 중소 종자업체를 네트워크화 하는 것이다.
1990년대 후반 IT벤처 붐을 통해 우리 IT산업 경쟁력을 높였던 것처럼 개인육종가와 중소종자업체를 종자벤처 개념으로 새롭게 정립해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면 혁신적인 종자를 개발해 내는 강소 종자회사의 출현이 가능하다. 또한 이들 품목별 벤처 종자사회들의 약진을 통해 전체 종자산업의 수준을 끌어 올릴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이 회사들을 네트워크화해 채종과 판매 등 전문화 할 수 있는 창구를 만든다면 종자산업의 새로운 부흥도 기대해 볼만 한다.

채소-종자산업의 수직계열화

또 다른 대안은 종자산업을 농업에서 하나의 산업으로 떼어 놓는 것이 아니라 종자-생산-가공-유통이 어우러지는 수직계열화를 통해 종자품종이 곧 브랜드가 되는 개념도 도입 또한 추진해 볼만하다.
중소종자업체와 품목별 협동조합 또는 계열주체를 육성해 연결시킨다면 전혀 가능성이 없는 것도 아니다.
종자부터 차별화된 제품의 생산과 유통은 더욱 최종산물의 가치를 높일 수 있고 다른 부분에서 유발된 이익을 공유함으로써 종자의 품질을 높이는데도 기열 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동부한농(비료-종자-농 약)-새만금 원예단지-동화청과로 이어지는 원예분야 수직계열화를 시도하고 있는데 시험단계인 이 같은 구도가 안착한다면 농산물 생산과 가공유통을 통해 발생한 부가가치를 종자개발에 투자할 수 있는 여력이 생길 수 있게 된다.

김재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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